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본지 '골프칼럼 비판' 무죄확정-당사자 손배소 검토
대법원, 본지 '골프칼럼 비판' 무죄확정-당사자 손배소 검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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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권력은 그 속성상 취재와 보도의 자유로움 이면에 '선출되지 않았으면서도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이라는 이중성을 깔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언론의 무책임성은 '권력은 휘둘러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따가운 질책을 피하기 어려웠다.

매체간 상호비평은 이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권력에 대해, 국가권력이 아닌 동종 언론상호간 비판에 의해 자율적 정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론매체간 상호비판의 활성화에 주목할만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고현철·변재승)은 전남일보(사장 임원식)와 호남신문(당시 사장 박영철)에 실린 사주들의 골프칼럼을 비판(본지 2001.7.25자)했다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본지 손정연 전 편집인, 노성경 전 편집장, 양근서 기자 등 3인에 대한 상고심에서 지난달 28일자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기사가 실린 '미디어를 쏴라'란을 둔 목적 △기사 취재 경위 △피해신문사들의 경영상태와 기자들의 임금지급실태 등에 비추어 이 기사의 내용은 모두 진실하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저임금과 체불임금 등으로 기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지역신문의 사장들이 매주 자사의 신문에 골프칼럼을 게재하는 것은 계층간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의 기사는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결이유를 밝혔다.

"계층간 위화감 등 비판은 비방목적 없다"판결
법조계, "언론상호간 비판과 견제의 자유 필요성 확인"
피소 당사자 "물질적,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적소송 검토 중"



현행 형법은 '사실일지라도 비방목적으로 출판물에 의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제307조 1항, 309조1항)'에 대해 금고 또는 벌금형에 처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제310조 위법성 조각)'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 재판은 당초부터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는 '보도목적의 공익성' 여부에 맞춰져 있었던 것.

재판부는 또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1심부터 재판의 변론을 맡아온 민경한 변호사는 "올바른 여론형성과 언론개혁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언론상호간 비판과 견제의 자유가 필요하다"면서 "이 판결을 계기로 언론 발전과 개혁을 위해 긍적적인 효과가 많은 미디어 비평이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또한 공인들이 법적소송을 비판적 언론인에 대한 '압박용'으로 이용하려는 의도에 대해 일침을 가한 판례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 2월 한나라당이 언론인 정경희씨를 상대로 '이회창 (당시)대통령대통령후보를 비방하는 칼럼을 써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서울지법에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를 당했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한나라당의 소송에 대해 "비판적 언론인들에 대한 ‘협박용’소송"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편, 피고인 양근서 기자는 "피소로 인해 활동위축은 물론이고 지난 20개월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입었다"면서 그동안의 물질적, 정신적 손해에 대한 법적절차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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