효도방학이 뭐람?
효도방학이 뭐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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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효도방학의 의미// "아빠, 엄마한테 효도하라고 방학을 했는데, 엄마 아빠가 다 출근해 버리면 어떻게 효도를 해요." "체험학습 보고서도 써야 되는데. 엄마 회사가지 마요." 엄마가 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효도는 아빠 엄마 퇴근한 이후에 하면 된다고 해도 아이들은 좀처럼 찌푸린 얼굴을 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가 대학원까지 갔다 오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밤 11시인데, 어떻게 효도를 해서 보고서를 쓰냐는 것이었다. 어제 지지리 알아듣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아침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나에게, 효도 방학인데, 엄마가 꼭 출근을 해야 되냐며 다시 투정을 부린다. "아빠 엄마가 꼭 집에 있어야만 효도가 된대. 아빠 엄마 없어도 너희들이 알아서 밥 챙겨먹고, 집안 정리 정돈도 해 놓고, 시간 되면 학원도 가고, 둘이서 사이좋게 3일 동안 잘 노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지. 엄마가 집에 있어야만 되는 효도가 어디 있어." 나는, 기어이 큰 소리를 내고 만다. 엄마 표정을 살피고 있던, 아들 녀석이 슬그머니 동생 손을 끄집어당긴다. "엄마 화나게 하지마. 오빠가 낮에 밥도 차려주고, 만두도 쪄 줄게." 그래도 딸아이는 입이 퉁퉁 불어 있다. "엄마한테 편지도 써서 보여 줘야 되고, 현장체험 학습보고서도 써야 되는데, 오빠는 엄마도 없는데, 어떻게 쓸래." "편지는 엄마가 저녁에 오시면 드리면 되잖아. 체험학습보고서도 저녁에 하면 되잖아." "어떻게 저녁에 해. 엄마는 늦게 오시는데." "너는, 엄마 출근하셔야 되는데 속상하게 하면 되겠냐. 효도를 하려면 엄마 속상하게 하지 말아야지." 라며 아들 녀석은 제법 어른스럽게 동생을 나무란다. 나는 큰 아이에게 밥솥에 밥 있으니까 동생 챙겨서 먹이고, 병원은 오전에 다녀오고, 간식거리는 냉장고에 있으니까 배고프면 먹으라며 집을 나선다.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집에 덩그라니 남겨져, 배가 고프면 꼬막 같은 손으로 밥을 차려 먹고, 기침을 콜록 콜록 하며 버스를 타고 병원에로 가겠지. 효도 방학은 무슨 효도 방학. 나같이 일하는 엄마를 가진 아이들은 어쩌라고. 자꾸만 마음이 새끼줄 꼬이듯이 뒤틀린다. 효도 방학을 시켜주려면, 맞벌이 부모를 가진 아이들에 대한 대안을 내 놓은 후에 방학을 시켜주던지, 이게 어디 효도 방학이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상처받는 방학이지. 풍암고개를 막 지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아까 짜증내서 미안해요. 엄마 집에 없어도 잘 할 수 있어요. 편지 써서 엄마 화장대 위에 올려놓을게 밤에 꼭 보세요. 엄마 사랑해요." 유독 정이 많고 애교스러운 딸아이가, 뒤틀린 내 마음을 위로를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쉽게 누그러들 질 않는다. 3일 동안, 엄마가 없는 집에서, 종종거릴 아이들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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