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선은 없었다”
“아름다운 경선은 없었다”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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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광주동구 경선 단상
열린우리당 동구 경선 드라마가 ‘어쨌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선지역 확정→경선일정 유보→제한경선 방침→여론조사 경선→세 후보간 국민경선 이라는 우회로를 돌고 돌아 ‘천신만고’ 끝에 목적지에 다다른 것이다.

그 때문일까. 동구 경선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나름대로 극적인 긴장감을 보여주긴 했지만 여간해서 감동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오히려 막후에서 벌어졌던 ‘폭로전’과 ‘음모론’의 숨막히는 정치적 구태가 ‘중앙당의 검은 손’과 한데 엉켜 붙어 ‘정치혐오’의 증상에 더 큰 외상만 남겼을 뿐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경선이 실종된 자리에는 이른바 ‘선수’들의 ‘선거전술’만 횡행했다. 애시당초 ‘아름다운 경선’은 씨알이 먹히지도 않을 소리였던 것일까.

24일 오후 광주 동구 소재 KT빌딩 3층 대강당에 일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실시된 국민참여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

   
▲ 열린우리당 동구 경선에서 승리한 양형일 후보

“기호 1번 양형일 후보 568표….”
순간 대강당은 환호와 고성, 흐느낌이 함께 교차하는 ‘그로테스크’한 풍경이 연출됐다. 어차피 승자와 패자가 있는 상황에서 예상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그림의 단면이다. 특히 이들 지지자들이 경선에 ‘올인’을 했다면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하지만 소란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최고 절정’의 순간 ‘주연배우’가 무대에 올랐는데 야유와 흐느낌으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양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J. F 케네디를 인용하며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되 소수의 의견을 묵살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노인수 후보와 이윤정 후보에 대해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폭로전·음모론·정치적 구태 얼룩…정치혐오 가중
중앙당 ‘경선방법’ 잦은 번복 후보갈등 부채질
마지막 순간까지도 ‘전자투표 부정 의혹’ 논란

양 후보는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슬픔과 어려움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며 “노-이 후보의 심정적 어려움을 같이 나누자”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와 이 후보가 “양형일 후보의 당선 축하”와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승리”로 화답하자 그런 데로 경선 승복의 모양새가 갖춰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설 후 총총히 행사장을 빠져나가던 경선 탈락자들의 진정한 속내를 확인할 순 없었다. 패자는 더 이상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탈락 후보의 뒤를 따르던 지지자 중 한 사람이 ‘경선 음모설’을 들먹이는 순간 또다시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왔다.

그리고 ‘음모설’은 곧바로 ‘전자투표 부정 의혹’이라는 형태로 구체화 됐다. 탈락 후보측 일부 선거운동원들이 ‘전자투표 기계’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탈락 후보측에서 이 주장을 접자 결국 ‘음모설’은 하나의 헤프닝으로 소멸됐다. 그리고 ‘민주주의 1번지’라는 광주의 마지막 경선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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