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 불구 '썰렁한' 채용박람회
실업대란 불구 '썰렁한' 채용박람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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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어 헤매는 구직자들, 사람 없어 아우성인 지역업체들. 이들을 요구를 절충하기 위해 광주시가 내놓은 것은 채용박람회.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구직자와 기업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데 있다. 구직자들이 직업을 고르는 데 가장 따지는 조건은 '기업 이미지'다. 이른바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성이 따로 필요 없다. 3년째 서울 소재 기업에만 이력서를 넣고 있는 이지만씨(29)는 "의학이나 연구 분야 등 전문 능력을 요구하는 데만 아니면 모든 기업이 수습 기간을 두기 때문에 회사 들어가서 일 배워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또, 구직자 대부분이 '기업 이미지=근무조건'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에 비해 지역 기업 이미지가 나쁜 것은 단순한 선입견이 아니라 업무 시간, 휴가, 상여금 등이 입사 당시 약속한 대로 정확하게 지켜지기 않는 현실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지역 기업들은 가장 먼저 "광주에 일자리가 많은데도 서울로만 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또, "지역 기업은 누구나 일하러 오면 채용해 주는 곳 쯤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도 전문 기술이 없으면 채용하나 마나 똑같다"며 대기업 못지 않는 까다로운 입사조건을 내밀기도 한다.

구직자·기업 눈높이 달라 실효성 없어

이처럼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구직자들과 구인업체가 만날 수 있는 곳은 채용박람회. 하지만 광주지방노동청 통계에 따르면 채용박람회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500여개 업체가 구인에 나서고 2만여명에 이르는 구직자가 박람회에 물렸으나 실제로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전체 구직자의 10%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노동청이 박람회 개최하면서 근로자를 채용할 기업을 선별하기보다 일단 참여업체수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있어 채용성과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기도 했다.

©김태성 기자

급기야 올해는 채용박람회 규모를 대폭 줄였다. 2003년 실업자 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나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대학과 총학생회까지 나선 이번 채용박람회는 같은 기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던 '직업훈련·자격 박람회'에 자리 빌려 모양만 갖춘 격이었다.
비엔날레 전시관 1, 2층 전체가 박람회장으로 사용되었으나 채용박람회는 겨우 6개 부스를 얻었다. 이곳에서 3일동안 13개 업체가 나뉘어 서류접수 및 면접을 실시했다. 온라인 채용 또한 광주전남 총 34개 업체가 참여해 사원 150여명을 모집했다.

구직자 "근무조건 수도권보다 지역 열악"
지역업체 "현실성 없이 눈만 높아졌다"


이에 큰 기대를 안고 왔던 안영순씨(35)는 "광주와 전남에서 알만한 곳들이 주최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큰일이다"며 박람회 분위기에 실망하고 이력서도 쓰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박람회장을 찾았던 구직자들은 "채용박람회가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규모마저 줄이는 것은 행정기관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또, 구직자들의 입맛을 고려해 지역박람회에서도 다양한 기업 면접이 가능토록 조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지역업체들의 요구는 또다르다. "일부 인기업체에만 구직자가 몰려 우리는 들러리 기분이 들 정도다"며 서울 업체들이 지역에 끼어들 경우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해 질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13개 업체가 3일동안 동시에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하루에 5-6개 업체 나누었던 까닭도 '인기'와 '비인기' 업체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실업 대란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채용박람회마저 구멍이 뚫리면서 행정기관들은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최근 채용박람회 못지 않는 열풍을 엿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도 묘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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