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과 조화만이 생명 에너지 되찾는 길"
"균형과 조화만이 생명 에너지 되찾는 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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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요가 교육자 안지용
   
▲ 생활요가 전도사 안지용씨
121가지의 설화를 통해 사부대중의 삶을 가르치고 있는 불경 '잡보경'에 '무재칠시(無財七施)',즉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 보시(布施)가 나와 있다.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眼施(안시),자비롭고 미소 띤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和顔悅色施(화안열색시),공손하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을 대하는 言辭施(언사시),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身施(신시),착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心施(심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床座施(상좌시),나그네가 오면 방에 내어 주는 房舍施(방사시)가 그것이다.

지리한 장마의 연속으로 농작물은 흉작을 면치 못할 판이요, 서민경제는 생활고에 동반자살이 늘어가고 있는 처참한 지경이고, 정치는 정치대로 난장판이다.

설상가상으로 명절을 강타한 태풍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茫然自失), 주저앉게 만들고 있으니 참으로 누구를 탓하고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할 지 난감하다. 그러나 어쩌랴, 박복을 탓하면서라도 일어서야 될 일인 것을…. 그리고 균형과 조화를 잃어버린 채 허명과 허세, 물질만을 좇아 살아온 과거를 뒤돌아 볼 일이다. 지혜의 경전을 떠나 무재칠시(無財七施)는 본시 우리민족의 마음이요, 생활이요, 전통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주최씨 어느 가문은 농사를 짓되 일만석 이상은 생산하지 않았으며, 가문을 중심으로 사방 백리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가훈을 세우고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하물며 재물이 없더라도 베풀며 사는 방법이 7가지나 된다는데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실의에 빠진 이웃들을 구휼하는 것은 재물도 재물이려니와 평상시 '무재칠시'의 마음자리를 잃지 않았을 때 우리는 더 큰 희망과 용기를 함께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은 참으로 자별하고 숙연한 한 삶을 찾아 간다.
성인이 될 때까지 만성 신장염으로 사람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위기를 오로지 의지와 신념으로 극복해 낸 뒤 한국 요가계의 한 축을 세운 안지용님(50·한국 요가 연구회장)이다.

한국 최대의 요가 수련원인 '요가코리아'(화니백화점 4층) 개원준비로 분주한 안회장은 필자가 취재 요청을 하자 소년처럼 웃는다. 수수한 개량한복에 더벅머리다. 비승비속(非僧非俗)이랄까, 초탈한 듯 하면서도 사람을 좋아하고. 쉽게 다가오지만 마음의 곧은 결기가 느껴지는 지천(知天)의 세월을 일궈낸 자애(慈愛)스런 훈장을 보는 듯 하다.

"아홉살 무렵 앓은 홍역 후유증으로 만성 신장염이 발병한 뒤로 코피는 한 500번이상 흘렸고, 결석은 밥먹듯이 한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요통이 심해 더 이상 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하는 일이란 고향인 장흥 탐진강가에 앉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고 회고하는 안회장은 열여덟살 무렵 출가를 결심하고 광주에 올라온다.

그러던 어느날 합기도 도장을 찾아 운동치료를 결심하는데 우연히 들른 헌책방에서 본 '요가입문'를 구입하게 된 것이 '요가인생'을 살게 된 계기가 된다.

"좌우지간 책에 나온대로 계속해서 도장에서는 합기도, 집에서는 요가를 목숨 걸고 했지요,

처음 밝히는 얘기지만 신장은 내신(內腎)인데 내신이 좋지 않으면 외신인 성기(性器)의 발육도 멈춰 버립니다. 미칠일 아닙니까?(웃음) 그렇게 3년을 하고 나니까 정말 귀신같이 완치가 되어 있더라"고 말하는 안회장은 지금은 정상이냐는 농담에 박장대소하면서 한번 대보자 한다.

요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요가의 진면목을 경험한 후 요가란 '우리 몸과 마음에 잠재된 생명 에너지를 부활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군을 제대한 후 그는 호구지책으로 양림동에 합기도장을 개원하면서 방 한 칸을 마련해 '요가 연구원'이란 간판을 함께 내건다. 실로 오늘날 한국 요가계의 대들보 역할이 기대되는 '한국요가 연구회'의 씨알은 그렇게 심어진 것이다.

이후 안회장은 '91년도까지 합기도장인 '백인도장'을 운영하면서 합기도와 요가를 함께 지도할 수 있는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을 취득, 한국 요가협회 남광주 지부를 설립한 후 이듬해 전남도지부장과 중앙회 이사에 취임, 본격적인 요가 전도사 겸 교육자로 명성을 쌓아간다. 현재까지 길러낸 지도자급 제자가 200여명이고, 광주,전남지역에 개설된 요가원만 21곳이다.

만학으로 이어진 학구열은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이 실감난다. 수많은 강의와 '요가총론'등 저서만도 5권에 이르는 등 집필활동을 병행하면서도 또다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틀어진 몸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열변을 토하는 그는 천지가 다 강의실이고 수련장인 셈이니, 요가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만병의 근원은 비틀어진데서…균형과 조화가 깨지면 다 깨진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해야 영성(靈性)이 변하는 이치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을 너무 방치하고 학대하면서 산다
요가는 몸과 마음에 잠재된 생명 에너지를 부활시키는 힘"


"가장 잘 사는 길이란 무엇입니까?, 우리는 우리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자꾸만 바깥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대외 의존형으로 살아가는 주변머리만 발달시키고 있는데, 이제는 우리의 잠재력을 끄집어내 참 삶을 구현할 길을 찾는 대내 의존도를 높여야 합니다.

즉, 속알머리를 진작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균형과 조화를 이룰 것이고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돼야 스스로의 길을 갈 수 있고 자아의 실현도 가능 합니다" 라고 말하는 안회장은 요가가 실생활에 필수적인 까닭을 한 가지만 얘기해 달라고 하자 "우선 내 몸부터 정상으로 만들자"라고 한다.

만병의 근원은 비틀어진데서 온다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가 깨지면 다 깨진다는 것이다. 몸이 변하면 마음이 변하고 마음이 변해야 영성(靈性)이 변한다는 이치다.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느낀 것은 현대인들은 자신의 몸을 너무 방치하고 학대하면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시내 중심가에 국내 최대규모의 요가 수련원을 개설하게 된 것은 사업하고는 전혀 거리가 멀다. 직장인들이 편리한 시간에 요가를 생활화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고 또한 주말에는 노인과 불우이웃, 어린이들에게 무료봉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까지 저는 남의 덕만 받고 살아 왔습니다. 이제 제가 해야 할일은 그 음덕에 보답하는 길만 남았습니다. 요가의 생활화를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일조할 수 있으면 바랄게 없다”는 안회장은 보시의 정신과 삶이 생활화된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요가 아사나(체위) 전국대회'를 개최해 우리나라 요가계에 새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포부를 들으면서 취재를 마친 뒤, 유한하기만한 한평생의 삶의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쟁명한 가을하늘이 눈부시다.

/이수행[시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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