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5월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5월은 계속되고 있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6.04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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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반대·비정규직 철폐 등 전국적인 연대 몸짓 확인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 내가 노래와 평화에 /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 … / 금남로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었다 / 우리가 한때 고개를 파묻고 울던 / 어머니의 하이얀 가슴이었다’  [김준태 - 금남로 사랑 중]

   
▲ 지난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5.18부활제 모습 ⓒ김태성 기자
‘이라크 파병 반대’ ‘비정규직 철폐’ ‘쌀 수입개방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언제나 그랬다. 당대보다 한발 더 앞서 역사를 도모하자고 먼저 옆구리 찔러 선동했던 것은 바로 깃발. 살아있는 사람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던 무수한 깃발들의 성난 아우성이었다. 그것은 또 금남로 거리를 들뜬 혁명의 미열과 흥분으로 거침없이 사로잡던 벅찬 승리의 노래이기도 했다.

비록 전야제가 끝나고 당신이 서둘러 부나방처럼 화려한 네온 속으로 묻혀 갔을 때도, 눈가에 그렁그렁 이슬방울이 맺히도록 토악질을 하던 그 순간에도, 푸른 새벽이 미처 도시의 맨 얼굴을 매만지기 전에도, 탄핵에서 풀려난 대통령이 국립 5·18묘지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던 시간에도, 도청에 잠시 걸렸던 해가 뉘엿뉘엿 뒷걸음질을 칠 때도, 5월이 지나가기 무섭게 그 흔적을 서둘러 지워버린 오랜 후까지도.

금남로를 나부끼던 무수한 깃발들이 보여줬던 구체적인 연대의 몸짓은 계급과 계층 그리고 지역을 뛰어 넘어 ‘아직도 5월이 계속되고 있다’는 5월 전국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싸우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끝없는 함성 / 앞서서 싸우니 산자여 따르라 / 앞서서 싸우니 산자여 따르라’   [님을 위한 행진곡]

노무현 대통령은 탄핵에서 정치적 해금이 이뤄지자 다시 국립5·18묘지를 찾았다. 기념식 도중에는 악보도 보지 않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열창해 국민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광주의 용기와 희생’이 ‘시민참여혁명’과 ‘참여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3월의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5·18의 전통’에 빚진 바 크다고 밝혀 자신의 정치적 부활과 민주주의의 부활을 연결시키는 등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연속 참석 전국화 도움…5·18 반독재 국한 아쉬움
도청 부활제서 ‘광주공동체’ 인류대안 세울 방안 고민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은 광주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강권하는가 하면 ‘이제 고통과 분노, 증오와 원한’을 초인적인 힘으로 뛰어넘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5·18을 ‘독재와 지역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협소하게 범주화함으로써 5·18이 지닌 인류 보편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데 인색했다는 지적이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 무엇이 두려우냐 출정하여라 / 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 나가 나가 도청을 향해 / 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광주출정가]

5월27일 전남도청에서는 제3회 부활제가 열렸다. 광주항쟁 10일간의 성과와 한계가 집중적으로 분출했다는 측면에서 ‘부활제’가 갖고 있는 의미가 적지 않을 터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흡사 빗줄기까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부활제는 ‘5·18민주유공자항쟁동지회’의 집안 잔치를 보는 듯해 안타까움을 더해줬다.

이와 관련, 김정길 5·18민중항쟁 제24주년 기념행사위원회 공동대표는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부활제가 무엇을 부활시킬 것인가가 빠져 버린 매우 추상적인 정체로 변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광주항쟁 기간동안 만들어 낸 광주공동체가 인류미래 사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의 공급자”라며 “다음 부활제부터는 광주공동체를 어떻게 인류대안으로 세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활제를 ‘희생’이라는 패배적 관점이 아닌 주체적 저항으로 승화시키는 관점의 변화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내용으로 지적됐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역사의 중심에 위치해야 할 세력들이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런 점에서 윤상원 열사를 중심으로 한 들불야학의 경험은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 뿌려진 너의 붉은 피 / 두부처럼 잘리워진 / 어여쁜 너의 젖가슴 /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오월의 노래]

5월 기념행사 전 기간을 통해 ‘오월의 노래를 부활제 노래극에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5월 기간 내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차에 ‘오월의 노래를 듣고 그 허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5·18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받았던 ‘오월의 노래가 어느 순간부터 공식무대와 길거리에서 불리지 않게 된 것은 아마도 5·18의 추상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5월 공간에서 가장 많이 불려지고 있는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광주 출정가와 비교해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5·18이 살아 생동하는 구체적 서사를 포기하고 추상의 영역으로 숨어들 때 ‘추모’는 사라지고 ‘기념’만 남게 된다. 물론 그 역도 성립하지만 5·18이 ‘추모’와 ‘기념’의 변증법적 지양을 통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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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 2004-06-09 11:59:51
정영대 기자의 지난 번 기사는 뜬금없이 518이 문화에 투항했다고 하드만, 인자는 추모는 없고 기념만 있다고 악쓰고 있구먼요. 기자는 도대체 요번 5월 행사를 조목조목 짚어보면서 현장을 찾았나요? 의심스러운 대목이요.

그리고 추모는 뭐고 기념은 뭐요?
518을 현재화한다는 건 또 어떻게 해야하는 거요?
생생하게 살려내야하는 것이 붉은 피를 쏟아야된다는 거요? 그래야 518이 현재화된다는 거요? 누가? 무엇을 이유로? 진지하고 자기자신부터 울리는 성찰을 근거로 글을 씁시다.

관광객 2004-06-07 15:34:30
.
5.18 의거 때 일사분란 단합된 모습을 보이던 광주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선발대다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리멸렬 과거로 과거로만 집착 회귀하고
엉뚱한 모양의 결집력을 발전시켜온 까닭이다.

김대중 지지 98%
민주당 지지 100%
노무현 지지 96%
열우당 지지 100%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5.18 민주화항쟁의 자랑스런 옛깃발을 계속 치켜들고 있다.
호남을 죽여온 건 경상도가 아니라
호남인들의 저 살벌한 결집력이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딴나라 당 사람들은 아예 호남 근처에서
발가락 한 마디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걸 보라.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호남을 죽여온 건 중앙정부의 지역차별이 아니라
호남인들 스스로인 걸
이 무식한 이름의 인민민주주의식 몰표 의식인 걸
깨달을 때

비로소 그때 가서 민주성지 어쩌구를 말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백날 앉아서 학술회의 의미규정 대통령 치사만 늘어놓고 있어봐라.

딴 동네 사람들이 들어가질 못하는 동네에서
무슨 놈의 발전이고 투자 유치이고 교육혁신이고 민주주의고 어쩌고에 대해
제삿날 돌아오니까 제삿상 차리듯이 5.18 축문을 읽어내려가면서

지역주의 극복 어쩌구를 외치는 걸까.....

범죄 한 건 없었던 그때 20여일 간을 자랑하지 말고
지금도 범죄 없는 마을을 만들지 않는 한

그날의 설움이 너무도 서러워서
다시는 당하지 말고 살어라고 자식들 교육 악착같이 시켜서
다른 동네보다 훨씬 더 잘난 놈들을 배출하지 않는 한

5.18 은 지나간 3.1 운동처럼
역사 속의 그냥 한 페이지로 기록되어 대학입시 수능시험에서 매년 출제되는
정답 다 아는 문제 한 문항 정도로 밖에는
어디 달리 쓸 만한 용도는 없는 단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사지을 땅 한 뼘도 없는
홍콩도 잘 살고
싱가폴도 잘 사는데

전라도는 허구헌날 중앙정부 바라보며 소외지대 넋두리만 하고 앉아서는
5.18 이 살아나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살 길은 교육 밖에는 없다.

서기 70년에 나라가 망한 후에
서기 1945년에 나라를 다시 세울 때까지
유대인들은 세상 온갖 곳에 흩어져 살면서 얼마나 설움을 받고 살았는지
그들이 발견한 최후의 살 길은 자식들 교육이었음을 보고

전라도가 사는 길은
지역차별 소외감 타령이나 하지 말고
악착같이 자식들 공부 가르치는 일이 유일한 살 길임을 각성하시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선언을 하지 못하는 한
여러분들은 영원히 불공평 타령만 하면서
앞으로도 (1945-70=?) 년 동안 낙오자들로 살아 갈 것이다..

100% + 98% + 96% + 의 몰표정신으로 승화한 5.18 정신을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수준에서

호남발 민주주의는 약발이 먹히지 않는
언제나 정치꾼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메뉴로서만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호라, 애재라, 부끄러움이 뭔지도 모르면서

바람부는 대로 휩쓸려다니는 사람들이여....!

96% 몰표로 뽑아준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면 그것이 전국화로 가는 길인가?
딴나라 사람들이 딴 동네 사람들이 발을 못붙이는데... ?
아예 포기하고 발톱을 못내미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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