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이 체질이 다르고, 게다가 놓인 처지까지 다르니, 사람마다 생활스타일이 다르며 생각의 관점과 색깔이 다르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를 보는 눈높이와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영화 자체도 그 스타일과 색깔이 다르다. 그 스타일과 색깔은 감독의 정치적 노선과 매우 밀접하다. 올리버 스톤의 작품은 미국 민주당의 진보적 색깔이 강렬하다. 그러니 이 색깔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알지 못하면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보아내지 못한다.(마찬가지로 로버트 저메키스나 조엘 슈마허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의 색깔과 농도를 알아야 [포레스트 검프] [폴라 익스프레스]나 [배트맨]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트래픽] [오션스 일레븐]라는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 속뜻을 읽어낼 수 있다.)
일반사람들에게, [살발도르] [플래툰] [월스트리트] [JFK]는 좀 무겁기는 하지만 제법 재미를 갖추었으나, [도어즈] [하늘과 땅]은 맹물맛으로 보였을테고, [킬러] [닉슨]은 무얼 말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어리벙벙한 영화였을 것이다. [알렉산더]는 장대한 전투장면에 재미를 만끽했음에도 꼬인 스토리와 개인심리묘사에서 [닉슨]처럼 어리벙벙하고 지루했을 법하다. 겉모습은 블록버스터이지만 속모습은 올리버 스톤의 정치적 색깔을 담고 있다. 그래서 역사물 블록버스터를 기대한 사람들은 “전투장면은 [트로이]나 [반지제왕3]처럼 엄청나는데, 스토리가 꼬이고 웬 잔소리로 장광설이 많은지 원! 쩝쩝!” 했겠고, 올리버 스톤의 진지한 진보적 문제의식을 기대한 사람은 “뭐 하자는거야! 재미야 문제의식이야! 죽도 밥도 아니구만!” 했겠다.
그의 영화는 재미있는 것도 있고 재미 없는 것도 있다. 그 겉모습이야 어찌하든, 항상 진지한 문제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그의 색깔을 알고 보면, 화면 하나 하나 대화 하나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도어즈]와 [하늘과 땅]부터 그의 작품에 어색한 어깨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더니, [킬러]와 [닉슨]처럼 난해한 상태로 빠져들어 보였다. 그래서 일반사람과 만나지 못하는 난해함을 반성했던 것일까? 부시정부의 잘못된 이라크 전쟁을 향한 분노를, 서양문명의 모태인 그리스문화와 이슬람문명의 뿌리인 오리엔트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알렉산더의 헬레니즘적인 융화정책에서 역사적 충고로 대신하려고 하였던 걸까? 그 무엇이든간에 어머니의 마녀적 욕망과 외디푸스 콤플렉스 그리고 동성연애라는 개인심리의 복잡한 갈등을 간결하게 다듬었어야 했다. 개인의 심리적 갈등을 너무 논리적 짜임새를 갖추려다 보니, 일반사람에게는 장광설로 보이고 스토리를 꼬이게 만들며 화면진행을 늘어지게 한 것이다. 그걸 배우들의 표정연기나 상징적 장면으로 깊은 암시를 주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