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스], [공각기동대]의 감동을 새로운 버전으로 이어가다.
[이노센스], [공각기동대]의 감동을 새로운 버전으로 이어가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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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영화칼럼니스트

▲ ⓒ공각기동대1 교육방송의 <애니토피아>에서 이 영화가 곧 상영된다며, 예고편과 뒷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우와! [공각기동대] 속편! 눈을 반짝이고 귀를 세웠다. 기다림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 [공각기동대]의 그 진한 맛에 눈과 귀가 멀어버렸다. 말초적 감각으로만 진한 게 아니다. 우리 인류의 미래는 지금 현대도시의 거대한 기계문명이 드리우는 잿빛어둠에 이미 깃들어 있다. 그래서 [공각기동대]는 그저 공상적으로 꾸며낸 미래의 이야기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의 삶에 음울하게 적셔드는 어둠을 그대로 닮았기에, 그 꾸며낸 미래가 진짜 우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보인다. 우리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그 어떤 이야기나 영화보다도, 손에 잡힐 듯이 실감나고 깊은 사색의 산책길로 이끌어 주었다 [공각기동대]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 ... 로봇이나 사이보그 만화나 영화에서, 이런 주제는 항상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선 그 주제를 다루는 솜씨가 범상치 않다. 서로가 1:1로 딱 들어맞지 않고, 이중 삼중 복합적으로 얽히고, 안과 밖이 모순으로 설키면, 풀어나가기가 참 힘들다. 이 영화엔 그런 복합적 얽힘과 모순된 설킴이 있어서 참 어렵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보아야 할 영화이다. 더더구나 대사가 빠르고, 스토리가 꼬여있다. 대사와 스토리를 잡아감에 강한 집중이 필요하다. ... 단순한 복제와 개성적인 생명체의 갭을 이야기하면서, 기계조립과 생명생식을 이슈로 하고 있다. 방대한 네트워크에 숨막히는 기계적 명령의 입력에 따라 움직이는 사이보그 기동대 그리고 웅장한 거대도시에 강요되는 조직의 규율에 얽매인 인간 사이에, 무엇이 얼마나 다른 점이 있는지 날카롭게 묻고 있다. ▲ ⓒ이노센스
... 기계물질 문명이나 거대도시에 깊은 그늘로 숨어있는 현대 사회나 미래 사회의 음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강렬한 색감과 이미지로 우리의 뇌리에 깊이 배어들어 가슴에 스며든다. 그 동안 만났던 그 어떤 사이보그 만화나 영화의 기법과 차원하고도 자못 다르고, 권위적 위선이 가득찬 학문과 예술에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참신하고 구체적이다. ... 그림이 그렇고 색감이 그렇고 화면 구성이 그렇고 스산하게 깔려드는 음악이 그렇다. 그 어느 하나 범상치가 않다. 설정된 캐릭터의 분위기와 액션 그리고 그 주변에 설정된 갖은 소도구와 배경화면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참신한 사색의 산책길을 걸었다. ... ” [이노센스]가 이 감동을 놓치지 않고 새로운 버전으로 잘 이어나갔다.

그래도 조금 다르다. [쥬라기공원]의 2편이 훨씬 다양한 공룡의 등장하여 1편보다 눈요기를 더욱 높여주기는 하였지만, 그 진한 감흥은 2편이 1편을 따르지 못해 보이듯이, [이노센스]도 [공각기동대]보다 기술적 엎그레이드가 두드러졌지만, 영상이나 상징적 이미지의 충격은 이젠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노센스]가 주는 기술적 엎그레이드도 상당하고 나름의 색다른 맛도 있으며, 시나리오나 대사도 나름대로의 깊이를 유지해 가기 때문에, [공각기동대]의 그늘에서 헤매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역시 2편은 1편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기에는 억울하겠다.

   
▲ ⓒ이노센스
그래서 1편의 감동을 간직한 사람은 그 감동을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만끽하기 위해 꼭 보아야겠고, 1편을 감동하였어도 그 내용이 어려워 아직 어리벙벙한 사람이나 아직 1편을 보지 못한 사람은 1편을 비디오로 다시 보고 이 영화를 보아야 하겠다. 내용이 어렵다고 소홀히 할 영화가 아니다. 경찰청 여자 감식관이 푸념처럼 늘어놓는 독백과 악당 ‘김’이 벌이는 환상게임에서 나누는 대화에 이 영화의 어려운 사색적 고뇌가 한꺼번에 함축되어 있다. 여기에 현대사상의 다양한 인식패턴들이 녹아들어 있어 일반사람에게 낯설고 어렵겠지만, 이 부분의 대사를 놓치지 않고 잘 음미해야 한다. 정히 딱하면 스토리와 대사를 접어두고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 화면과 음악 그리고 정성스런 색감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할 영화이다. 상징적 깊이가 참 대단하다. 어느 한 장면도 놓아주고 싶지 않다. 그래 저래 그 자리 앉아 두 번 보았다.

/김 영 주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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