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담당 기자들> “명함 내미는 지역 마담들이 영화제 뒤흔든다”
<영화담당 기자들> “명함 내미는 지역 마담들이 영화제 뒤흔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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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를 앞둔 영화 담당 기자들의 고민>

2003 광주국제영화제를 10여일 앞두고 지역 언론이 입을 다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굳이 행사 기간이 아니더라도 ‘일거수일투족’이 기자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반면, 영화제는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주일 전 영화제 조직위원들이 골프 회동을 가져 물의를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한 것은 광주 KBS 방송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비판 대상이 분명함에도 자칫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광주영화제는 아이러니하게 ‘민’이 이끌어가는 행사라는 장점과 ‘민이 아닌 민’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나 '민'이라는 점을 앞장세워 명분을 만들곤 한다.

민 주도 행사, 엉뚱한 사람들이 주도권 잡았다

무등일보 조덕진 기자는 “순수하게 민간주도로 영화제가 추진됐다는 점에서 어떤 영화제보다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문화부 기자들도 광주영화제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는 부분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광주영화제는 현재 ‘민이 아닌 민’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전라도닷컴 이정우 기자는 “영화제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광주영화제 판을 통해 ‘관화’ 되고 싶은 민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덕진 기자도 “영화인들이 아니라 지역 마담들이 다시 명함만 바꿔들고 잔치판에 끼어들고 있다”며 이런 탓에 내부에서부터 정체성이 뒤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가 탄생했을 당시 창립 정신이 일부 권력층에 의해 '이용'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취재 과정에서 가감없이 드러난다. 광주일보 김미은 기자는 “일부 조직위원들이 영화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면서도 영화에 대해 알려고 하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이정우 기자도 “조직위의 역할이 ‘집행’을 서포트 하는 것인데 요즘 조직위원들의 활동을 보면 자꾸 사교집단화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 기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조직위와 집행위의 분명한 역할 분담이다. 광주 MBC 송기희 기자는 “조직위는 영화 전문인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기 보다 돈을 끌어모으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덕진 기자는 전제되어야 할 자격조건을 하나 더 제시한다.

©김태성 기자

“예산 늘었다고 돈 나눠먹으려 하거나 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달려드는 조직위원들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 조기자는 이미 곳곳에서 이같은 위험 징후를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정우 기자도 개인이 조직을 뒤흔드는 일을 우려하며 “이런 일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많은 사항들을 ‘조례’로 제정해 영화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직위는 '서포트' 역할...집행위가 지휘해야

하지만 영화제의 최종상품은 ‘영화상영’이다. 시민들은 어느 극장에서 어느 영화를 어떤 방식으로 만났느냐에 따라 영화제를 느끼고 평가한다. 기자들도 영화 관람이 모두 끝난 후에 영화제 평가를 비로소 마칠 수 있듯이 말이다. 때문에 결코 빠질 수 없는 부분이 전문성이다. 영화제의 전문성은 조직위가 아닌 집행위와 프로그래머의 몫이다. 영화제 측은 “집행위원 중 광주시 문화관광국장을 제외한 8명 모두 영화전문가들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은 “영화제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영화인이 참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행사 주도권이 집행부가 아닌 행사를 뒷받침해야 하는 조직위에 있다”는 것과 “영화 상영권을 쥐고 있는 프로그래머가 편파적이라 영화 매니아들이나 대중의 의견을 수용하기보다 개인 취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제 측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이다.

하지만 언론조차도 선뜻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민이 아닌 민'을 건드렸다가 오히려 그 여파가 '민'이 주도하는 행사라는 쪽으로 잘못 결론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기자들은 “다시 ‘민’에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성 기자

“3년전 처음 정신으로 돌아가 민이 주도했다는 자발성과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특히 올해 ‘반민반관’ 형태로 영화제가 진행됨에 따라 ‘민’이 점차 힘을 잃게 되면 어느 순간 국제영화제가 출발과는 다르게 ‘관’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에 기자들은 ‘관’주도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이 나섰을 때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관주도는 영화제의 단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는 것.

이러다가 '관' 행사 될라...창립 정신 유지해야

이에 가장 먼저 자성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언론이다. “섣불리 팡파르부터 울려댔다가 나중에 그 책임 다 지기 싫으니까 발뺌하는 기자들”이란 내부 비판은 영화제에서의 언론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시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송기희 기자는 "지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행사측과 특정 언론이 손잡으면 나머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조덕진 기자도 "무조건 다른 지역과 규모로 비교한다거나 생산적인 지적보다 지엽적인 문제제 매몰돼는 경향이 짙어 매번 답이 안나오는 소리만 한다"며 언론부터 관점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자성이 바탕됐을 때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영화 매니아들로부터 점점 시민들에게로 저변을 넓혀가 대중적인 참여가 이뤄지는 이상적인 영화제가 탄생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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