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민주화의 성지 빛고을 광주에서 5월 민주정신을 계승하는 뜻 깊은 주간과 노무현 대통령 광주내방에 즈음하여 광주·전남의·노동·농민·여성·지역·시민사회·학계·문화예술·법조·보건의료·환경·종교계 등의 각계에서 활동하는 대표로서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 핵에너지 정책전환 및 핵폐기장 추진 백지화 문제와 관련하여 노무현 참여정부의 환경철학 무지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탄생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과 광주·전남 시도민의 압도적인 지지의 결과이다. 우리는 노무현 참여정부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실현하여 소수정권의 한계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의 갈등을 해결하며 한국사회를 개혁하는데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나 우리는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 동안 보여준 환경현안에 대해 원칙과 상식을 저버린 태도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와 핵폐기장 반대 등을 비롯한 각종 환경현안에 대한 성직자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 서울을 향한 305km의 삼보일배 기도수행 등에 철저한 침묵과 방치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전국 도처에서는 각종 환경현안이 참여정부의 환경 철학과 정책 무지로 인해 대화 단절,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오히려 지난 정부보다 오히려 더욱 탄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환경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며 대통령의 각성과 해결을 촉구한다.
첫째,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어야 하며,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의 조속한 구성을 촉구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노무현 대통령도 사업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했다. 새만금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많은 국민은 간척반대와 대안을 제시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부터 4인의 성직자들이 목숨을 걸고 새만금 갯벌에서 서울까지 305㎞의 여정을 삼보일배 기도수행을 하면서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묵언으로 외치면서 5월 23일에는 서울에 입성한다.
우리는 성직자의 목숨을 건 삼보일배 기도수행을 바라보면서, 이제 새만금 문제에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이미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였고, 당선 후에도 전북지역을 방문하여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하였듯이 당장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고, 이후 새만금 갯벌을 보전하면서 전라북도의 장기적인 지속가능한 발전대안을 도모할 수 있는 신중하고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단체, 전문가, 정부와 전북도 등이 참여하는 '새만금신구상기획단'을 조속히 구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둘째, 핵에너지 정책의 전환과 핵폐기장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합동기구 구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국가의 에너지정책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지속가능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나아가야 하며, 대규모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전력산업구조를 이제 세계적인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전력산업구조개혁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2020년이면 풍력발전이 전 세계 전력공급의 12%를 차지하고, 2040년이면 태양광 발전이 세계 전력생산의 26%를 충당할 전망이다. 효율적인 전력이용과 재생에너지 확대와 현재 개발되어 있는 절전기술, 전력수급조절, 에너지수요관리 등만을 적용하더라도 핵발전소 추가 건설은 필요 없다는 것이 에너지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며, 환경단체는 이에 동의한다.
정부의 핵폐기물 임시저장고 수용능력이 2008년이면 포화되므로 시급히 핵폐기장을 건설해야한다는 것은 과장이며 국민을 속이는 기만이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내부보고서에서 중저준위 폐기물은 압축기술로 2020년까지, 사용후핵연료는 2016년 이후까지 각 핵발전소별로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세계 어느 곳도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 완전한 해답을 갖고 있는 곳은 없으며, 현대과학은 물론 미래과학기술도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미궁을 헤 메고 있다. 선진국들은 일방적인 핵폐기장 건설에 실패하여 우리보다 20년 앞서 핵발전소를 운영해온 스웨덴, 독일, 영국은 일방적 부지선정방식에서 벗어나 정부, 산업계, 시민단체, 지역주민, 전문가, 언론 등을 참여시켜 철저한 안전성 담보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핵폐기물 처분정책을 추진하였다.
우리도 독재정권 시절에서나 통하던 일방주의식 부지선정이나 배금주의를 부추기는 유치지역 보상방식에서 벗어나 일단 핵폐기장 유치신청 및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안전성, 민주성, 투명성, 수용성 등이 보장되는 '민관합동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핵발전소 중단정책과 함께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초한 환경철학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만금 간척사업과 핵 폐기장 건설추진 등의 개별적인 환경사안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백지화뿐만이 아니라, 구시대의 산물인 개발독재의 무분별한 개발정책과 신자유주의의 숭배와 환경철학 무지에서 벗어나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21세기의 패러다임으로 국가의 제반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모든 국정의 방향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기득권의 이익을 넘어 상식과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방향으로 결정되기를 촉구한다.
끝으로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선택과 결정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초위에 모든 국정운영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비판과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선언하면서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2003년 5월 16일 종교 농민 노동 예술 여성 등 각계대표 12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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