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시장 손 안대고 코 풀까(?)
박광태 시장 손 안대고 코 풀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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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둘째 주에 4회 광주국제영화제가 치뤄질 것입니다"-유인학 상임조직위원장.
"내년 행사는 봄에 할 지, 가을에 할 지 이사회에서 고민해서 결정할 사안입니다"-박광태 광주시장.(명예조직위원장. 명예이사장)

지난달 31일 광주국제영화제 3회 폐막식장에서 불과 몇 분 차이에 두고 유위원장과 박시장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3월 개최설은 오래전부터 조직위 내·외부에서 거론됐기 때문에 박광태 시장의 직격탄은 영화제 관계자들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박시장은 개최시기 뿐만 아니라 유위원장의 의지로 만들어진 '인권상'마저 "이사회 결정을 거치지 않은 사안이기 때문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유위원장도 이사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지적은 인정했다. 그러나 박시장이 공식석상에서 '이사회 권한'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여론이 많다.
총회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이사회는 실제 최고 의결기구라 볼 수 있다. 박시장은 명예조직위원장이자 동시에 명예이사장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제 예산 1/3인 5억원이 시비에서 투자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막대한 권한을 쥘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광주국제영화제 시비 지원 증가와 박시장의 권한은 정비례

실제 그 권한행사는 이번 3회 영화제를 치르는 동안 여러 차례 불거졌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조직위 구성이 늦어진 것에 대해 박시장의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박시장과 유위원장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설은 영화제 조직위 구성 전부터 제기됐다. 박시장이 유위원장의 임명을 망설였다는 것. 관계자에 따르면 박시장은 영화제 조직위는 정치인보다 비정치인이 적격이라고 주장, 구체적으로 작년 공동위원장 8명 중 한 명을 그 적임자로 염두해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오래 전부터 정계에서 친분을 쌓아왔던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제를 치르는데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유위원장이 선임될 경우 영화제에 대한 박시장의 영향력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박시장이 정치인보다 비정치인을 선호한 것 역시 이같은 논리와 맞아 떨어지기도 하다. 그러나 사무국을 비롯해 영화제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뒷받침 되어 유위원장은 예정대로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는 또다른 결과를 낳았다. 유위원장이 불안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굳히기 위해 행사 운영 지휘권까지 잡는 등 조직위원장의 역할을 넘어서서 집행위원장의 권한까지 빼앗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박시장의 의지만 있었다면 조직위 구성 전에 예산 집행이 이뤄져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문화관광부에서 2003광주영화제에 국비 5억원을 지원하기로 함에 따라, 광주시도 5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에 부족한 예산으로 허덕이던 영화제는 보다 내실있는 준비를 기대했다.

유인학 조직위원장 임명 갈등설…때늦은 예산 집행 책임론

하지만 광주시는 운영비 명목으로 두차례에 걸쳐 1억여원을 지원하고, 7월 조직위가 구성될 때까지 나머지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추경 예산이 편성되고, 조직위를 통해 예산 계획서를 제출해야 집행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나 5억원만큼의 대우를 받고 싶은 것이 광주시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따라서 미리 예산부터 내주기 보다 최대한 시간을 벌이며 영화제의 이해 관계를 저울질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광주시에 저자세로 나오는 영화제 측의 모습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행사를 치르는 데 광주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측은 광주시에 아무말 하지 못하고 있다. 시비 지원이 3회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광부와 시의 지속적인 지원이 약속된만큼 영화제도 '값'을 치러야 하는 입장이다. 영화제 조직위를 비롯해 관계자들은 "민에서 시작된 행사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광주시 입장에선 5억원어치 값을 하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홍보 플래카드 하나 거는 것까지도 행정기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라며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처럼 광주시가 인사권과 예산 지원을 권력으로 삼았을 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 3회 영화제가 보여줬듯이 인사권과 예산지원 없이 광주영화제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제의 주도권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자연스럽게 광주시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화제의 몫이 되고 있다. 조직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집행위원장의 선임까지 늦어져 명계남씨는 얼굴만 내놓는 처지가 됐으며, 예산이 없어 홍보시기를 놓친 3회 행사는 광주시민들과 전혀 호흡하기 못했다.

특히 개최시기를 뒤엎은 박시장의 발언은 도전장과도 같은 것이었다. 유위원장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내년 3월 개최설은 기정사실화 되기 시작했으며 이사회 내부에서도 3월로 의견이 모아졌다. 명계남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8월은 상업영화의 성수기로 극장들의 호응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부산, 전주, 부천 영화제와의 일정을 조절하더라도 광주는 3월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유위원장이 '준비없는 3회'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4회가 있으니 두고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당시 박시장도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폐막식장에서 유위원장 발언 뒤집은 박시장 "이유 있다"(?)

그러나 폐막식장에서 박시장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9월 개최설에 무게를 뒀다. 박시장은 그 배경에 대해 "광주 비엔날레와 김치 축제 등 문화 행사를 한 데 묶어 분위기를 살려내자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제가 내년 9월 개최될 경우 정관에 따라 조직위원들이 앞서 7월로 1년 임기가 만료, 박시장이 조직위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전혀 불가능한 해석은 아니다. 핸드볼팀 감독 선임이나 광주도시철도공사 특혜인사, 그리고 최근 광주비엔날레 인사 과정까지 박시장의 적극 개입이 가능한 곳이면 항상 그의 지나친 영향력이 문제시 됐었다. 영화제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이같은 정황들을 미뤄 봤을 때 빠른 시일 내에 광주시와 맞설 항마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영화제는 광주시의 꼭두각시가 될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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