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아이들의 꿈
시골학교 아이들의 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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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영상문화체험학교에 다녀와서

시골 중학교 아이들이 캠코더 카메라로 광주 충장로의 거리풍경을 담고 있다. 처음 잡아보는 카메라라 서툴고 부끄러운 기색이지만 주눅든 표정들은 아니다. 도시는 가족들과 몇 번 와보기도 했거니와 TV나 영화를 통해서 부단히 경험한 너무나 익숙한 공간이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으로 도시의 사람들과 상점을 보고 있으니 특별한 경험이긴 하다. 아이들은 막연한 동경이 아닌 생생한 도시체험을 하고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뭔가 다른 도시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험과 연계된 이미지는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확장하는 구체적 현실이다. 아이들은 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있다.

탐진댐 건설로 자리를 옮긴 장흥 유치중학교의 학생수는 겨우 서른 명 정도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읍이나 광주 같은 대도시로 떠난 결과다. 더구나 학교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전학 가버렸다. 더 좋은(경쟁력 있는 ?)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섭섭한 생각이 든다.

흔히 이제 시골의 작은 학교에는 이른바 학력도 형편없고 속깊이 열등감 마저 지니게 된 아이들만 남았다고 말한다. 아주 무책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이 아이들이야말로 부모들의 고단한 생애와 함께 급속하게 무너져가는 농촌을 가까스로 지탱하고 있는 희망이라 불러야 옳다.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꿈꿀 자유를 충분히 갖지 못한 채 잠시 의욕을 상실한 소외된 사회적 소수자라 불러야 정확할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 이전에 먼저 꿈과 용기를 가지게 하는 일이다. 다양한 문화교육과 활동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꾸만 확장하도록 배려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다.

더 나아가 시골의 작은 초*중학교는 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또다른 의미의 대안학교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들과 지역공동체의 다채로운 실험정신에 기반하여 교과과정이나 교육활동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 그리하면 우리 아이들 가운데 더러는 숲을 가꾸는 생태전문가도 나올 것이며 더러는 깨끗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건강한 농부도 나올 것이다. 또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는 좋은 시인도 나올 것이며 집을 짓는 목수도 나올 것이다. 농촌의 생태관광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문화디자이너는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편집의 기술적 어려움 속에서 완성한 각 자의 뮤직비디오를 돌려보며 뿌듯한 성취감에 너나없이 박수치고 좋아 한다. 그 가운데 어지럽게 흔들리는 어느 아이의 작품이 있다. 캠코더를 잘 다루지 못한 서툰 동작의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니 그 아이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효과를 생산한 것처럼 보인다. 도시적 삶의 불안정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 시골아이의 불안한 시선.

아이들은 이틀간 낯선 도시에서 뭘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익숙한 습관 속의 만남이 아니었기에 선생님들과 새로운 신뢰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며 친구들과 오래 남을 추억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집으로 내려오는 차안에서 내내 졸고 있다. 여럿이 탄 일 톤 트럭 안이 조금은 불편할진대 곤하게 자고 있다. 아이들은 자면서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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