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1호관‘으로 광주문화 진단하다
'인문대 1호관‘으로 광주문화 진단하다
  • 이광재 기자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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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용봉캠퍼스 안의 50년된 3층짜리 벽돌조 건물을 둘러싸고 대학 내에서 철거와 보전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진행과정을 보면, 작게는 한 대학 구성원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척도라 할 수 있지만, 좀 더 넓게 보면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담론형성 과정, 그리고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이 도시 문화지수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복입고 삿갓 쓸까

▲ 전남대학교 인문대 1호관 전경 ⓒ김태성 기자 전남대 인문대와 대학본부 등에 따르면, 인문대 1호관 철거논란은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0월 인문대 교수들은 문제의 인문대 1호관 건물을 재건축하는데 동의했다. 이는 대학본부측이 '안전진단 결과 철거대상 등급이 나와 안전에 매우 위험하다'는 설명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대학본부는 교육부에서 85억원의 예산을 따왔다. 그러나 이후 대학안팎에서 '현재 기술상 건물보존이 가능하고 건물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볼때 문화재 지정까지 가능 할 것"이라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교수들은 본부측에 '건물을 보존하고, 예산은 다른 위치에 새 건물을 짓는데 쓰자"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본부측은 "예산의 용도변경이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반납'과 '재건축' 중 선택할 것으로 요구했다. 교수회의에서 투표 결과 보존하자는 의견이 과반을 넘었다. 이번엔 본부측이 절충안을 내놓았는데 '인문대 건물 앞면 일부를 남기고 그 뒤에 8층 건물을 붙여 짓는다'는 것이었다. 교수들은 대학당국의 고민도 고려해 결국 절충안에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전남대 '인문학의 산실'은 한 교수의 표현대로 '삿갓 쓰고 양복 입는 괴상한' 재건축 일정이 추진된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문화재청이 인문대 1호관 건물을 등록문화재로 예고한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다시 급부상했다. 이번엔 동문회 차원에서도 '인문대 1호관 철거반대위원회(회장 김상윤)을 구성해 보전을 위해 나섰다. 안전도와 예산변경가능성이 논쟁의 축 교수 및 동문측과 대학본부측이 겪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외관상 크게 두 가지. 건물의 안전성과 계획변경시 예산용도 변경 가능성이다. 하지만 안전성의 경우, 대학이 안전진단 용역을 맞긴 곳이 외부 전문기관이 아닌 학내 공대에 설치된 한 연구소라는 점에서 보존을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맞춤형 안전진단‘의 의혹을 제기 받고 있는 실정이다. ▲ 등록문화제로 등록된 도청본관 ⓒ김태성 기자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가 대학본부측에 자료확인을 요청하자 본부측 관계자는 "‘공문서’이기에 보여줄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로 답해왔다. 또한 “공문서 이기에 오히려 공개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에 이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있기에 안된다”고 답해왔다.

안전진단과 함께 예산의 용도변경 부분도 문제인데, 부산대의 사례는 이 두 가지 논란에서 '보존'측에 유리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대 시설과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9년에 완공된 '효원본관'은 97년 재건축안전진단 실시결과 철거대상인 'E'등급이 나왔다가 교수들의 반대로 정밀진단을 한 결과 'C'등급이 나와 리모델링으로 추진했다. 예산 역시 당초 재건축을 목적으로 95억원을 따왔는데 용도를 전환, 리모델링에 35억원을 들이고, 본관 옆 다른 건물을 헐고 새롭게 짓는데 60억원들 들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남대 본부측 관계자는 "인문대 건물은 벽돌조이고, 부산대본관은 철근콘크리트 이기에 똑같이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광주지역 등록문화재인 전남도청 본관(1925년 완공. 등록문화재 제16호)이나 서석초교 본관(1935년 완공. 제17호) 역시 70~80년 된 벽돌조라는 점에서 데서 설득력이 약하다.

때문에 본부측의 강행은 기본적으로 문화 마인드의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한편, 이같은 지역의 등록문화재 논란에 대해 행정당국인 광주시청 주무부서는 팔짱만 끼고 있다. "등록문화재는 소유주가 반대하면 안되는 일로 우리로선 대학 내의 결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문화재청의 입장은 달랐다. 4일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 관계자는 "현재 양측으로부터 찬반 각각의 의견을 한차례씩 받은 상태이며, 오는 19일까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등록대상 소유주의 의견만 받아서는 안되는 것이고 문화재등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우리가 대학측을 설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문화도시 어디서 찾을까

전남대 인문대 1호관 논란은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부분과 문화수도에 관한 부분으로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다.

근대문화유산들에 대한 논란은 토지효율성(경제성)과 역사성이 주된 핵심이다. 하지만 현재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는 또 다른 측면의 잣대가 필요할 듯 하다.

광주 북구문화의집 전고필 상임위원은 "근대문화유적 지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은 전문연구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몸담고 있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데 그 현장에서 문화재 파괴행위가 일어난 난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문들로 구성된 '인문대 1호관 철거반대위원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임낙평씨(광주환경운동연합 상임집행위원장)는 인문대 건물과  광주 5월민주화역사와의 관계속에서 보전을 주장하기도 했다.

임씨는 "오늘날 광주를 민주와 인권의 도시로 만든 것은 5월 항쟁이었고, 그 항쟁으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민주와 인권, 정의를 논하던 곳이 바로 인문학부 건물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역사성을 외면한 채 제대로된 검토도 없이 '새것'과 '행정편의'만을 찾는 다는 것은 반역사적 행태"라고 꼬집었다.  

근대문화적 가치와 건물이 품고 있는 시대성은 결국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과 맞닿아 있다.
인문대1호관 보전을 주장해왔던 전남대 사학과 최영태 교수는 "문화도시는 건물 몇 개 새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전제한 뒤, ”관공서나 지역민들이 나무 한그루, 건물하나 모든 것을 문화도시 조성이라는 큰 틀 속에서 보고 가꾸고 보전하려는 태도에서 문화도시가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일은 국가기관에서 앞장서야 할 텐데 전남대나 광주시는 거꾸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등록문화재란?

국보나 보물과 같은 지정문화재가 아닌, 근·현대시기에 형성된 건조물 또는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 형태의 근대문화유산중에서 보존 및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히 필요한 것을 말한다.

현재 광주전남지역 등록문화재는 모두 21건. 이 가운데 광주시내에 있는 것은 전남도청 본관(제16호)과 서석초등학교 본관 및 체육관(제17호)이다. 이들은 모두 일제 때 지어진 적벽돌 조적조 건물로, 근현대사의 산 증인이라는 점 또는 당시 건축물의 전형성을 이유로 등록문화재로 등록됐다.

이번 문화재청에서 등록예고한 문화재로는 전남대 인문대 1호관 외에 조선대 본관(1951년)과 수창초교 본관(1921), 전남대 광주교육대 본관(1939년)이 함께 포함됐다. 등록문화재가 되면 소유자나 관리책임자는 등록문화재의 원형보존에 노력해야 하고, 현상변경 하나에도 절차나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이광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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