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패션몰-상>“몫부터 챙기자” 분양 열올려
<넘치는 패션몰-상>“몫부터 챙기자” 분양 열올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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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패션몰

단란주점, 나이트, 술집 등에서 뿌리는 각종 광고지의 홍수에 이동통신 도우미들의 외침으로 시끄럽기만 하던 충장로가 패션가로 부활하려는 움직임일까?

광주 충장로가 패션몰로 넘쳐난다.
IFU(이프유), 워드존, 밀리오레 등 대형 규모 뿐만 아니라 청소년층 고객을 겨냥한 저렴한 가격의 남인천하, 여인천하, 보배로운 나라 등에 이어 이번엔 '갤러리존'이다.
지난해 밀리오레가 1,400여점의 상가를 분양하면서 유통업계에선 '포화 상태'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광주의 중심이 충장로에서 첨단, 상무, 풍암 등 주변으로 이동하면서 충장로의 소비층은 더욱 줄어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오는 8월 또다시 점포 600여개를 수용하는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패션몰 '갤러리 존'이 문을 연다. 갤러리존은 대주건설이 시공한 것으로 광주현지 법인설립에 따른 효과, 충장상권의 활성화 기대, 지역민의 신규 고용 창출 기대, 지역민의 문화 소비 욕구충족 등 다양한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다른 패션몰과 다를 게 없다. 몇가지 유명 브랜드 입점을 앞세워 소상인들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전략으로 분양 실적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좀처럼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 "이미 밀리오레에서 속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상인들의 분석이다.

가든 백화점을 모토로 광주 패션몰 1호점인 'IFU', 서울 본사만큼의 기대를 모으며 전남지역 도소매 시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던 '밀리오레', 차세대 대형 멀티쇼핑몰로 젊은층을 소비타깃으로 잡았던 '워드존'. 어느 것 하나 광주 충장로의 상권 활성화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지역 소상인들의 집합체라는 패션몰만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브랜드 매장을 늘리는 추세다.

개점 당시 새벽까지 영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IFU는 지금 오후 10시에 폐점한다. 주변 상권이 잠자는 시각 IFU만 문을 여는 것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충족조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속속히 들어서는 패션몰들에게 상인들을 빼앗기고 있는 IFU는 지상 4-5층만 소상인들이 영업하고 있을 뿐, 그 외엔 브랜드 매장이 들어오거나 다목적 용도로 활용해 기존 가든 백화점의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

이프유, 워드존, 밀리오레 이어 갤러리존까지
영업 능력 부족 패션몰들 '상인 생존권위협'


아직 개점 1주년이 되지 않은 밀리오레도 사정은 비슷하다. 밀리오레 광주점은 저렴한 가격, 원스톱 쇼핑, 풍부한 노하우, 지속적인 마케팅 등으로 빠른 시일내에 광주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었다 개점 사흘만에 25만명 고객 유치와 10일동안 하루 평균 8만여명의 고객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돼 충장로의 경제 활성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최근 밀리오레는 '불황의 늪 벗어나기 위해 환골탈태'한다는 기조의 매장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측은 개편 이유에 대해 "국내 경기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음"을 내세웠으나 이미 밀리오레는 회사측과 상인 사이에 여러 문제가 도출되면서 1/3 이상의 점포가 비었다. 이에 밀리오레는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5,6층을 5층 단일매장으로 통합하고 스포츠의류 전문매장과 잡화매장 위치를 바꾸는 등 '빈 점포가 많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신 헬츠클럽과 미용전문학원을 오픈했으며 이후 사우나와 찜질방이 들어설 전망이다.

건물 소유주가 전국에 '무료입장'이란 20개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워드존'은 처음부터 삐그덕 거렸다. 이후 상인들이 임대보증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등 불협화음을 거듭하다가 결국 조용히 '워드존' 간판은 내려졌고 그 자리에 '무료입장'이 들어섰다. 그러나 경기는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패션몰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는 시행사들이 상권 활성화보다 분양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단 패션몰을 개점하게 되면 대출금, 분양금 등으로 100% 이상의 수익을 챙기게 된다."며 패션몰 난립의 원인을 지적했다.

더구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과대홍보로 상인들을 대거 끌어다 놓고 일단 영업이 시작되면 홍보나 상업 이미지 유지는 상인들에게 떠넘긴 채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어 패션몰의 침체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이같은 상술에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상인들. 이들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투자금을 날리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불황까지 겹쳐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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