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가슴이 터질만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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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의소리
  • 승인 2005.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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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윤영규 선생의 일곱 딸들이 올리는 편지

▲ 고 윤영규선생의 셋째 가현씨가 "아빠께 드리는 편지"를 읽자 참석자들이 크게 흐느끼기도 했다.ⓒ안형수 너무 사랑하는 아빠께 올립니다.지금부터 딱 일주일 전으로만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아빠와 저희 가족 모두 봄꽃 구경가서 봄을 느껴 보게 말입니다.앞으로는, 할일이 더 많아졌다고 많이 바쁘실거라 하시고선 이렇게 빨리 허망하게 가버리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너무 급히 가셔버린 아빠가 한참이나 미웠습니다. 아빠의 칠순잔치도 준비하지 못했는데...무에 그리 급하시다고 말한마디 남기지 않고 엄마와 자식들 얼굴 한번 보지 않고 가셨나요.(아빠가 전교조 선생님들 사이에서 같이 웃고 얘기를 나누시네요. 목사님도 함께 계시고 윤장현 원장님과 민주단체 인사분 들과 함께 어딘가에서 바삐 움직이고 계실 것 같은데...) 아직은 이 순간 이자리가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습니다. 조문객을 맞이하면서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왜 이러고 앉아 있는지도 모르겠고 아빠의 이름앞에 붙은 '고'자가 너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눈을 들어 아빠의 영정을 보면 이게 꿈이 아니고 현실임이 느껴져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아빠! 사랑하는 아빠애교도 없고 무뚝뚝한 딸들 사이에서 외로우셨을 우리 아빠!저희들은 어려서부터 사리사욕없이 이땅의 민주화와 교육민주화를 위해 애쓰신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커왔어요. 아빠가 자랑스럽고 열심히 응원도 했지만 한편으론 항상 어렵고 우리에게 무심해 보이는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던 거 아시죠? 물론 아빠도 가슴 아파하셨구요. 아빠! 그래도 저흰 아빠 딸이예요. 지지리도 못난 딸이지만 현장에서 아빠의 뜻을 이어가진 못하지만 이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지켜 오신 뜻을 저희 칠공주, 어떤 악조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수천의 싹을 틔우는 민들레처럼 각자의 삶 속에서 잊지 않고 노력하면서 살아갈께요. 아빠, 큰딸입니다. 지난 토요일 따로 부르셔서 동생들과 집에 대해 이런저런 의논을 하셨었는데 그것이 저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래도 큰딸이라고 걱정거리 털어 놓으신 건데 솔직히 저는 아직 역부족이고 부담이 되었어요. 하지만 이제 제가 정신차려 맏이로서 엄마와 동생들 건사하겠습니다. 그러시길 바라셔서 저한테 하신 말씀이겠죠. 열심히 노력할께요. 그리고 아빠의 첫손녀 시우 잘 키우겠습니다.아빨 제일 많이 닮은 딸 둘째입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엄마와 지키면서 아빤 절 믿으니까 이리 훌쩍 떠나시며 남은 가족 걱정 안하고 가시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꿋꿋하고 강하게 지켜낼께요. 걱정마십시요. 그냥 웃을께요...셋째입니다. 아빤, 가난한 배우의 길을 선택한 저에게 경제적인 도움 못줘 미안하다시고 전 직장까지 때려치우고 제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하면서 집과 아빠께 경제적인 도움 드리지 못한 걸 죄송스럽게 생각했어요. 우린 서로 무얼 그리 미안해 했던 걸까요? 엄마, 아빠 여행 보내드리려고 붓던 적금이 곧 끝나가는데 그 여행도 못가시고 뭐가 그리 급하셨나요? 셋째 딸 말없이 응원해 주시고 믿어 주신거 감사드리고 아빠 딸로서 부끄럽지 않을 삶을 살겠습니다. 이제 푹 쉬십시요. 넉살 좋은 넷째딸 아빠 손 잡고 결혼식장 들어가던 날, 아빠 손이 따뜻한 걸 새삼 느꼈어요. 결혼 전엔 외출하실때마다 항상 제가 아빠의 머리를 빗겨드렸는데... 이젠 새하얀 아빠의 머리를 더 이상 만져 볼수 없고 빗겨드릴수 없다는 사실이 왜 이리 서러운지요. 아빠가 보고싶어 하던 손녀 딸, 꽤 오랜 시간 보여드리지 못했는데...지금은 도하가 할아버지 갔데...라는 말 밖에 못하는 꼬맹이지만 잘 키워서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꼭 알려 줄게요. 엄마 걱정마시고 편히 쉬세요.아빠가 못다 이루신 목회자의 길에 첫발을 내딛은 다섯째의 졸업식에 오셔서 기뻐하신 그 모습...생생히 기억합니다. 아빠께 받은 사랑 많은데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해요. 아빠의 깊은 사랑 꼭 목회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기도해 주실거죠? ▲ 고 윤영규 선생 추도식에서 미망인 이귀님 여사와 딸들.ⓒ안형수
아빠가 기대하셨던 여섯째 정이예요. 아빠딸로 태어나서 감사했습니다. 죄송한 게 너무 많아서...다음번엔 제가 아빠께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음 좋겠고 저에게 신경 써 주신 만큼 제가 열심히 살아 나가겠습니다. 정말 미안해요.

막냅니다. 가시는 순간까지 젤 맘에 걸리셨을 못난 막내예요. 전 아직도 제가 어리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아빠 나이 드신걸 몰랐아요. 막내인데도 애교도 어리광도 안하고 해드리지 못한게 너무나 많아 후회가 돼요. 다음 생에서도 꼭 아빠의 막내로 다시 만나 모두 해드릴께요. 꼭이요...꼭...

입관식 할때 평상시 주무시는 것처럼 너무나 편한 표정으로 누워 계시는 아빠를 보면서 하나님 나라에 가 계실 아빠를 위해 저희 모두 기도드렸습니다. 아빨  보내고 홀로 계실 엄마, 저희가 지켜드리고 힘 되어 드릴께요. 하늘에서 아빠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 칠공주도 사랑과 믿음안에서 서로 돕고 믿으며 살아가겠습니다. 아빠의 뜻과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 악물고 살아가겠습니다. 지켜 봐주세요.

하늘로 돌아가신 아빠를 위해 멀리서부터 조문 와주시고 마지막 가는 날까지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과 장례를 치루면서 여러가지 애써주신 모든 어르신들께 엄마와 저희 항상 감사하면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이승에서 힘들었던 모든 것 다 훌훌 털고, 뒤돌아 보지 말고 편히 가십시요. 쉬고 싶다...쉬고 싶다 하시더니 이제는 정말 편히 쉬세요.
70평생 세상속에서 고생만 하다 가시는 아빠....
이제 편히...편히 잠드세요. 고생하셨습니다.
아빠...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가슴이 터질만큼 사랑합니다.

아빠의 영원한 칠공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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