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꽃이 피기전에 고흥으로 오세요
마늘꽃이 피기전에 고흥으로 오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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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많이 변했습니다. 우리의 봄은 벚꽃처럼 소란스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월대부름 지나 진득하고 신중하게 초가집사이 흙담 밑에서부터 왔습니다. 도랑 흙을 처올려 물흐름을 좋게하고 미꾸라지를 받아왔습니다. 산나무들의 잔가지를 쳐주고 그것으로 나무울타리를 새로 했습니다. 쑥 냉이 고사리 봄나물은 자연과 교감하며 봄맞이를 하는 사람들에 주어진 선물이었습니다.

길지 않는 세월이 흘렀는데 우리의 봄은 기억속에도 잊혀진 듯 합니다. 그중에 사람살이가 많이 변했습니다. 다수가 농촌을 떠나갔고 남아있는 사람들도 기력이 약해 있습니다. 특히 새계화의 바람이 드세지면서 농촌의 마을이 더욱 늙어가고 있습니다. 외국농산물을 들여온 만큼 쌀농사도 보리농사도 마늘농사도 자꾸 줄여야 할 형편입니다.

쑥 냉이 고사리 나물은 봄맞이 사람에게 주는 선물
외국 농산물 봇물 보리·마늘농사도 줄여야 할 형편


그런데도 자연의 봄은 들녘에 가득합니다. 사방나무 잎파리가 연록색으로 커갈수록 산은 날마다 세수를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오르는 강뚝을 지나 벌써 시퍼렇게 변한 들판은 바다처럼 깊어가고 있습니다. 간간히 농부들이 허리를 굽혀 풀을 매거나 논두렁 밭두렁 쑥을 캐고 새들도 자유로운데 4월 봄날 생명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이 너무 적을 따름입니다.

겨울이 따뜻한 고흥은 보리와 마늘 농사가 많습니다. 엄동설한에 어쩌다 눈이 쌓여도 이불처럼 덮고 자다가 일어나는 것이 보리와 마늘입니다. 바람부는 늦가을에 뿌리고 심어 4월에 이른 지금의 보리 마늘은 청소년처럼 건강하고 신선합니다. 보리는 벌써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고, 마늘은 통이 커져서 깊고 깊은 땅기운과 접속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산골에서 흘러내린 고랑물에는 다슬기들이 나와서 봄볕을 즐기고 들판개울에는 올챙이들이 앞다퉈 헤엄치고 있습니다. 논두렁에 앉자 들녘 보리 마늘들이 물결치며 손짓을 합니다. 쑥스러워 고개를 돌리자 노란 민들레가 제비꽃과 함께 더욱 무안해 합니다.

아깝습니다. 참 소중한 봄기운입니다. 내년이면 더욱 줄어들 보리 마늘밭 비어가는 농촌 사라져가는 우리의 봄을 생각하니 올해의 봄날 들녘이 너무 아깝습니다. 머지않은 후세들이 우리의 봄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면 우리의 봄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가까운 조상인 우리들은 무슨말을 해야할까 막막합니다.

"농촌들녘 체험행사 참여 자연의 숨결 느껴 보세요"

농촌들녘 체험행사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4월말쯤이면 고흥의 봄은 절정에 달할 것입니다. 쑥쑥자란 보리밭에 누우면 밭두렁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땅기운을 흡입하던 마늘이 정점에 달해 여력의 기운으로 마늘쫑을 피워올린 때가 사월 말경입니다. 이쯤 농민들은 마늘쫑을 뽑아 마지막 기운까지 마늘로 돌려줍니다.

가까운 도시의 아이들과 어른들을 불러서 마늘쫑을 뽑고 보리피리도 불며 몸과 마음에 우리의 봄기운을 담아보는 '농촌들녘체험행사'를 계획해 봅니다. 농민들의 삶터인 들판으로 초대하여 밭두렁에 난 풀꽃들도 만나보고 개울가 생태도 관찰해보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행사를 고민했습니다.

우리의 봄을 깊이 기억하 수 있도록 후세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남도 농촌에서 농부들과 선생님들이 준비한 작은 행사입니다. 마늘꽃이 피기전에 이곳 고흥 들녘에 한번 오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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