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뒤론 딱 꼬집어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면서도, 음악이 너무 전형적이고 화면진행이 고지식하며 스토리진행마저 늘어진다. 출연진들의 노래실력이 낮다고 할 순 없지만 뮤지컬에 나오려면 그 정도 쯤은 기본으로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여주인공이 첫 갈채를 받는 노래가 음색에서 그윽한 맛이 없지 않았다. 남녀주인공의 카리스마가 매우 필요함에도 그리 강렬하지 못했고, 무대연출도 돋보이는 장면이 없다. 처음 10여분 말고는 그저 그런 정도의 무난함이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늘어지는 지루함이 느껴진다. 만약 원작 자체가 갖고 있는 선과 악 사이의 긴박한 갈등마저 깔려있지 않았더라면, 뮤지컬로는 함량미달이고 쌈박한 눈요기마저 시들하여, 전반적으로 무료하고 밋밋해질 뻔 했겠다.
뮤지컬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거장의 자기 확신으로 영화감독에게 지나친 요구를 한 게 아닐까? 아니면 [배트맨]같은 대중적인 블록버스터나 만들던 조엘 슈마허 감독이 예술적 작품성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음에도 괜한 욕심으로 소화불량이었을까?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죽도 밥도 아니면서, 겨우 기본수준을 유지해가는 정도에 머무른 것 같다. 웨버가 만약 [시카고]의 롭 마샬 감독이나 [프리다]의 줄리 테이머 감독을 만나 작업했더라면, 이런 정도의 영화에서 멈추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