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남평읍 민심 르뽀>“무정부 상태까지라도 가야한다”
<나주 남평읍 민심 르뽀>“무정부 상태까지라도 가야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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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부 무책임 행정-광주시 반분권적 행태’ 민심 최악 >
<“우리가 봉이랑께…나주 시민 청와대로 올라가 항의하자”>


정부기관통합청사 건립이 무산된 나주지역의 민심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통합청사 부지로 잠정 결정됐던 남평읍의 경우 ‘그린벨트 불복종’ ‘이장단 총사퇴’ 등 배수진을 치고 총력투쟁을 벌일 태세여서 흡사 ‘민란’의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광주시와 나주시는 ‘경륜장 유치’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고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청사 건립’를 둘러싸고 또 다시 확전 양상으로 치닫자 양 시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남평읍에는 ‘행자부의 무책임한 행정’과 ‘광주시의 반분권적 행태’를 규탄하는 플랑카드가 곳곳에 격문처럼 나붙어 있어 격앙된 민심의 일단을 보여줬다.

“정부가 지지리 결정해 놓고도 힘있는 사람들이 항의 좀 한다고 다 결정된 것 마저 뺏어 가불 믄 촌 사람들은 어찌게 산당가.”
남평농협 주차장에서 열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자리를 잡은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행자부가 통합청사 부지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해 격한 감정을 숨김없이 토해 냈다.

©김태성 기자
“우리가 봉이랑께. 지난 30년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피해를 당함시롱 암말도 못하고 살았는디 광주시가 그러코롬 나올 줄은 몰랐제. 땅은 남평 땅인디 해제 여부를 광주시장이 결정 헌다믄 고것이 광주시를 위한 그린벨트가 아니고 뭐여. 인자 암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당께. 광주시가 그러코롬 나온다면 우리도 광주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써.”

남평농협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미 합동청사 부지가 남평지역으로 결정났는데도 몇몇 정치인들과 광주시장이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유치 번복을 요구하고 이를 행자부 장관이 받아들인 사실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주민도 “나주시민들이 그린벨트를 다 훼손해 버리고 무정부 상태까지라도 가야 한다”며 “농협 앞에서 이렇게 데모를 할 것이 아니라 나주 시민 모두 청와대로 올라가야 한다”고 목청을 돋웠다.
광주시의 ‘딴죽걸기’와 행자부의 ‘눈치행정’이 나주시의 ‘다된 밥’에 ‘재’를 뿌렸다는 진단인 셈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광주시 도시계획 때문에 30년 동안 묶여 있는 남평지역의 600만평에 이르는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등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청와대 앞 시위 등을 통해 행자부의 ‘무소신’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박태영 도지사는 무슨 이유 때문에 한마디 언급도 없나”
‘그린벨트 불복종’ ‘이장단 총사퇴’ 등 총력투쟁 결의


주민들은 또 박태영 전남도지사에 대해서도 서운함과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 사용될 머리띠를 자르던 한 주민은 “박광태 광주시장은 이미 결정된 내용까지도 번복하고 있는 판에 박태영 도지사는 무슨 이유 때문에 한마디도 없는지 모르겠다”며 “도지사가 강력하게 해줘야 하는디 입만 다물고 있다”고 쓰게 입맛을 다셨다.

이와 관련, 남평읍 이장단 37명은 이날 ‘이장단 사퇴’를 결의하고 사직서에 서명했다.
이들은 사직서에서 “정부합동 청사 남평유치가 정부안으로 결정되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의 방해책동과 ‘부지선정만 해주면 광주에 존치토록 하겠다’는 행정자치부 장관의 무책임한 망언에 분노한다”며 “더 이상 행자부의 최하부 조직원으로서 이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신재희씨(51·남평리 1구 이장)는 “행자부 최고의 수장이 몇몇 정치인들의 농락에 놀아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는 데 이런 조직 밑에 있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오락가락 하는 장관 밑에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사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김태성 기자

주민들은 또 행자부가 광주·전남 지방종합청사 부지로 남평이 결정된 것을 번복한 것이 부당하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도 전개했다.
영산강환경문화애호연대모임 정문찬 사무국장은 “행자부의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국회 행자위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번복된 정책을 원상회복 하도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이어 “97년부터 국민혈세를 들여 정책을 수행해 왔는데 하루아침에 정책이 번복된다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감사원이 정당한 감사를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승복할 수도 있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행자부 유치결정 번복 부당 감사원 감사청구 서명운동도

하지만 감사결과 행정행위의 위법성이 밝혀진다면 행자부 등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지역갈등 유발과 잘못된 행정행위로 인한 주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감사청구는 법적으로 300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감사 청구가 가능하다.

지역시민단체 활동가인 이웅범씨(38)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기득권 사수 논리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전갑길 강운태 의원이 광주·전남합동청사의 나주시 건립을 반대하면서 어떻게 수도권 지역 의원들을 설득할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씨는 이어 “오는 19일 지방분권운동본부가 국회 앞에서 개최하는 집회에서 나주시의 현안문제를 발언하고자 하는데 지역이기주의로 매도될까 두렵다”며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답답한 심경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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