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공정심사’ 요원한가
공공미술 ‘공정심사’ 요원한가
  • 김경대 기자
  • 승인 2005.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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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신청사 ‘1% 미술품’ 선정과정 잡음
   
▲ 도청이전사업본부측 관계자가 지난 10일 오전 도청 기자실에서 미술품 선정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신도청 상징조형물 선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졸속행정, 밀실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과 함께 공공미술의 어두운 뒷모습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남도가 남악 신도청을 지으면서 문화예술진흥법상 전체 건축비의 1%범위 내에서 설치하도록 돼있는 소위 '1%미술품'(11억원 상당)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미술계의 오래된 치부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것.

발단은 목포문화연대와 광주전남문화연대가 응모작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전남도청 신청사 미술장식품 현상공모'에 대한 모든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이들 단체는 "물리적으로 접수마감이 된지 단 하루만에 53점이나 되는 출품작을 심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히고 "심사경위에 대한 해명과 심사위원 명단공개, 심사기준표와 점수표 등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응모작에 대해 모형도나 작품설명회 없이 비공개로 작품 투시도와 제안서만을 놓고 당선작을 선정하고 이 과정에서 주위 환경과의 조화, 역사성, 상징성 등에 따른 '배점제'가 아닌 '총점제'방식의 채점 방식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

이 같은 시민단체의 반발과 언론의 관심에 전날까지만 해도 "심사위원의 명단을 밝힐 수 없다"고 버티던 전남도청이전사업본부측은 10일 오전 도청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사태진화에 나섰다.

배상인 사업본부 개발부장은 먼저 △현상공모 추진일정 △심사위원의 구성 △심사위원 명단 △시민단체가 정보공개청구한 내용에 대한 해명 등을 실은 자료를 배포하고 "심사과정에서 일말의 의혹이 있다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배 개발부장은 "시간이 경과되면 각종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둘렀다"고 해명하고 "심사위원 15명이 전원 참석해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꼼꼼히 심사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사업본부측이 준비한 선정기준과 배점제 평가방식 등을 거부하고 임의대로 총점제 평가를 고집하는 등의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이미 심사위원 대상자를 상대로 로비설이 사전에 퍼졌으며 심사도 하기 전에 당선작 이름이 나돌았다는 소문도 흘러나오면서 일부 관계자는 이번 일이 “지역에서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는 '예술권력'에 대한 줄서기”라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이는 미술장식품 설치에 대해 건축가와 리베이트 주고받기, 설치비용의 꺽기 관행, 특정작가의 독식 문제 등 전국적인 미술계 풍토의 반영이라고는 하지만 공공건축에 설치되는 미술품이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수혜자 입장에서 공공미술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를 전남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미술장식품 선정에 대해 지역 일부 언론이 지난 5일자 기사에서 '3개 분야 당선 작품 출품자에게는 작품 설치권이 주어지며, 우수작에게는 각 500만원씩의 상금이 지급된다'고만 보도해 작품의 설치금액(당선작의 경우 8억원상당)이나 규모(높이 20m 길이 30m. 석재) 등을 의도적으로 감춰 논란을 비켜가려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논란을 비켜가려는 전남도의 의도는 최초 보도한 [한겨레]의 정대하 기자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정 기자는 "이번 건을 취재하기 위해 선정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 4일 사실확인에 나서자 사업본부 측 공무원들은 아직 심사위원도 꾸리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며 공무원들의 한심한 태도를 질타했다.

지역 특성화 사업(IRS) 선정과 남악 신청사 미술장식품 선정에 있어서 전남도가 보여준 모습은 전남도가 '미래를 여는 풍요로운 전남'으로 나아가는데 크나큰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 부실행정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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