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이냐, 총선이냐
3선이냐, 총선이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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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전 사퇴' 헌재 위헌 판정>
<출마 저울질 연임 자치단체장들 >
<속으론 '미소', 겉으론 '묵묵부답'>


헌법재판소가 기초단체장의 국회의원 출마시 '선거일 180일전 사퇴' 조항을 위헌으로 판정한 이후, 총선출마를 노리며 사퇴시기를 저울질하던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달 안에 단체장 자리를 내놓고 남은 기간동안 현역 의원을 포함한 경쟁자들 속에서 난타전을 벌일 판이었지만, 다행히(?)도 넉달의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출마예정자들은 속으론 "선거 운동기간을 벌었다"고 쾌재를 부르면서도, 출마의중은 더욱더 깊숙이 감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17대 총선레이스에서 4개월이라는 기간은 무척 긴 시간. 자치단체장에겐 유리하지만 반면, 국회의원의 입장에선 무척이나 불리한 기간이다. 때문에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위(위원장 목요상)는 사퇴시한을 90일 내지 120일 선까지 늘려 잡기 위해 여야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일정상 일반 공무원 선거와 같은 '선거 60일전 사퇴'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광주·전남 기초단체장 연임 이상 9명

내년 총선출마 물망에 오르내리는 광주와 전남지역 현직 기초단체장은 4~5명 선. 하지만 아직까지 누구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개개인들의 성향과 객관적 조건을 근거로 언론 등에서 전망을 내다 볼 뿐이다.

이 객관적 조건 가운데 첫째가 단체장의 연임 여부.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3선연임이 2명, 재선연임은 7명이다. 지방공무원법상 3선 연임 상한선까지 도달한 영광군의 김봉렬 군수와 장성 김흥식 군수는 현직을 끝으로 정계활동을 마감할 것이라는 게 현지의 주된 시각이다.

단체장 3선도전은 장점도 있지만 여론상 정치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시 3선에 도전하던 허경만 도지사를 상대로 모든 경쟁자들이 '3선불가론'을 내세워 결국 결선투표까지 가면서 낙마시켰던 것은 좋은 사례다. 때문에 많은 재선연임자들이 내년 총선정국을 거치면서 '총선으로 가느냐, 3선으로 가느냐'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따라서 문제가 지역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

현재 광주전남지역 재선연임 단체장은 광주시 김재균 북구청장과 곡성 고현석 군수·구례 전경태 군수·보성 하승완 군수·영암 김철호 군수·함평 이석형 군수·해남 민화식 군수 등 모두 6명이다.

이들 모두가 총선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김재균 청장과 고현석 군수, 이석형 군수, 민화식 군수 등에겐 여론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재선연임이라는 조건 외에도 주변의 정치지형과 개인에 대한 평가 등에서 나름대로 유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연임 단체장들의 정중동(靜中動)

이들의 총선출마 예측은 최근 민주당 분당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달라지기도 했고, 출마를 공식화한 적 없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장에선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더욱이 이들 재임그룹 단체장들이 속해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영암을 제외하고 모두 초선이기 때문에 '맞짱'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해남군의 경우 이정일 의원(해남·진도)의 지역구지만, 인구는 해남(9만2천여명)이 진도(4만1천여명)의 두 배를 넘는다. 게다가 이정일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노대통령쪽과 민주당을 오락가락한 바 있어, 그동안 5년 넘게 해남 바닥을 훑어온 민화식 군수의 입장에선 '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

이정일 의원(해남·진도)이 헌법재판소의 판정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자치단체장들이 행정은 안하고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하듯 선거를 겨냥한 행보를 자주 한다"며 헌재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던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재균 광주시 북구청장은 총선출마에 대해선 "앞으로 3년 남은 자치단체장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원칙적 답변을 했다. 하지만 구청장 3선출마에 대해선 "재선이면 되지 3선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총선 출마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전남의 다른 재선연임 군수들도 원칙선에서 머물며 모두 입단속 중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한 자치단체장의 측근은 "느긋해졌는데 미리 나서 견제 받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면서 "지금에 열심히 하는 것이 나중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총선은 6개월 가량 남았지만 국회를 향한 물밑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이들 연임단체장 그룹의 정치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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