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은 그 나름으로 ‘존재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그 무엇이든 100% 선도 없고 100% 악도 없다. 선과 악은 서로 함께 주고 받으면서 돌고 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문제는 그 시대상에 비추어 선과 악의 섞임을 어느 정도로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이겠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 그 정도와 해석도 달라진다. ‘박정희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이 좁은 마당에서 그를 해석까지 하긴 힘들다. 내 개인적인 색깔 때문이겠지만, 나는 박정희체제가 좋은 쪽보다도 나쁜 쪽이 훨씬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이 땅의 최고 악마인 ‘지역감정’을 국민들의 뼈속에 박아넣고 부채질한 죄가 가장 크다. 그 다음으론 숨겨진 친일과 노골적인 친미로 민족정기를 지나치게 훼손시키면서 의도적으로 ‘저질스런 극우 심성’를 넓고 깊게 심어넣은 것이다.(그 반발로 '격렬한 극좌 심성'을 낳았다. 그 극단적 대립의 심성이 아직도 지금 우리 사회를 많이 얽어매고 있다.) 그리곤 독재정치로 국민을 억누르고 폭행한 것이다. 그게 자기 개인의 권력욕을 채우려고 국민과 나라를 희생시켰기에 더 더욱 나쁘다.
그렇게 해서 우리를 ‘천박하게 배부른 돼지’로 만들었다. 배부른 게 싫다는 것이 아니라, 상류층 중산층 서민층을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지나치게 저질스런 수렁에 빠뜨려 버렸다는 게 너무 싫다. 새로운 꿈틀거림으로 아직 희망이 없지 않으나,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인간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많이 힘들다. 내 개인의 과민함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이게 주어진 시대상황에서 어차피 겪어야 할 ‘숙명적 코스’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박정희 개인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흘러온 발자취를 되돌릴 수는 없으나, 여러 가지로 ‘역사의 가정’을 달리 해 보아도, 지금 우리가 보여주는 ‘천박하게 배부른 돼지’의 모습은 박정희 개인과 그 체제에 책임이 많다. 그래서 박정희는‘나쁜 대통령’이다.
[제5공화국]에서 “만약 ...하면, 내가
발포명령을 내리겠다”는 단호한 말이 사실이라면, 오월 광주의 비극은 그 때부터 이미 싹트고 있었다. 나는 몸서리쳤다.
▲ 5.16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오른쪽) 아래서 정치군인으로 성장한전두환(왼쪽) 역시 12.12쿠데타를 일으켜 광주의 피를 부르며 권력을 찬탈했다.
/국가기록원 사진 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