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화제에 바라는 마음으로
광주국제영화제에 바라는 마음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편안한 자세로 TV를 보다가 외마디 소리를 내뱉은 적이 있다. 광주국제영화제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개봉영화들과 최신비디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 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영화제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멘트 안에 광주국제영화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으며 부산, 전주, 부천국제영화제를 우리 나라 3대 국제영화제로 소개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광주국제영화제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광주지역 내에는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일정기간 동안 열리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막을 내리고 있다. 학교 안에서 행해지는 동아리적 성격의 작은 영화제에서부터 시민사회단체의 테마적 영화제, 지자체의 소속기관에서의 일상적 영화상영 등 자세히 알고 보면 대중에게 열려있는 영화제는 부지기수로 많다. 고무적인 예로 광주인권운동센터의 광주인권영화제는 인권이라는 주제로 이미 여러 해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 오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제작되어진 영상작품들을 상영함으로써 지역 내 영상문화 형성의 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필자가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역 내에 이미 형성되어진 문화현상과 더불어 또 다른 문화형성과정의 하나로 영화제를 보고자 함이다. 즉 산업적인 측면보다는 문화라는 코드로 영화제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한 광주국제영화제!
광주지역에서 광주국제영화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더불어 3년을 달려오고 있다. 3년 동안 광주국제영화제는 외형적인 크기만을 키우는데 신경을 쏟은 듯 보여진다. 영화배우들과 가수들을 불러모아 화려한 개막식 행사를 하고 그 개막식을 생중계하고... 국제영화제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필수조건은 이것만은 아니다.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광주국제영화제가 앞세우고 있는 컨셉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아직 걸어온 길이 길진 않지만 '광주국제영화제 하면...' 명확히 떠오르는 단어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아직 영화제가 시기를 명료하게 정하지 못한 것도 국제영화제로서의 위치를 갖지 못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광주국제영화제를 영화(영상)문화적 마인드로 이뤄진 행사라고 보기에는 더욱 힘들다. 그것은 광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안에 '영화(영상)문화'라고 얘기 할 수 있는 항목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광주라는 이름을 건 영화제라면, 느리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한 지역영상문화를 배려하고 육성하겠다는 마인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영화제 기간 안에 행해지는 행사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관심과 책임성으로 지역영상문화에 보탬이 되는 영화제여야 한다.

지역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영화(영상)를 직접 배우고 제작하는 시스템이 가공되고 있고 그러한 요구가 날로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국제영화제는 이러한 지역영상문화의 욕구를 해석하고 풀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일반 대중에게 직접 개방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또한 3회를 맞이한 광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를 우려하는, 걱정하는, 격려하는,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여 앞으로 명실공히 광주영화제로 발돋음 하기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냉철하고 과학적인 평가만이 앞으로 광주국제영화제의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항시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길 바란다.
그것은 지역 안에서 영상문화를 같이 얘기하고 방안을 세우는 길에 광주국제영화제도 함께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