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고백과 탄핵일기
양심고백과 탄핵일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4.04.16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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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3월 12일 맑았던 것 같음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즉시, “위태로운 이 나라를 지금 바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열린우리당을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 삼월 십이일 정오 아버지 씀”이라 쓰고 쓴 것을 아들에게 보내고자 했다.

그런데, 순간 다시 생각해보니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국민들이 키워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 위태로운 이 나라를 ......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살려내는 길밖에 없다. ...... 씀” 이라 썼다.

기왕 낙관까지 찍은 것이라 버리지 않고, 먼저 쓴 것은 객지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에게 보내고, 나중 것은 군대의 아들에게 보냈다.


3월 20일 쯤. 맑았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憲裁에서 彈劾이 可決된다면 民主守護를 渴望하는 모든 國民은 벌떼처럼 일어나 싸울 것이다.”라고 두장을 썼다.

두 놈 다 한자를 모르는 걸 알지만 일부러 모두 한자를 썼다. 모르니 서로 물어볼 것 아닌가? 학교에서 물어보면 학원선동죄, 군대에서 물어보면 군기문란죄나 국군선전선동죄,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면 시민궐기유도죄가 된다.

4월 6일 달력을 보니 화요일이다. 

[시민의소리]에서 전화가 왔다. 요즘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면서, 탄핵국면과 젊은 제자들한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슴이 답답하던 터라 볼펜에 불을 붙였다.


4월 7일 날씨는 기억 안남

주변의 유수한 국어사회학 박사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글이 좀 강하기는 하지만 “위태로운 이 나라를 지금 바로 살려낼 수 있는 길은 탄핵 철회에 온 힘을 기울이는 길밖에 없다.”라고만 고치면 어쩌겠냐는 것이다.

쌍둥이까지 합친 네명의 동방박사에게 보이길 잘했다. 3월 12일 일기 내용대로 썼더라면, 나는 확실히 모가지다. 역시 나는 순진 단순 무식하다.


4월 8일 오후 이메일로 보냈다.

4월 12일 월요일 맑음

느닷없는 전화가 아침부터 빗발친다. 오후 4시경에 시 선거관리사무소에 도착하여 6시가 넘도록 문답을 받고 손도장을 찍고나왔다. 선거법 위반에 걸려든 핵심은 “월곡중 교감 김선호” 이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냥 김선호”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어도 “월곡중 교감”은 문제가 되고, 아무리 문제가 커도 “그냥”은 문제가 없는 우리나라는 정말로 이상한 나라다. 오늘부터 모든 기고문에 “그냥 김선호”라고 쓰고자한다.

4월 13일 화요일 맑음

자기의 부탁 때문에 내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기자의 마음이 편치 못한 모양이다. 오후에 검찰에 고발당했다.

4월 15일 오후 6시

위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 너희들 과반 수 넘었다고 자만하지 말라. 잡탕당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벌써 다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말 잘해라. 국민 앞에 사회주의노동당으로 비춰지지 말고, 정말로 민주주의노동당이 된다면 4년 후에는 민주노동튀밥당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해준다.

4월 16일 금요일 맑음

나를 아껴주는 많은 분들이 소낙비를 피해가라고 하지만, 가랑비도 막을 우산이 없다. "그냥 김선호"가 아니라 "월곡중 교감 김선호"를 당당하게 쓸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변해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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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2004-04-20 00:23:33
.
묻지마 투표의 호남 버전은
묻지마 투표의 영남 버전이 견제와 균형론에 기초한 것과는 달리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우루루루루루
휩쓸려 다니는 집단심리 "전통"에서 비롯된 거라고 보이네요.

인물도 필요 없고
정책도 필요 없고

김대중 우상화와
노무현 우상화로 이어지는

끝없는 우상들을 만들어가는 집단심리...

아주 오래 묵은 일종의 소외감 열등의식 불안감 같은 것들을
정치라는 굿판에서의 화풀이와 한풀이로 이어가는
끝없는 대리만족 추구의 카타르시스를
지역 정서라고 이름 붙여

이런 교육자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주입해오고 있었음을 보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 우상들이 우뚝 선 것을 보게 될 때에
"위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자화자찬을 하는 거죠.

호남의 묻지마가
영남의 묻지마를 이겼을 때에 한해서
"위대한 국민"의 선택이라고 하는 것을

김대중 당선 때도 그랬었지요?

그리고는 그 우상이 망가질 때면
야멸차게 걷어내차는 사람들이 되어왔죠....

그래서 이제는 다시 세월이 바뀌어
왕년의 우상 김대중을 지지하면 지역주의가 되고
후계자 노무현을 지지하면 전국주의가 된다는 환각으로 전이되고....

가신정치라는 용어는 코드정치라는 미국어 이름으로 바뀌어
로드맵이라는 미국말 신문용어 포장지와 함께 우중들의 눈을 가려도
어느 누구 하나 이런 매판주의 정신상태를 지적하는 교육자는 없고...

이 호남 버전 묻지마 투표의 전국주의 지향성은
번번히 영남의 묻지마 투표라는 지역주의 "깽판"으로 인해
언제나 반쪼가리가 되네요.

여기에 이런 교육자들의 분노와 흥분이 더욱 기름을 붓는 거지요?
내 생각과 일치하면 위대한 국민이 되고,
내 생각과 다르다면 천인공노할 한+민 공조 ....

이래서 5.18 정신은 호남의 지방특산물로 여전히 남아 있을 뿐
국민정신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건 아닐는지요?
영남의 지역주의를 호남 버전 전국주의 몰표로는 깨지 못해서... ?

아직도 여러분들의 보이지 않는 심성 맨 밑바닥에 울화가 남아있고
그 증오심을 씻어내는 게 아니라 다만 덮어서 가리는 위선으로서의
영웅만들기 우상화 추구에의 집단심리가 계속 반복되고 있더군요.

우리의 우상 아무개가 없으면 나라 전체가 잘 안돌아가리라고 보는
뿌리 깊은 정서불안 심리.....

그것은 나라 전체가 망가져야 그때 비로소 우상이었다고 인식되는 -
그러고도 또 다른 우상을 찾아가는 -
어찌 해볼 수 없는 중독증세 같은 것이 보이네요.

바람(風)이 인재(人材)를 날려버리는 현상을 스스로 보면서도
스스로 "위대한" 선택이라고 자부하는 이런 자기 기만의 궤술(詭述)이
이렇게 교육계의 지도자들에 의해서도 뒷받침이 되네요.

이것이 궤변론(詭辯論) 서술(敍述)이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른들 말씀 잘 따르는 묵종의 천진난만한 단체행동이 더 중요한
풀뿌리 몰표 정서를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가

(문화라는 게 호흡하는 듯이 자연스러움을 느끼는 분위기라고 보면)

한국에서는 천재가 설 땅이 없고 영재교육이 착근하지 못하는
토양을 만들고 있지요....

인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람(風)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바람에...

아직도 더 많은 수모를 겪으셔야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으실 것 같구료.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집권 여당에 줄을 서야 된다는 한국의 현대사의
정치적 교훈 때문에.....

줄줄이 집단 탈당 단체장 행렬이 즉각적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가 몰표를 몰아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생존(生存)을 위한, 한국적 민주주의의 호남 버전을 보는 겁니다.

살아남아야 했었기에 ...

걍 눈감고 팍팍 찍어부렀당께...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길래....

.
.

(마누라 옛날 고향마을을 잠시 둘러봤더니만
여기서 졸지에 백수 취급을 받네요이~ 이궁!)

시간이 남아 돌아서 한 말씀 올렸습니다.
.
수고들 계속 하세요~
.
.

과객 2004-04-18 00:50:05
가는곳마다 끈질기게 무지 많은 양의 글을 쓰시네....정성 감탄^^

관광객 2004-04-17 15:43:19
.
순진하신 선생님.

법 없이도 사실 수 있는 분

그러나 법을 아셔야 하죠.

그리고 법을 알고 계셨잖아요...

법은 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질서 도구 가운데 하나이니까
세상이 복잡해질 수록 법을 아셔야 하지요.
법이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제가 검사라면 그냥 기소유예 처분으로 종결할 것 같은데
그게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

뭐가 잘못된 건지를 아셔야 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

왜 많은 학생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선생님은,
그리고 많은 주민을 상대하는 공무원은
정치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면 안되는 건지
당해 법의 법리 타당성의 배경을 아셔야 하는 거지요....

정치판의 이전투구는 각종 그럴싸한 구호와 멋진 웅변에도 불구하고
거의 다 상대적인 진리가 되고 힘겨루기 목적용의 양심이 되니까요.

그 물결에 따라 춤을 추면
그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들이 춤을 추고
그 공무원에게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주민들이 춤을 추게 되지요.

모든 인간이 다 내가 추는 춤이 올바른 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다 내 방식이 최선의 최고의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에

모두 다 춤바람이 나지요.

그게 문제이지요.

국민교육헌장 외우지 않으면 두들겨 맞아야 했던 시절을 기억하신다면
틀린 선생 앞에서 아이들은 대들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김대중 씨 뽑을 땐 모두가 좋아했지만
김대중 씨 망가질 땐 모두가 싫어해서
그의 잔류 병력들 죄다 감방 보내고 걷어차고 내동댕이 치고서는

처음엔 김대중 씨 뽑은 선거가 올바른 선거였닫고 가르치고
나중엔 김대중 씨 뽑은 선거가 잘못 뽑은 거라고 가르치시렵니까?

젊은이여, 투표장으로 가라!고 그래서 권면하시는 겁니까?

5년 만에, 4년 만에, 뒤집어지는 정치에 대한 교육자의 양심은
아이들이 7년 뒤에도 참스승의 가르침이라고 기억하겠는지요?

신분에 대한 불이익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미 선거법 위반인 것 알고 쓰셨는데 그거 무서워서 뭐
하고 싶은 말씀 못하셨겠습니까?

문제는 왜? 교육자의 정치 "현안" 교육이
교육자의 신분을 표방한 공공연한 정치적 의사 표시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현실적으로 더 많은지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깨달으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진리와 진실은 세월의 여과를 거쳐야 검증되기 때문입니다.

그 판결은 어차피 5년 뒤에 진짜로 내려지겠으니까 말입니다.

김영삼 씨의 처음과 끝이 달랐던 것처럼
김대중 씨의 처음과 끝이 달랐던 것처럼
노무현 씨에 대해서도
5년 후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세상의 "양심"이니까요.

노무현 씨가 남은 4년을 엉망진창으로 국가를 휘돌려 놓으면
지금의 탄핵이 선견지명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거고
노무현 씨의 남은 4년이 성공적인 국가경영의 열매를 거두게 되면
지금의 탄핵은 "학실하게" 잘못된 선택이 되는 것이겠죠.

이렇게 상대적인 세상 인심에
왜 교육자가 그때 그때 흥분하셔야 합니까?

양심 고백이 아니라 흥분 고백을 하시고 계신 겁니다. 지금.

송두율 교수가 사람이 악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행실과 선택이 그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의 의도와 상관 없이
대한민국 국익에 위해가 되는 것이 문제라는 거죠....

그도 학자의 "양심"을 이야기 하였죠....

전쟁 때 피아 구분 없이 부상병을 치료해주는 일은 훌륭한 일이지만
인민군 간호장교 복장 비슷한 옷을 입고 치료하지는 말라는 거죠.
간호사의 양심과 관계 없이 인민군의 자비심이 선전된다는 거죠.

아시겠습니까?

법질서가 요구하는 사항을?

통일이 되고 나서 백 년이 지나고 나면 또 달리 평가가 나겠지만....

조지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 하건 말건, 현재성을 갖는 사안에 대해
미국의 초 중 고등학교는 절대 언급하지 않고 디립다 학교공부만 시키죠.
사회 과목에서 신문기사 논조 연구 분석 과제물은 내주지만...

이미 세상에서 찬/반 양론이 있는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각자의 연구 조사 관점을 재구성하여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인식의 방법론과 자기의사 표현의 논리적 구성능력을 보고 점수를 주지
침공이 잘못되었다고 하면 높은 점수
침공이 잘 되었다고 답하면 낮은 점수를 줄 수가 없게 되어있지요...

학생들이 보고서 쓰기 전에
선생님의 "견해"와 많은 "의견"을 토로하시면
그건 반칙이 됩니다.
왜냐하면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방향의 예단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리다, 라는 선생님의 보충설명을 듣고
이분법 흑백의 진리를 기대한다는 걸 숙제하는 아이들이 알게 되니까요.

하물며 정치판에서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 간의 힘겨루기 싸움판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해 - 그것도 인권침탈 문제가 아니고 법의 해석 문제를
명분으로 삼아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이전투구 판의 일인데....

그 승부의 중력추와 판세를 누가 본능적으로 더 잘 읽는데....

그런데 거기서
선생님이 "참스승의 양심"을 투영하여 "선"과 "악"을 구분 강의하시는 게
선생님 개인적인 양심의 - 모든 선생님이 각자 다른 양심 구조의 -
참교육이 되겠는지요?

누구나, 내 생각을 따르는 사람들이 귀엽게 여져지기는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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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을 가르치려고 하다니, 이게 영 되먹지 않은 글이죠? )

종교와 정치가 결합하면 큰 일이 나고
교육과 정치가 한데 어울어지면 큰 일이 납니다.

떨어져 있어야 하고
떨어져서 가르쳐야 하지요....

선생님보다는 몇 년 더 짧은 세상을 살았지만

이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거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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