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이야기 - 보건복지부 예산을 심의하며
돈 이야기 - 보건복지부 예산을 심의하며
  • 강기정
  • 승인 2004.1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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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이야기1- 예산전쟁

지난주부터 예산 심의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예산이 대부분 경직성 예산이라 ‘유별나게’ 검토하지 않아도 되건만 의원들의 따짐이 무척 꼼꼼하다.

우리당은 저와 유필우, 김선미 의원이 한나라당은 정형근, 전재희, 곽성문 의원이다.
정부 예산을 이렇게 세밀히 살피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국민들의 경제활동으로 힘들게 내는 세금으로 편성한 국가 예산을 하나하나 잘 살피는 것이야 말로 애국하는 일이다.

예전보다는 심하지 않다고 하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역의 민원도 제기되고, 부처 간의 사업 예산 챙기기 경쟁은 여전하다. 거의 사활적이다. 밤낮 없이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사업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설명한다.

예산 확보 과정을 아는 사람은 눈물겹다. 대학 총장도, 지자체 장들도, 부처 장관과 실 국장도 ‘예산 전쟁’에서는 자유스럽지 않다. 그래서 정동채 의원은 입만 열면 ‘예산 따오는 것은 전쟁이다’라고 했을까?

영남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광주의 문화중심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겠다고 한다.
자기네들은 '지원 받지 않는게 전제 조건'이었던 부산 액스포에 수백억을 배정하라며 시위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광주 예산을 없애자며 달려들면 자신들에게로 돌아오는 예산이 요구액 만큼은 늘어난다는 사실을 동물처럼 느끼고 있다.

'호남을 죽이지 않으면 영남이 없다!' 인가? 있는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반증하고 있는가? "APEC을 제주도에서 강탈해간(?) 영남의원들이 제주도 예산 1억을 깎으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 강창일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적은 돈으로 쪼게 쓰다 보니 그렇다. 경제가 어려우니 세금은 적게 걷히고 쓸 돈은 많다. 그나마 분단 상황에서 군사비로 대폭 쏟아 붓고 나면 국민 복리비는 매우 적다.

국방위원회에 참석하고 계신 박찬석 의원은 “국방위에 들어간 후 눈만 높아 졌다. 별들이 줄을 서서 인사하고, 무기 하나에 50억이 드는 예산이 허다하다”며 헛배만 부른단다.

그에 비하면 교육부와 복지부등 민생을 챙기는 부서는 기천 만원 예산을 삭감하고 증액하느라 정부 부처 간, 정부와 의원 간에 힘겨운 말씨름이 계속된다.

돈 이야기2- 담배 값

담배 값이 문제다. 가난한 복지부에 정부 부처는 일반 예산 편성을 줄이고 담배 값 인상으로 인하여 생긴 기금을 대폭 배정하여 2005년에 예산을 편성하였다. 내년에 1조 5천만 원이 담배 값 인상분에서 온다.

그게 문제였다. 오늘 예산 심의가 중단되었다.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담배 값 인상 법안을 전제로 하여 예산이 편성되었는데 한나라당이 이 법안을 전면 반대하고 나오자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우리당, 민노당, 그리고 민주당은 오랜만에 공조하여 한나라당이 배제 된 상태로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수요일까지 협상을 더하기로 했다.

담배 값 인상 문제는 오래된 얘기다. 이미 국민들은 담배 값이 11월부터 오를 것으로 알고 있다. 담배 값 인상 법안은 16대 때 법안이다. 16대 때 ‘담배 값 인상과 흡연율 감소’사이의 철학적 논쟁으로 법안 처리를 미루다가 오늘에야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정부 부처 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재경부는 서민 물가가 오른다는 이유로 인상에 소극적이다. 복지부는 인상에 따른 흡연율 감소와 인상에 의해 발생한 기금 수입으로 공공의료 확충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인상에 따른 기금으로 복지부 예산중에 일반 예산이 들어 갈 많은 부분을 줄 수 있기에 찬성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전혀 반대가 없었다. 단지 이견이 있었다면 인상 시기와 액수문제였다.

지금 우리당과 정부 의견처럼 일시에 1000원을 올리자는 것과는 달리 500원, 500원을 올해와 내년에 각각 올리는 방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당론으로 ‘담배 값 인상 반대’를 들고 나섰다.

국민들도 의견이 다양하다. 흡연자는 강력 반대다. 비흡연자는 소극적 반응이다.
담배 생산업체인 KT&G는 적극 반대다. 담배 값을 둘러싼 모든 세력과 사람들의 입장에는 일관성이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하다.

오늘, 또다시 대책 없는 한나라당을 보게 되었다. 정부 예산을 의결해야 할 날이 12월 9일로 다가오는데 그동안 가만히 있다 이제야 반대하고 나서면 어떡하자는 것인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하고 있다.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도 그랬고, 운영위원회의 최광 예산 정책처장 면직 때도 그랬다. 모든 것을 합의 처리키로 해놓고 갑자기 의결과정에서 퇴장하며 우리당의 단독 결정이라고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 17대 들어서서 한나라당은 늘 그랬다.

그 동안 담배 값 인상은 ‘인상 여부’가 쟁점이 아니라 인상에 따른 ‘기금 용처’가 논란 거리였다. 보건 복지위 위원들은 담배 인상에 따라 생긴 기금을 원래의 목적인 ‘흡연율 감소 및 피해 구제, 예방’에 쓰라고 주장 해왔다.

수요일에는 담배 값 인상 법안을 결론 내리고 부실 예산 심의가 이루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돈 이야기3- 장애인 LPG 지원

장애인들의 LPG 사용량 제한 문제를 두고 복지부는 뜨겁다. 지난 주 보건복지위원회는 장애인들이 그간 무제한 사용해 왔던 LPG를 월 250리터로 제한하기로 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장애인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가스통을 터뜨리겠다고 협박도 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일반인들 하루 사용량보다 많은 량이라고 하지만 장애인들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또 정부는 장애인 전부가 아닌 일부에게 지원되고 계속 늘어나기만 할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근본적인 대책 즉 일부만 지원하는 방식에서 장애인들 전부에게 지원될 정책을 준비하기 위해 5억원 가량을 정책비로 내년 예산에 반영하였다. 장애인들은 갑자기 무제한에서 250리터로 제한 할 수 있냐며 항의하고 있으나 서로가 양보하고 절제해야 할 일이다.

김근태 장관은 정화원의원에게 “장애인들에게 절제하자며 나서서 설득시켜야 한다”고 했다. 쉬운 문제는 아니나 의원들이 앞장 서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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