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방북인사-북측 협상 실체 의문/ 김치축제위 직함 급조
나는야 방북인사-북측 협상 실체 의문/ 김치축제위 직함 급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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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레 내놓은 방북 성과 허점 투성이/ 있지도 않은 김치축제위 직함으로 서명/ 통일부 확인 결과 협상파트너 실체 의문/ '범태'는 베이징본부 조선족 기업인단체/ 현안 팽개치고 3박4일 방북, 10일 넘게 시청 비워// 우여곡절 끝에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고재유 광주시장의 방북 보따리가 시민을 우롱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시원찮다. 도대체 왜 북한을 갔는지 반문해도 고시장 스스로 할말이 많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그랬다. 22일 광주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고재유 시장의 방북성과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고시장은 핵심질문에 대해 거의 속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하는 헛점을 드러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함께 방북한 오주 광주시의회 의장이 동석한 이 자리에서 고시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방북이 4일동안 지체돼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도 "당초 13일 방북하려던 계획이 남북장관급회담을 연기한 북측사정과 베이징-평양간 항공편이 화·토요일 밖에 없어 불가피하게 연기됐다"고 해명했다. 고시장은 이어 "방북의 주목적인 오는 9월 김치축제와 내년 비엔날레 행사에 북측이 참여하는데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며 북한측과 맺었다는 합의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고시장이 성과로 내놓은 합의서는 협상파트너의 실체와 실현 가능성 등 곳곳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합의주체다. 합의서에 따르면 '범태'(범태평양 조선민족경제개발 촉진협회)의 리도경 회장, '장생'(조선장생무역총회사)의 리경수 총사장과 광주비엔날레 및 광주김치축제위를 대표하여 고재유 명예이사장(명예추진위원장)과 오주 이사(추진위원) 등 4명이 서명했다. 이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방북한 두 사람이 광주시장이나 광주시의회 의장이 아닌 비엔날레와 김치축제 관계자 자격으로 교류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시민을 기만했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고시장이 서명한 광주김치축제 명예위원장, 오주 의장의 김치축제위원회 추진위원은 있지도 않은 직함이라는 점에서 이번 방북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로인해 이번 합의서는 경우에 따라서 개인간에 맺어진 약속이상의 구속력이나 의미가 없는 것으로 격하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태'와 '장생'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즉, '범태'와 '장생'은 북한의 당이나 정권과 어떤 관계냐는 것이다. 이에대해 고시장은 "'범태'와 '장생'은 통일부로부터 남북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은 (주)시스젠(대표 권오홍)과의 의견교환 속에서 추천받은 것이며 막상 북한에 들어가 '정부초대소'에서 두차례 회담한 것으로 볼 때 믿을만하다고 본다"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 체류기간동안 북한의 당과 정부의 관계자와는 공식·비공식적인 만남을 전혀 갖지 못했다고 밝혀 합의서의 공신력을 의심케 했다. 특히 고시장은 '범태'와 '장생'이 조선노동당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느낌으로 당과 직결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할 정도로 협상 파트너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함께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상호 신뢰가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답변, 가변적인 남북교류에 대한 안일한 시각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본지가 통일부에 확인한 결과 (주)시스젠은 소규모 벤처회사이며, '범태'는 북한정권과 공식적인 관계가 없고 다만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평양에 지부를 둔 친북한 조선족 동포 기업인들이 결성한 단체라는 점, '장생'은 일반적으로 조선노동당의 산하기구로 알려져 있지만 역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는 점이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합의서가 정말 고시장 일행이 북한측과 협상을 벌이고 합의를 했는지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합의서 내용만 해도 그렇다. 총 5개항으로 된 합의서는 1항부터 4항까지는 '범태'가 주체가 돼 비엔날레 및 김치축제에서 협력하도록 한다는 점을 담고 있고, 5항에서도 '범태'가 4항까지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장생'과 협력하여 추진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결국 고시장 일행은 북한정권과 공식적 관계가 없이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는 '범태'와 교류협력를 합의함으로써 엄밀히 말하면 북한측과 직접적인 합의를 이룬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시장 일행이 북한의 고위층에 전달하겠다며 들고간 김치도 마찬가지다. 고시장은 기자회견에서 2개의 김치를 '범태' 회장과 부회장을 통해 북한에 전달해 달라고 했다고 답변한 것도 협상파트너가 누구인지 되묻게 하는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범태'는 광주에 도착한 고시장에게 팩스를 보내 일정이 미뤄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앞으로 합의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결국 고시장 일행의 방북성과는 앞으로 전적으로 베이징에 본부를 둔 조선족 기업인들의 단체인 '범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고시장 일행과 함께 방북하기로 한 김대기 광주시 건설협회 회장 등 건설사 대표 3명과 김치업체 대표 4명 등이 22일에야 역시 '범태'의 주선으로 방북한 것도 그 반증이다. 이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고시장은 일언지하에 일축했지만 이번 방북을 성사하는 과정에서 10억대의 수수료를 '범태'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까지 했을 정도다. 물론 고시장의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김치와 미술품이 광주에 오게되면서 남북교류협력의 새장을 연다면 높이 살만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도청이전, 인천-광주간 직항로, 프로야구 해태구단 지역연고 이전 등등 산적한 지역현안을 놔두고 과연 3박4일동안의 방북을 위해 10일 넘게 시청을 비워야 했는지가 고시장에게 던져진 또다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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