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호
3월 12일 맑았던 것 같음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즉시, “위태로운 이 나라를 지금 바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열린우리당을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 삼월 십이일 정오 아버지 씀”이라 쓰고 쓴 것을 아들에게 보내고자 했다.
그런데, 순간 다시 생각해보니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국민들이 키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 위태로운 이 나라를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 ...... 씀” 이라 썼다.
기왕 낙관까지 찍은 것이라 버리지 않고, 먼저 쓴 것은 객지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 보내고, 나중 것은 군대의 아들에게 보냈다.
3월 20일 쯤. 맑았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憲裁에서 彈劾이 可決된다면 民主守護를 渴望하는 모든 國民은 벌떼처럼 일어나 싸울 것이다.”라고 두장을 썼다.
두 놈 다 한자를 모르는 걸 알지만 일부러 모두 한자를 썼다. 모르니 서로 물어볼 것 아닌가? 학교에서 물어보면 학원선동죄, 군대에서 물어보면 군기문란죄나 국군선전선동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면 시민궐기유도죄가 된다.
4월 6일 달력을 보니 화요일이다.
[시민의소리]에서 전화가 왔다. 요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탄핵국면과 젊은 제자들한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이 답답하던 터라 볼펜에 불을 붙였다.
4월 7일 날씨는 기억 안남
주변의 유수한 국어사회학 박사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글이 좀 강하기는 하지만 “위태로운 이 나라를 지금 바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탄핵 철회에 온 힘을 기울이는 길밖에 없다.”라고만 고치면 어쩌겠냐는 것이다.
쌍둥이까지 합친 네명의 동방박사에게 보이길 잘했다. 3월 12일 일기 내용대로 썼더라면, 나는 확실히 모가지다. 역시 나는 순진 단순 무식하다.
4월 8일 오후 이메일로 보냈다.
4월 12일 월요일 맑음
느닷없는 전화가 아침부터 빗발친다. 오후 4시경에 시 선거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6시가 넘도록 문답을 받고 손도장을 찍고나왔다. 선거법 위반에 걸려든 핵심은 “월곡중 교감 김선호”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냥 김선호”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월곡중 교감”은 문제가 되고, 아무리 문제가 커도 “그냥”은 문제가 없는 우리나라는 정말로 이상한 나라다. 오늘부터 모든 기고문에 “그냥 김선호”라고 쓰고자한다.
4월 13일 화요일 맑음
자기의 부탁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기자의 마음이 편치 못한 모양이다. 오후에 검찰에 고발당했다.
4월 15일 오후 6시
위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너희들 과반 수 넘었다고 자만하지 말라. 잡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벌써 다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말 잘해라. 국민 앞에 사회주의노동당으로 비춰지지 말고, 정말로 민주주의노동당이 된다면 4년 후에는 민주노동튀밥당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해준다.
4월 16일 금요일 맑음
나를 아껴주는 많은 분들이 소낙비를 피해가라고 하지만, 가랑비도 막을 우산이 없다. "그냥 김선호"가 아니라 "월곡중 교감 김선호"를 당당하게 쓸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변해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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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투표의 호남 버전은
묻지마 투표의 영남 버전이 견제와 균형론에 기초한 것과는 달리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우루루루루루
휩쓸려 다니는 집단심리 "전통"에서 비롯된 거라고 보이네요.
인물도 필요 없고
정책도 필요 없고
김대중 우상화와
노무현 우상화로 이어지는
끝없는 우상들을 만들어가는 집단심리...
아주 오래 묵은 일종의 소외감 열등의식 불안감 같은 것들을
정치라는 굿판에서의 화풀이와 한풀이로 이어가는
끝없는 대리만족 추구의 카타르시스를
지역 정서라고 이름 붙여
이런 교육자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주입해오고 있었음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 우상들이 우뚝 선 것을 보게 될 때에
"위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자화자찬을 하는 거죠.
호남의 묻지마가
영남의 묻지마를 이겼을 때에 한해서
"위대한 국민"의 선택이라고 하는 것을
김대중 당선 때도 그랬었지요?
그리고는 그 우상이 망가질 때면
야멸차게 걷어내차는 사람들이 되어왔죠....
그래서 이제는 다시 세월이 바뀌어
왕년의 우상 김대중을 지지하면 지역주의가 되고
후계자 노무현을 지지하면 전국주의가 된다는 환각으로 전이되고....
가신정치라는 용어는 코드정치라는 미국어 이름으로 바뀌어
로드맵이라는 미국말 신문용어 포장지와 함께 우중들의 눈을 가려도
어느 누구 하나 이런 매판주의 정신상태를 지적하는 교육자는 없고...
이 호남 버전 묻지마 투표의 전국주의 지향성은
번번히 영남의 묻지마 투표라는 지역주의 "깽판"으로 인해
언제나 반쪼가리가 되네요.
여기에 이런 교육자들의 분노와 흥분이 더욱 기름을 붓는 거지요?
내 생각과 일치하면 위대한 국민이 되고,
내 생각과 다르다면 천인공노할 한+민 공조 ....
이래서 5.18 정신은 호남의 지방특산물로 여전히 남아 있을 뿐
국민정신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건 아닐는지요?
영남의 지역주의를 호남 버전 전국주의 몰표로는 깨지 못해서... ?
아직도 여러분들의 보이지 않는 심성 맨 밑바닥에 울화가 남아있고
그 증오심을 씻어내는 게 아니라 다만 덮어서 가리는 위선으로서의
영웅만들기 우상화 추구에의 집단심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더군요.
우리의 우상 아무개가 없으면 나라 전체가 잘 안돌아가리라고 보는
뿌리 깊은 정서불안 심리.....
그것은 나라 전체가 망가져야 그때 비로소 우상이었다고 인식되는 -
그러고도 또 다른 우상을 찾아가는 -
어찌 해볼 수 없는 중독증세 같은 것이 보이네요.
바람(風)이 인재(人材)를 날려버리는 현상을 스스로 보면서도
스스로 "위대한" 선택이라고 자부하는 이런 자기 기만의 궤술(詭述)이
이렇게 교육계의 지도자들에 의해서도 뒷받침이 되네요.
이것이 궤변론(詭辯論) 서술(敍述)이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른들 말씀 잘 따르는 묵종의 천진난만한 단체행동이 더 중요한
풀뿌리 몰표 정서를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가
(문화라는 게 호흡하는 듯이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보면)
한국에서는 천재가 설 땅이 없고 영재교육이 착근하지 못하는
토양을 만들고 있지요....
인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람(風)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람에...
아직도 더 많은 수모를 겪으셔야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으실 것 같구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집권 여당에 줄을 서야 된다는 한국의 현대사의
정치적 교훈 때문에.....
줄줄이 집단 탈당 단체장 행렬이 즉각적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가 몰표를 몰아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생존(生存)을 위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호남 버전을 보는 겁니다.
살아남아야 했었기에 ...
걍 눈감고 팍팍 찍어부렀당께...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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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옛날 고향마을을 잠시 둘러봤더니만
여기서 졸지에 백수 취급을 받네요이~ 이궁!)
시간이 남아 돌아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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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들 계속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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