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먼저'…'광주가 먼저'
‘문화수도 ’ 예총-민예총 대립양상
'정부가 먼저'…'광주가 먼저'
‘문화수도 ’ 예총-민예총 대립양상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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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문화수도 논의가 시작된지 다섯달째.
광주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태동했던 이 논의는 시간이 갈수록 대립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언론사와 시민단체에서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아직 나아가야 할 방향조차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제 문화 향유자인 시민들과 예산을 집행할 행정기관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할 문화예술인의 입장마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민예총이 뭘 했는데요. 민예총 회장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뭘 생각하는지…"

문화수도 건설을 두고 광주예총(회장 박금자)과 광주민예총(회장 김경주)이 정면 충돌했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규탄한다"며 광주시민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한 광주예총에 대해 광주민예총이 "광주시민을 정치적 볼모로 삼지 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광주민예총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예산지원만 바라고 있는 광주시를 비판했다. "중점 추진사업으로 나열된 굵직한 기반시설들과 이에 수반되는 막대한 국가예산 등이 현실적이며 바람직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광주지하철과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뒤를 밟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또, 이런 광주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하는 광주예총도 민예총의 비판 대상이 됐다.

하지만 광주예총은 오히려 이런 민예총의 행동이 불쾌할 따름이다. 박금자 회장은 "그럼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으라는 말인가요? 그런 사고를 하기 때문에 광주가 대접을 못 받는 거예요"고 밝혔다. 오히려 "한 목소리 내자는데 함께 하지 않는 예술인들이 자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예총 "기반 마련해줘야 예술인 머문다"
광주민예총 "시민 합의 통한 자생력 길러야"


이들은 문화수도 건설 출발부터 분명히 다르다. 광주예총은 중앙정부의 지원을 우선으로 보며 행정수도와 문화수도 건설을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광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데 가장 큰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광주민예총은 문화수도가 아닌 '문화중심도시'로 방향을 잡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시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내부로부터의 출발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 대립은 광주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에 대한 판단과도 맞물려 있다. 광주예총은 "정부가 광주를 발전시키기 못하기 때문에 예술인들이 광주를 떠나고 있다"며 결국 예술인들을 머물게 하는 것은 정부의 능력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민예총은 "국가적 자산들을 생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재풀의 개발, 육성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며 광주 문화의 발전은 시민의 높은 문화적 자긍심과 창조력에 달려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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