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교부금의 '특별혜택'(상)-“의원님, 쪽지 작성 하셨나요?”
특별교부금의 '특별혜택'(상)-“의원님, 쪽지 작성 하셨나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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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제약 없이 통과된 특별교부금은 대부분 '하수도 공사', '농로포장 공사'에 이용된다 ©김태성 기자

군의원이 '특별교부금'을 이용해 '특별혜택'을 보려다 꼬리가 잡혔다. 최근 전남 장흥군에선 군이 발주한 공사를 김모 의원이 한창인 장동면 장항리 마을 앞 농로포장공사를 2천만원에 장동면과 수의계약한 뒤 시공권을 모 업체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한 부실 공사가 진행됐고, 철근을 넣지 않은 채 시멘트로 도로 포장만 하려다 농민회원에게 적발된 김의원은 주민들로부터 강력히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전형적인 관급공사 부정비리의 실체다.

특별교부금 자치구 숙원사업으로 활용
투명성 검토 없이 '생색내기용'으로 전락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흥의 사례가 전혀 새롭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미 관급공사를 진행시키는 특별교부금은 자치구 자본 보조 목적이 아닌 의원들의 생색내기용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광주시 예산 심의과정에서 '쪽지'가 돌았다. 시의원들이 소속 자치구에 내려줄 일명 '숙원사업' 목록을 적어낸 것이다. 이를 몰랐던 일부 의원들은 오히려 '왜 적어내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선 "이미 편성된 예산을 심의하는 것 외에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또 있느냐"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시의원은 2억원 범위 내에서 지역사업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듣고 뒤늦게 사업을 신청한 일부 의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바로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을 때'(광주광역시 자치구의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 제5조3항)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교부금'이다. 그러나 특별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구청장과 시장이 심의해 지급한다는 규정과 달리 시의원에 의해 좌우되는 교부금은 행정의 시급성보다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투명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아 심의과정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는 특별교부금은 자치구의 불필요한 사업 난립, 수의계약을 통한 부정비리 의혹을 낳고 있기도 하다.

공사 먼저 예산심의 나중
북구청 의도적 수의계약 '10억원'(?)


대부분 자치구에 내려지는 특별교부금은 '성립전 처리'로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예산심의이 없이 공사가 먼저 시행된 후 서류와 짜맞추기 위해 다음 예산에 목록을 올리는 형태다. 이에 일부 구의원들은 "특별한 상황을 대비해 규정으로 마련된 '성립전 처리'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시의원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특히 북구청의 경우 특별교부금의 투명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북구 의원들은 "농로포장 공사들이 모두 수의계약을 맺기 위해 짜맞춰진 사업이다"는 의혹을 제기, 전자입찰 기준을 3천만원에서 1천만원 이상으로 낮추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성립전 처리'된 특별교부금이 추가로 발견돼 수의계약 특혜의혹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끝난 공사를 심의하는 것은 특별교부금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는 것.

이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통과된 특별교부금은 대부분 '하수도 공사', '농로포장 공사'에 이용된다. 참여자치 21에 따르면 민선 3기 출범 후 지난 4월까지 5개 구청에 지급된 특별교부금 사업 내용을 보면 총 187건 중 절반이 넘는 96건이 하수도와 농로공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하수도 사업의 경우 매년 400억원이 넘는 특별회계에 의해 계획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도로사업도 정비계획에 의해 추진되고 있어 반드시 특별교부금에 의해 집행돼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로만 엎었다 덮었다 하지 말고
직접 의원들 눈으로 확인해 보라"


더구나 자치구가 시 예산 편성시 시급한 사업 목록을 올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치구의 의지와 상관없이 본예산 결정은 시의원들의 마음에 달려있다. 이에 예산 관련 공무원은 "자치구보다 시의회가 더 큰 의결기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의원들의 판단을 따르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자치구의 입장은 다르다. "맨날 도로만 엎었다 덮었다 하지 말고 진짜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시의원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라"며 특별교부금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집행권을 자치구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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