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道則通-통일운동의 화신 류락진선생
有道則通-통일운동의 화신 류락진선생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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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문]이명한 광주전남통일연대 상임대표

   
▲ 이명한 광주전남통일연대 상임대표
헤아릴 수 없이 되풀이된 모진 수난 때문에 연약한 몸은 갈기갈기 찢기고 간절한 염원을 담은 가슴은 이루지 못한 피맺힌 한 때문에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항상 온화한 웃음이오 말씀 속에는 온정이 넘치고 있었다. 팔십의 고령에 이르렀건만 뜻 있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하여 후배와 젊은이들의 손을 잡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선생님의 생애는 바로 민족의 수난사 그 자체였다. 일제의 질곡을 벗어났는가 했더니 분단이오 이어서 일어난 전쟁은 온통 가시밭의 연속이었다.

그런 선생님께서 얼마 동안 나오시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 계시었었는데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제주로 가는 뱃길에서였다. 4.3을 앞두고 우리는 그 섬에서 펼쳐지는 몇 가지 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예기하고는 있었지만 아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가운데 문득 떠오른 것은 하얀 이를 드러낸 웃음과 그 위에 겹쳐지는 수심 어린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은 단순한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조국의 희망과 아픔을 아로새긴 비단이었다.  

아! 기어이 가셨구나. 남북이 하나되는 그 날을 기다리다 못해 지쳐서 떠나버리셨구나. 나는 빛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죽음이 빛으로 남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일까.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앞길을 밝혀준다면 그보다 고맙고 소중한 선물이 없는 것이다. 선생님의 생애는 암흑과 절망을 뚫고 솟아 나온 한줄기 강력한 빛이었다.  

겪으신 아픔의 깊이와 길이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이었는가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선생님은 지금 죽어도 죽지 않으신 것이다. 민족의 희망과 고통을 온몸에 걸머지고 앞장서 가시다가 잠시 고개 마루에 앉아 숨을 돌리고 계신다. 길이 있으면 곧 뚫릴 것이고 앞날이 훤하게 열리게 될 것이다.

2005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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