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이대로 두고 떠난다니…”- 한빛고 눈물의 졸업식
“학교를 이대로 두고 떠난다니…”- 한빛고 눈물의 졸업식
  • 이상현 기자
  • 승인 200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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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성 기자
25일 오전 전남 담양에 있는 대안학교 한빛고 강당에서는 98년 개교 후 네 번째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 재학생 가족들이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린 이날 졸업식은 여느 학교처럼 졸업장 수여와 송사 답사로 의식이 진행됐다.

그러나 떠나가는 졸업생도 남아있는 재학생과 교사, 이를 바라본 학부모들은 마음은 '폐교'라는 굴레 때문에 무거운 마음이 졸업식장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관련기사 인터넷 포토뉴스>

특히 예정에도 없던 안행강 설립자 인사말이 불쑥 소개되자 구성원들의 얼굴이 일순간 긴장으로 변했다. 축하 분위기를 가라앉힌 인사말은 약 5분만에 끝이 났다. 이를 듣던 구성원들도 쓰린 가슴을 쓸어 내야 했다.

한 졸업생은 "안 설립자의 인사말의 대부분이 학교 설립이념과 과정을 설명했지만 지금의 학교파행에 대한 반성은 한마디도 없었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안씨와 일부 학부모들은 강당 밖에서 학교 파행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고성을 오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안씨를 바라본 한 학부모는 "폐교를 신청한 당사자가 어떻게 교사들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 앞에서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인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빛고 4회 졸업식 학교 걱정으로 눈물 바다
떠나는 졸업생도 남은 재학생도 '희망 찾기'


이날 안씨는 "졸업생들에게 학교를 떠나더라도 한빛고 정신을 잃지 말고 잘 생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사말을 했다"고 밝히며 폐교 행정심판 '기각'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논의 한 후에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겠다"며 폐교입장을 여전히 고수했다.

이러한 긴장된 의식이 끝난 후 교사 전원과 졸업생 92명이 일일이 악수하면서 3년간의 정을 나누는 두시간 정도의 석별행사에서는 말 그대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학생들은 교사들과 손을 잡거나 어깨를 포옹 할 때마다 눈시울 붉히거나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정든 학교, 교사들과 이별을 준비했다.

유독 눈물을 많이 흘렸던 졸업생 한별군은 "폐교를 앞둔 학교를 그대로 두고 떠난다니 너무 죄송하고 걱정스럽다"며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학교를 자주 찾겠다"고 학교사랑의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회장을 맡아 학교 정상화 투쟁에 앞장섰던 김바다 군 "전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3년간 정들었던 학교생활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며 "아름다운 학교에 신입생도 들어오지 못하게 돼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경영진에게 '폐교철회를 통한 학교정상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답사를 맡았던 김 군은 "졸업식장이 슬프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익살스러운 유머와 꽁트 형식으로 꾸몄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운동가의 삶을 살겠다"고 장래희망을 밝히기도 했다.

송사를 한 2학년 이수빈 양은 "1학년이 없어 앞으로 학교생활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오늘 졸업한 선배들이 대학에 가서도 한빛을 잊지 않고 당당하게 생활 해주기를 바란다"며 "이사장이 하나님 사랑을 강조했지만 아직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들린다"고 '학교정상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대안고교로 출발한 한빛고는 네 번째 졸업생을 내보내면서 이제 170여명의 재학생과 교사들만이 남아 있다. 폐교라는 법인의 비교육적 횡포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들은 졸업식장에서도 학교 정상화라는 희망찾기에 모두가 하나된 정성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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