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 쯤 지났을까? [서양 지적전통]의 저자인 제이콥 브로노브스키를 해설자로 한 [인류문명 발달사]라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에서 맛 보았던 황홀한 지적 충만감을 잊을 수가 없다.(그게 범양사에서 책으로 나왔다.)
그 뒤로 케네스 클라크의 [예술과 문명](문예출판사), 존 갈브레이스의 [불확실성 시대](홍성사)에 함뿍 빠져들었다. 비디오 녹화기계가 없던 시절이라 그대로 흘려 보낸 게 안타깝다. 그 높은 지적 품격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BBC방송국의 피땀어린 노력이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실크로드]부터 재작년의 [바다의 신비]까지 만난 NHK의 다큐도 작품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는
작품성이 비슷비슷하다면 대중의 눈높이를 배려함이 더 소중하다고 여긴다.
[박하사탕]이 [와이키키 부라더스]에 비해 예술성이 높으나
대중성이 낮다고 보기에, 나는 이창동 감독보다 임순례 감독을 더 높이 친다. 지적 격조로는 BBC작품이 더 나아 보이고, 대중적 접근으로는
NHK작품이 더 나아 보이기에, NHK작품을 좀더 높게 친다.
아무튼 BBC와 NHK의 다큐작품들을 인류가 낳은 최고의 지적 걸작으로 손꼽는다. 그 감동과 안타까움이 한으로
맺혔는지, 비디오 녹화기계를 갖게 되면서 미친 듯이 다큐멘터리를 녹화하였다.(어제 MBC의 방학특집으로 재방송된 6부작 우주 이야기
[스페이스]까지)
*****
[볼링 ]에서 총기판매와 [화씨 ]에서 이라크 전쟁 뒤에 숨은 산업자본의 음흉한 미소가 간악하고 비겁하다는 걸 여지없이 드러내주는 무어 감독의 정치적 스텝을 옳게 여기며, 그의 치솟는 분노를 화면에 꼬깃꼬깃 채워 담아내는 열정과 성실에 감동한다.
칸느영화제가 [화씨 ]를 황금종려상으로 선택한 매우 정치적인 스텝은 지극히 옳다. 돈도 많고 오지랖도 넓은 기존의 매스컴은 왜 그렇게 만들지 못할까? 매스컴 기자나 작가들의 개인 잘못만은 아니겠다. 그 조직과 울타리가 아무리 촘촘하고 단단하더라도, 이런 작품을 거울삼아 노력해야 하겠다. 설혹 나처럼 “많이 반성”하고만 말더라도.
*****
이 영화는 이라크 전쟁을 석유산업과 군산복합체의 경제적 이익에 초점 맞추어 접근하고 있다. 불만이다.
부시의 죄악은 석유와 무기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자기 종교와 이념의 극단적인 집착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는 종교나 이념의 집착으로 저질러지는 무지막지한 죄악을 증오한다.
6.25사변의 어둠이 내 삶에 드리우는 슬픔의 뿌리를 생각하면, 이라크 사람들에게 드리워질 한 맺힌 삶의 먹구름이 너무 무겁다. 그게
이걸로 끝나지 않고, ‘시지프스의 바윗돌’처럼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 될 인류의 업보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면, 인간 자체가 절망스럽다. 이리도 절망스런
죄악의 수렁에 발을 딛고, 우리 일 좀 잘 풀어보려고 남의 불행을 부채질하다니. “이 죄를 어찌하나!” 소름끼치도록 두렵다.(화씨9/11. 롯데시네마, 광주극장
상영중)
▲ 영화는 "세계무역센터(WTC)가 항공테러를 당하던 날 부시 미 대통령은 한 초등학교에서 이 소식을 듣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화씨9/11 | ||
그냥 종합 감상문 에세이네요 ...
영화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지 아닌지
추천하시는 건지 졸작이래는 건지 ..
재미있대는 건지 아닌지 ...
궁금하니까 가서 볼까
아니면 말까 ...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불태우는 영화라면 봐서 무슨 남는 게 있을까...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까...
그 돈으로 김제동 웃기는 쇼나 보러 가는 게 나은가 ... 어쩐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