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천-한영애 ‘닮은 꼴’ 정치인생
김경천-한영애 ‘닮은 꼴’ 정치인생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4.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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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은 ‘여성 정치인’과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광주·전남의 전 지역구를 통틀어 역대 여성 출마자는 16대 총선에 도전장을 던졌던 한영애 전 의원(화순·보성)과 김경천(광주 동구) 의원이 유일하다는 점에 이미 그 해답은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전국적으로 지역구 여성의원이 5명밖에 없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그나마 광주와 전남은 나은 편이라는 목소리에 잔뜩 힘이 실릴 것도 같다.

어쨌든 지난 16대 총선에서 동시 출사표를 던졌던 이들 두 의원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한 전 의원이 총선연대의 ‘집중 낙선대상’이라는 유탄에 맞아 패배의 고배를 마실 동안 김 의원은 이영일 전 의원의 도전을 뿌리치고 당당히 총선 금뱃지를 움켜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전 의원과 김 의원의 ‘닮은 꼴’ 정치인생이 눈길을 끈다. 일단 한 전 의원과 김 의원은 둘 다 ‘DJ’와 특수관계를 지렛대로 정치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전 의원이 ‘DJ家’와 30년 이상 동지적 인연을 맺어 정치권에 입문했다면 김 의원도 지난해 타계한 소심당 조아라 여사를 매개로 줄을 대 16대 총선의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이 둘은 또 비교적 우수한 의정활동에도 불구하고 ‘구태정치인’으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저질·막말시비’로 총선연대가 선정한 ‘낙천·낙선운동 대상’으로 지목돼 끝내 여의도 입성의 꿈을 접어야 했다. 김 의원도 200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대열’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결국은 ‘노무현 흔들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한때 ‘청산 대상 정치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DJ 후광입고 정치입문…우수의정활동 불구 구태정치인 지목
김대웅 전 고검장·박주선 전 법무비서관 등 검찰출신과 일전
광주·전남지역 유권자 여성정치인에 대한 이중의식 비판도


이와 함께, 검사출신 후보를 상대로 총선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한 전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당시 ‘옷로비 사건’으로 ‘법복’을 벗은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맞서 일전을 겨뤘다. 마찬가지로 김 의원도 오는 17대 총선에서 ‘이용호 게이트’로 일선에서 물러난 김대웅 전 광주고검장을 상대로 경선을 치러야 할 입장이다.

물론 김 전 고검장이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에 입당은 했지만 ‘공직후보자 자격심사’를 무사히 통과할 지는 미지수여서 양자 대결이 이뤄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지역일각에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이 여성정치인에 관한 한 철저히 이중의식을 갖고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6대 국회에서 보여준 남성의원들의 숱한 ‘여성비하적’ 발언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태도를 보이다가도 유독 여성의원들의 막말에는 비판의 핏대를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측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지구당 운영과 관련 즉흥적이고 일부 원칙이 없었던 점 때문에 신뢰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태정치인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7대 총선 코드는 개혁과 청렴 그리고 여성”이라며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김 의원이 낙선대상에 선정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의원이 한 전 의원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한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적어도 김 의원은 한 전 의원만큼 ‘저질·막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김대웅 전 고검장과 박 의원의 출신고인 일고와 광고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광고가 응집력이 강하다면 일고는 ‘모래알’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김 전 고검장의 경우 ‘이용호 게이트’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들어 공직심사특위에서 김 전 고검장의 낙마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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