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원, 쉬고싶다
소쇄원, 쉬고싶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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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관광객 100만명 발길 시달려 흙먼지만 풀풀/ 왕벚나무·백일홍 등 고사…봄 기운에도 삭막/ 광풍각 정자·제월당 곳곳 기울고 내려앉아/ "관람료 받으면 발길 좀 줄까" 유료화 논의/ '2년간 휴식년제 도입' 주장에도 무게 실려// · '소쇄(瀟灑)하다'는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로 풀이된다. 조선시대 최고의 정원, 아니 원림으로 알려진 담양 소쇄원도 한자 표기가 같은 걸 보면 바로 그런 기운이 서린 땅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을까. 처사공 양산보가 지금 함께 있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 어쨌든 지금 소쇄원에 가면 그런 맑고 깨끗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뭄까지 겹쳐 푸석푸석한 흙먼지만 발에 밟힌다. 산으로 비유하면 민둥산이 연상된다. 이렇게 원형을 잃어가는 소쇄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소쇄원 관람료를 징수하거나, 휴식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이 소쇄원의 원형 회복에 얼마나 효과를 미칠 것인가의 의문도 제기되지만 소쇄원보존회가 구성되면서 소쇄원 살리기 운동이 가시화된 것이다. 소쇄원 살리기는 소쇄원을 관리하고 있는 양재영씨(40·양산보의 15대손)를 비롯해 지역문화 활성화에 뜻을 같이하는 인사 50여명이 모여 소쇄원 보전을 약속하고 소쇄원보존회를 2월21일 출범시키면서 이 보존회를 중심으로 관람료 징수문제, 휴식년제 도입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도대체 소쇄원이 얼마나 망가졌기에 이런 제안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자생하던 고사리 등 초본류는 물론 왕벚나무 백일홍 등 목본류는 고사해 지금 신록이 움트는 때를 맞았지만 소쇄원에서 화산한 봄은 찾을 수 없다. 지반이 침하되어 광풍각 정자가 기울고 제월당 구들장이 떨어져 나갔으며 배수로도 막혀있다. 양씨는 연간 소쇄원을 다녀가는 관광객을 100만명 내외로 추산한다. 다른 관광지에 비해 관람밀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광주권에 볼만한 관광지가 부족한 현실에서 소쇄원을 찾는 관광객은 갈수록 늘어 문화유산의 파손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래서 관광객을 제한하자는 뜻에서 관람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들을 문화전문가들이 제기한다. 물론 오는 관광객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훼손이 심각해 발길을 제한해야 하는 궁여지책인 것이다. 양씨는 더 이상 소쇄원이 훼손되는 것을 막고자 관람객들에게 입장료를 징수하겠다는 공문을 최근 담양군에 제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서상 사유지에 위치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다는 것이 무리인 것도 고민한다. 도덕성이 거론될 것이고, 관람료 수입의 투명한 관리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양씨는 관람료를 받을 경우 관광객이 현저히 줄어들 것은 당연해 연간 3만∼4만명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 따라서 관람료 수입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관람료를 받으려는 것은 재정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관광객을 통제하여 소쇄원이 제대로 숨쉴 수 있게 하자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소쇄원보존회는 아예 소쇄원 문을 닫는 휴식년제 도입도 생각했다. 전고필씨(소쇄원보존회 총무)는 "2년간의 휴식기간을 두자"고 강하게 주장한다. 3년전부터 소쇄원 훼손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조사 분석을 시작했던 전씨는 "담양군이 소쇄원림 보존을 위해 조사가 시작됐던 지난 1983년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 60%가 망실됐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전씨는 회복 기간을 최소 2년으로 잡고, 자연치유를 기다리거나 무너져 내린 담장 등의 복토 및 고사한 나무들을 식생 또는 삽목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정동오 문화재 전문위원, 김농오 목포대교수, 유홍준 영남대교수 등은 휴식년제를 도입하거나 관람료를 징수해 선진국형의 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방호책을 설치해서라도 미숙한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한다. 양씨는 "소쇄원은 양씨 문중의 사유재산인데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문중이 사유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개념으로 해석하면 된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소쇄원 관람을 공유한다. 그러나 관리는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20년간 관리자로서 안고 있는 부담을 토로한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됐지만 훼손된 조경이나 시설 복원만 담양군이 처리할 뿐 현재 담양군으로부터 관리비 지원은 없다. 어려운 관리환경 속에서 소쇄원은 망실되고 더 이상 관광객을 통제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관람료 징수, 휴식년제 도입이 거론되지만 소쇄원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관할 기관인 담양군의 입장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담양군은 관람료 징수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관람료 징수를 공론화하는 장을 마련, 수입의 집행 계획 등도 세워야 한다. 또 시차입장제, 사전 예약관람제, 관람정원제 등을 두는 다른 소쇄원 보존 방법도 찾을 수 있다"며 당장 시행은 어렵고 예고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쨌든 관람료를 징수하든 휴식년제를 도입하든 관광객이 줄어들면 주변 관 광 및 편의시설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담양군이 꺼리는 것도 있다. 소쇄원은 가사문화권 일대의 원림이면서 죽물박물관까지 관광객을 잇는 벨트가 된다. 이 같은 영향은 광주시도 마찬가지. 광주비엔날레, 김치축제 등 행사 관광객은 당연히 소쇄원을 찾는다. 더욱이 2002월드컵을 앞두고 휴식년제 도입은 더욱 피하고 싶은 처지다. 소쇄원은 몸살을 앓고 있지만 말이 없다. 관광객이, 관리자가 이를 헤아리고 치유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양씨는 늦어도 7월까지는 담양군과 조율을 끝낼 생각이다. 관람료 징수가 안되면 폐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곧 휴식년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만큼 소쇄원의 숨고르기가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나 개인의 판단만은 아니다. 소쇄원보존회 등 소쇄원을 사랑하는 문화재 전문가들 모두 공통된 견해이다. 문화재 지정은 되어 있지만 개방의 의무는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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