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갑칼럼]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다
[이상갑칼럼]북한은 반국가단체가 아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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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갑(변호사)

   
최근 라이스 미국무장관이 동북아시아를 순방하면서 미국 고위관리로는 이례적으로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발언을 하였다. 반면, 김종빈 검찰총장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조에 따라 법률적으로 북한을 국가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북한의 정치적ㆍ법적 실체에 대한 의견들이 갈리고 있는 중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관련법안을 처리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어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가 다시금 논쟁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후보의 위 발언은 우리 사법부의 입장과 같은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수십여년간 누차에 걸쳐 “북한지역은 헌법 제3조에 의하여 대한민국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므로 이 지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요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히는 어떠한 주권의 정치도 법리상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고권을 침해하는 반국가단체이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을 정식의 주권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라고 보는 입장의 정치적 배경은 이른바 ‘유일합법정부론’과 ‘미수복지구론’이고, 법적 근거는 헌법 제3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의 일부라는 해석은 대단히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지 못하고 있을 뿐(즉, 일본의 주권이 현실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 독도는 일본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논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한반도에는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 2개의 국가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자료에 의하면, 유엔에 가입된 나라는 남, 북을 포함하여 모두 192개국인데 한국은 그 중 186개 국가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은 152개국과 수교하고 있으며 남과 북이 동시에 국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149개국이다. 또한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38개의 국제기구에 정식의 국가로 가입하여 있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별개로 군사분계선 이북에 존재하는 합법적인 국가라는 사실은 국제법적으로 공인된 사실인 것이다.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보더라도, 우리 정부는 1972년 7ㆍ4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1991. 12. 13.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도의 6ㆍ15공동선언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을 정치적 실체를 가진 정식의 국가로 인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헌법 제3조는 제4조의 통일조항 등과 관련하여 볼 때 현실적ㆍ구체적ㆍ법적 규범이라기 보다는 장래의 통일조국의 영토를 밝힌 것으로서 미래지향적ㆍ미완성적ㆍ프로그램적 규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또한, 법이란 것이 주어진 현실을 기초로 하여 그 질서를 평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의 일종이므로, 헌법 제3조는 향후 개헌논의시에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한다.

/이상갑 변호사 chunjee@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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