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합창대회 ‘불협화음’
농협 합창대회 ‘불협화음’
  • 정영대 기자
  • 승인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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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이하 전남본부)가 사전 의견수렴도 없이 합창경연대회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지역농협이 ‘상명하달식’행사추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전남본부는 또 이 과정에서 합창대회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각 지역농협에 떠넘기는 등 ‘제왕적 행태’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전남본부는 지난달 23일 전남지역 22개 지역농협에 4쪽짜리 공문을 보내 다음달 8일 개최되는 ‘하나로’합창경연대회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그동안 중앙회와 지역농협간에 쌓인 불신을 해소하고 전남농협인들의 화합의 장을 통해 임직원간·계통사무소간 우의증진과 ‘하나로’ 상생의지를 다지자는 것.

전남본부는 이를 위해 각 지역농협이 사무소별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최소 30명 이상의 합창단과 100명 이상의 응원단을 조직하는 등 총 3,000여명의 인원을 동원하라고 주문했다. 전남본부는 또 합창대회와 관련, 연습-행사-상품-경품 등에 소요되는 경비의 부담을 위해 각 지역농협당 평균 200만원씩의 비용을 갹출할 것도 요구했다

중앙회 전남본부 “농협인 우의증진…상생의지 다지자”
지역농협 노조 “행사 일방추진·경비전가가 상생이냐”


이에 대해 전국농협노조 광주전남본부(이하 광주전남본부)는 “현재 농민들이 수해와 연체비율 증가로 어려움에 처해있고 일반벼 수매와 2004년도 사업계획과 수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등 현안업무가 산적해 있다”며 “왜 굳이 이 시점에서 합창대회를 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광주전남본부 이호기 정책국장은 “중앙회측이 사전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행사를 기획하고 독단적으로 시행하려는 것은 지역농협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라며 “지역농협에 명령만 하달하면 되겠지 하는 발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어 “중앙회측이 상생을 위한 의지가 있다면 지역농협이 지난 6월경 제시한 ‘신뢰회복을 위한 제언’에 성실하게 답변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고 “중앙회측이 신뢰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강구하지 않은 채 합창대회로 문제의 사안을 땜질하겠다는 것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6월 농협중앙회에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로 ▲중앙회와 지역농협의 동일지역내 사업경합 근절 방안 ▲중앙회-지역농협 수수료 배분비율 조정 ▲시·군·구 금고 수익률 배분 ▲각 지역 쌀 브랜드 통폐합 노력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었다.

광주전남본부는 또 “현재 전남지역은 연체비율이 14∼15%에 달하는 등 연체채권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라며 “지역농협에 행사비용을 요구한다면 농민들과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앙회 전남본부 관계자는 “합창대회는 오래 전부터 조합장과 협의를 통해 준비된 것”이라며 “산적한 현안문제가 있지만 회원조합과 중앙회의 관계개선을 위해 마음을 터놓고 행사를 해보자는 의견이 나와 합창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합창대회가 원래 사업계획에 잡혀 있던 것이 아니어서 중앙회 차원의 준비된 예산이 없었다”며 “이를 위해 시·군지부와 사무소에서 십시일반 갹출해 부담하는 것은 예전부터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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