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간과 야간경관
도시공간과 야간경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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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성 기자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공간을 문화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선 도시공간은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반영된 소비의 공간이자, 도시인들의 일상생활이 반영된 문화적 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공간의 가시적 형태가 바로 '도시 경관'이다. 모든 문화적 행위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거나 그것의 창출을 수단으로 삼고 있다. 공간의 현상은 바로 그 시대의 문화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이 '도시 경관'의 문제는 공간과 관련해서 아주 긴요한 논의의 대상이 된다.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누구나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쉬고, 정감이 넘치는 편안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가꾸고자 한다. 쾌적하고 걷고싶은 도시로서 보행권이 보장되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 있는 도시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도시 공간이 경제성과 효율성, 이윤이 극대화되는 방식으로 끊임없는 자기증식의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도시경관'의 문제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도시경관을 전통적인 개념인 '도시경치'(Townscape)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연물이나 인공물 등의 경치를 포함하여 정치, 사회, 경제적 활동과 문화적인 아우라 등의 총체적 분위기가 반영된 도시경관(Urban Landscape)의 개념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럴 경우 경관의 개념은 단순히 인간의 시각감각을 통해 지각되는 경치의 뜻을 넘어서 그 경치에 내재하고 있는 자연환경의 작용과 인간의 활동 등과의 관련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시민들의 문화트랜드 변화, 특히 야간 활동시간의 증대와 시민생활양식의 변화로 말미암아 낮 못지 않게 밤의 쾌적하고 매력 있는 도시 경관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1998년 서울시를 필두로 인천, 부산, 대구 등이 많은 관심을 갖고 야간경관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외국의 경우 일본의 요코하마, 오사카, 프랑스의 리용과 파리, 체코 프라하 등이 대표적인 야경도시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야간경관 조성사업은 외관적 측면에서 아름다운 도시이미지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새로운 관광상품을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긴다. 2002년 프랑스 리용에서 사흘 동안 개최된 빛의 축제에는 300여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했다고 한다. 잘 가꾸어지고 문화적인 컨셉으로 디자인된 야간경관은 그만큼 매력요인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최근 광주시도 '광산업', '빛의 도시'의 이미지에 맞게 야간경관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중이다. 종합적인 야간경관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권역별 야간경관 연출테마 개발 및 야간경관의 관광자원화 방안까지 마련될 것으로 보! 이며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사업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에 광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야간경관사업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일정정도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부여하고 도시생활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나,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측면에서 전제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먼저 관람자 입장에서의 조망경관보다는 거주자 입장의 쾌적환경의 측면에서 야간경관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합의와 성원을 이끌어내는 요코하마의 방식이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의 일상사와 관련된 가로등 시설과 공공시설들의 야간경관과의 조화 속에 시민들의 일상성과 공익성이 합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둘째, 체계적인 야간경관 계획과 개발을 통해 전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무질서한 사업 조명으로 인해 시각적 혼란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밤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밤의 경관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도시환경에 대한 다른 노력과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도시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복합적인 집합체라면, 도시의 야간경관개발은 개별 건축물에 대한 조명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체 도시계획 차원에서 해결하여 도시 전체의 미감을 확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체계에 대한 개편이 전제되어야 한다. 향후 광주는 복합문화센터인 '아시아의 문화전당'이 건립될 예정이고 문화중심도시로서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문화가 광주의 중요한 중심축의 하나가 된다면 행정도 새로운 문화행정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간정책에 문화정책이 결합되어야 하며 법규와 행정의 체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나의 시설을 만드는 데 수십 개의 부서와 법령이 관련되는 현재의 법체계에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일관된 공간의 건설 및 관리에 많은 문제가 야기된다. 도시경관에 대해서도 도시계획법, 건축법, 지방자치단체 조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문화재 보호법 등의 많은 법규와 규제를 통합해야 한다. 일종의 통합적 사고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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