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를 관람하고> '퐁피두' 광주 문화수도 대안 아니다
<퐁피두센터를 관람하고> '퐁피두' 광주 문화수도 대안 아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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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5일부터 7박8일간의 광주시의회 유럽여행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문화수도' 건설이라는 명제 때문이었다. 인천에서 파리까지 비행시간만 장장 11시간이 넘는 지루한 여정에 몸을 맡겼다. 어쩌면 예술의 도시 파리가 아니었다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나, 기대처럼 파리는 여로를 말끔히 풀어주는 청량제이었다.

노틀담 성당! '노틀담 곱추'라는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이 성당은 현존하는 고딕 건축물의 최고 작품이다. 세느 강변을 따라 노틀담 성당을 바라보면, 그 숭고하고 위엄스런 자태에 절로 찬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나폴레옹 1세의 호화스런 대관식이 1804년에 거행되었고, 오늘날에는 대통령 장례식장 등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그저 감상만 하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현재와 함께 호흡하는 생동의 장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문득 문화유산의 현재화가 이번 여행 내내 의제로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파리 도심을 유심히 보면 장구한 역사만큼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된 유적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도시 환경에 반항하는 건물이 있었다. 바로 복합문화센터라는 퐁피두센터인데, 수도관 환기통 전기배선은 물론, 건물을 지탱하는 철강과 비계까지도 외부에 드러난 건물이다.

파리는 지금과 달리 한 때 유럽 최악의 도시였다 한다. 골목마다 악취가 진동하고 콜레라가 창궐했던 숨기고 싶은 면모를 지닌 적도 있었다. 그러나 1851년 오스만 남작의 '파리개조계획' 에 따라 아름다운 도시로 다시 태어나 지금은 무려 2,500㎞에 달하는 지하 하수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상의 도로망보다 오히려 하수도망의 연장이 길 정도라고 한다. 장기적인 안목의 도시계획 시행 현장을 보면서 우리 고장의 모습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걸음이 무거웠다.

그 날 저녁 숙소로 돌아온 일행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파리를 답사한 느낌을 토론하는 토론의 장이 이뤄 졌다. 한마디로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있었다. 문화란 하루아침에 이뤄 질 수 없고, 무구한 역사 속에서 문화가 이뤄진다는 공감대였다.

광주시에서 이상형으로 바라본 퐁피두센터는 파리 문화에서는 너무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내용 또한 광주시의 현대 미술관 수준에 불과 했다. 21세기를 주도 해 나갈 우리 광주시는 퐁피두센터와 같은 전시관이 들어오면 문화수도가 되어지는 양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였다.

관광객 입장객을 보더라도 퐁피두센터와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아마 수백 배의 차이가 날것 같았으며 에펠탑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 그 자체를 관람하는 여유까지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을 비춰 보더라도 도청주변 부지에 도심 공동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랜드마크’ 곧 그 도시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광주시민 대다수가 갔고 있는 공통적인 논리중 하나이며, 아마 광주 시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 반면에 세느강은 파리의 젖줄이며 도심 자체가 세느강을 중심 축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세느강을 중심으로 배를 타고 돌아보자면, 파리의 대 부분을 답사 할 수 있었으며, 강을 중심으로 도시를 형성하고 개발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우리는 아주 기쁜 소식을 접했었다. 바로 우리 광주시가 세느강과 같은 광주천 복원을 시 차원에서 복원 할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하며, 이 계획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원한다.

도시건물 전체가 그 자체로 고색창연한 문화재요 유물이자 훌륭한 볼거리였던 예술의 도시 파리를 뒤로하고 서양 문명의 역사, 세계사의 핵심이었다는 이탈리아로 향했다.

운하의 도시 베니스!
베니스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깜짝 놀랐다. 관람 시설이 부족한 실정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1회 평균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실적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베니스가 수 백년을 이어온 문화의 도시요, 관광 도시 임을 상징하는 모태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의 성공적인 개최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그에 따른 매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과연 광주의 매력은 무엇이며, 광주시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라는 깊은 상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산 마르크 광장, 베드로대성당, 피에타상 등을 보면서 로마의 문화는 결국 유물과 역사적 의미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무형의 자산이며, 그 연관성을 심화시키는 작업이 문화도시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는 신념을 갖게되었다.

그렇다면 광주는 광주 학생의거와 5·18 민주화 운동이 광주의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을 내 세울 수 있는 우리의 대안이 아닌가 싶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격언처럼 문화는 한 순간에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장구한 역사의 토대 위에서 배양·육성된다.

조급하게 서둔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희망을 간직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세계의 문화도시인 파리와 로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세기가 지나야 성숙되고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우리 광주가 문화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세기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문화는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하나하나 심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단기간에 완성하고자 하는 의욕만 앞세우면 마치 한 순간 빛나고 마는 반딧불과 같은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예향, 의향이라는 소재와 정체성을 토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당대에 완성한다는 의지보다 지금은 후손을 위한 초석을 지혜를 모아 견고히 구축해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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