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떠 있는 고흥반도, 바다를 거느린 거금도
바다에 떠 있는 고흥반도, 바다를 거느린 거금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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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 산이야기 (23)-적대봉(592m·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출발한 금산행 철부선이 뱃고동소리를 내며 바다를 헤쳐나간다. 오른쪽으로 소록도의 해안선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저 멀리 해무(海霧)를 뒤집어쓴 거금도가 의젓하게 다가온다.

소록도의 깔끔한 해안 모래사장과 울창한 송림이 거금도로 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연환경이 매력을 끄는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는 나병환자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녹동에서 20분 정도 바다를 가른 후 배는 거금도 금진선창에 우리를 내려준다. 거금도에서 뭍을 바라본다. 그 순간 내가 서 있는 섬이 뭍이 되고, 바다건너 바라보이는 육지가 섬이 된다. 고흥반도가 바다에 떠 있고, 거금도는 바다를 거느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 삼은 마을


오천마을의 몽돌해수욕장을 걷는다. 제법 큰돌들이 바닷물과 만나 맑고 고운 소리를 낸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겨우 길 흔적이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길은 확연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처연하다.

가끔 엉겅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꽃을 피우고 있고, 나리꽃이 요염한 자태를 드러낸다. 오리무중의 날씨는 한 순간 안개를 벗으면서 오천해변과 주변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시야가 트일 때는 갑자기 해방된 기분에 사로잡혀 내가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기분에 휩싸인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앞마당 삼은 마을들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가끔 반들반들한 바위가 전망대 역할을 자처해보지만 뱃고동 소리가 바다의 존재를 알려주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땀방울을 씻어줄 따름이다. 갈수록 암릉과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양쪽 옆으로 절벽을 이룬 암릉을 네발로 기어가기도 한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기가 막혔을 텐데……."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윽고 파상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마당목치에 도착한다. 길 양쪽으로는 억새가 밭을 이루고 있다. 그것도 길까지 침범하고 있다. 비에 젖은 억새는 불어오는 바람에도 몸이 무거워 자유스럽게 춤을 추지 못하고 있다.

바다와 섬 그리고 육지의 산들


억새와 짙은 구름에 휩싸인 봉수대가 어렴풋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둘레 34m, 직경 약 7m의 원형으로 된 봉수대로 올라간다. 조선시대에 왜적의 침입 같은 위급한 상황을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봉수대가 있는 만큼 주변의 전망은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간절한 우리의 염원 덕분일까? 비가 오는 가운데 갑자기 안개가 걷히더니 고흥반도와 소록도, 화도 그리고 쪽빛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고흥반도에 있는 마복산(539m)과 천등산(550m)이 바라보인다. 서쪽으로 보여야할 보성 오봉산과 장흥 천관산까지는 시야가 미치지 못한다. 남쪽으로 멀리 드러나야 할 거문도, 서쪽의 금당도, 평일도 같은 섬들도 신비에 가려져 있다.

적대봉은 섬 산이지만 고흥군에서는 팔영산(609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거금도는 조선시대 목장성(牧場城)이 있었던 곳으로 적대봉을 중심으로 30리에 이르는 성을 쌓아 말 116마리를 키웠던 세납(稅納)목장이 있었다고 전한다. 거금도의 남북을 잇는 석정리와 어전리 임도 곳곳에는 지금도 목장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섬의 옛 이름은 절이도인데, 거금도(居金島)는 큰 금맥이 뻗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던 길로 마당목치까지 내려와 파상재로 내려간다. 내려오면서 바라본 안개 덮인 산이 신비롭다. 성치마을에서 파상재까지 포장이 되어 있다. 성치마을 곧바로 내려가지 않고 송광암으로 가는 임도를 따라 면소재지까지 가려던 계획을 비 때문에 수정한다.

송광암은 고려 신종 3년(1200년)에 보조국사가 시창한 삼송광(三松廣) 중 하나라고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보조국사가 화순 모후산에서 절터를 잡고자 나무로 만든 세 마리의 새를 날렸는데, 순천의 현 송광사와 여수 금오도, 그리고 거금도 송광암로 날아가 둥지를 틀었다는 것이다.

성치마을에서 익금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드넓은 백사장과 해변을 감싸고 있는 방풍림, 맑고 푸른 바닷물, 그리고 멀리 보이는 점점 섬들. 이 멋진 해수욕장을 한 쌍의 남녀가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모습이 풍경 못지 않게 아름답다.






▷산행코스
-. 제1코스 : 오천리(20분) → 낡은터(2시간) → 마당목치(30분) → 정상 봉수대(20분) → 마당목치(40분) → 파상재(1시간) → 송광암(30분) → 면소재지 (총 소요시간 : 5시간 20분)
* 파상재에서 성치마을로 하산시 30분 소요(총 소요시간 : 4시간 20분)
-. 제2코스 : 성치마을(40분) → 파상재(1시간) → 마당목치(30분) → 정상 봉수대(20분) → 마당목치(40분) → 파상재(1시간) → 송광암(30분) → 면소재지 (총 소요시간 : 4시간 40분)
▷교통
-. 벌교와 고흥읍을 지나 녹동으로 가는 27번 국도를 타고 마지막까지 가면 녹동이다. 녹동에서 금산행 배편을 이용한다.
-. 녹동에서 금산행 여객선이 06:30부터 18:30까지 30분 간격(금진항과 신평항 각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항구에 내리면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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