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남도, '기록'으로 살린다.
아름다운 남도, '기록'으로 살린다.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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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얼미디어 '남도 시리즈' 잇달아 출간

▲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석탑 남도를 일러 '아껴둔 땅'이라 한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로 보면 서글픈 말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문화관광 자원이 산업적 가치로 재평가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산업화의 소외 덕(?)에 천혜 자연환경과 인문학적 문화유산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이 지역에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이 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관광/레저 등 '제2의 산업화'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기억과 삶'이라는 문화적 자산을 체득하고 있는 시골노인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그 역시 소멸돼가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논의까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라져가는 남도의 모든 풍경을 기록하기 위해 광주의 한 출판사가 나섰다. 한얼미디어가 '아름다운 남도' 시리즈를 출간하기 시작한 것. 『마한 신화』(나경수 저)와 『씻김굿』(이경엽 저)는 그 첫 작업이다. 남도 길 위의 모든 풍경에 관한 기록나경수 교수 『남도문화의 서막, 마한신화』이경엽 교수 『삶의 축제, 씻김굿』 등 줄줄이 ▲ 『마한신화』(나경수. 한얼미디어)
전남대 박물관장인 나경수 교수(전대 국어교육과)의 『마한신화』는 이미 흐릿한 고대사의 한 장으로만 남아있는 '마한'에 주목한다. 그는 삼국시대 백제 이전의 이 땅에 존재했던 '마한'이 남도 문화의 원형이자 좌표점이라 주장한다. 이는 '백제문화권' 보다 앞선 '마한문화권' , '마한신화 '라는 표현으로 집약된다.   

책의 출발은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에 대한 딴죽걸기부터 시작한다. 일연이 마한의 무강왕을 백제의 무왕으로 바꿔치기한 역사적 폭거를 자행했다는 것.
하지만 저자는 한 재야사학자 개인의 잘못 이전에, 마한지역이 백제와 후백제,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정복왕조를 거치면서 불태워지고 왜곡된 역사를 가졌기에 그 원형이 제대로 보전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때문에 저자는 '기록'보다는 '기억'에 눈을 돌린다.  '신화'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큰 거짓말"이지만 그 속에는 오랜 세대의 사람들이 비유와 상징으로 담고자 했던 역사적 진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고분과 석탑 등 유물 유적을 통해 마한의 진실찾기에 나선다. 풍부한 현장사진과 문학과 역사, 민속을 넘나들며 주변 이야기들의 씨줄과 날줄을 따라가다보면 '의향과 예향'의 뿌리인 마한을 만나게 된다.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소 이경엽 연구교수의 『씻김굿』은  남도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 『씻김굿』(이경엽. 한얼미디어)
관한 문화로서 '굿'을 조명한다.  특히 '삶의 끝자락에서 펼치는 축제'라는 부제처럼   '씻김굿'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망자와 산자가 함게 한다는 점에서 삶의 축제임을 밝힌다. 또한 나아가 '씻김굿'에 대해  남도의 예술 전통으로서 접근을 시도한다.  

이어 '미신'이라는 멸시 속에 사라져가는 '굿'과 '무계'가 남도 예술전통의 탯자리라는 주장은 '무당'으로 불리는 '당골'의 어원이 '단군'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절정에 달한다. 

또 무당은 단순히 미신, 또는 점쟁이가 아니라 옛부터 신과 인간의 중개자이자 사회의 상담치료사로서 존재해왔음을, 저자는 직접 발로 찾아다닌 굿의 현장을 통해 보여준다.

결국 무교는 사라져버린 고대종교도 아니고, 미개민족의 원시종교도 아닌, 고대부터 이 땅에 이어져온 역사적 실체이며 현대사회로도 이어지고 있는 민간신앙이라는 점, 그리고 동시에 한국문화의 심층부를 자리하고 있는 지핵임을 강조한다.

한얼미디어측은 "남도의 보물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정성스레 소개하는 것만이 그것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 작업을 시작했다며 "연구논문은 너무 어렵고, 홍보용 책자는 내용이 너무 빈약해 전문가들을 통한 적극적인 현장 접근과 대중적 글쓰기를 최우선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앞으로 『강강술래(김혜정),『 갯벌』(김준), 『도선국사』(이준곤), 『조기잡이와 닻배』(나승만)등이 '아름다운 남도' 시리즈로 연속 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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