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에 앞서 관광문화를
관광산업에 앞서 관광문화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관광시즌이 다가왔다. 너도나도 꽃놀이를 가고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관광현상은 연중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사회현상이다. 그래서 특정시기를 달리 관광시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한 감이 없진 않지만 마땅히 다른 표현이 없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그저 그렇게 부른다.

관광학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관광학을 강의를 하면서도 공부네 연구네 하면서 남들이 다 가는 봄철 꽃놀이를 한번도 찾아보지 못한 필자로서는 금년에도 그냥 넘기는 것이 어쩐지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래서 올 봄엔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지역의 꽃놀이 관련 축제들을 다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작은 자연스럽게 우리 나라 꽃 축제 중 가장 일찍 시작한다는 광양매화축제부터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입구에서 경찰들의 통제하에 매화축제라고 쓰여진 커다란 간판과 간이 천막촌이 들어선 논바닥으로 안내되었다. 포장도 안된 길을 따라 가보니 질척거리는 논바닥에 어느 대학 축제에서나 찾아볼 수 있음직한 간이식당과 주점 그리고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정체불명의 특산품 매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달래며 1시간 가량 걸려 군에서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가는 곳이 곧 길이다" 등의 좌우명을 쇠뇌 당하고 제대한 대한민국 운전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차량으로 통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특수도로를 빠져 나왔더니 결국 처음 진입로 입구였다.

다시 달팽이에 준하는 속도로 30분 가까이 앞으로 나아간 끝에 간신히 매화마을에 도착하였는데 어디를 구경해야 하는지를 몰라 다른 차들을 따라 가다가 그만 마을을 지나치게 되었다.

차를 돌릴 만한 곳이 없어서 모두들 아무 곳에서나 반대편 차선으로 차를 돌리는 불법을 자행하면서 다시 돌아왔다. 산 중턱에 마련된 주차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산아래 쪽에 안내자도 없었다. 매화축제에 매화도 없고 축제도 없고 장사치만 보고 왔다고 일행들이 불평을 터뜨렸다.

그래도 방문한 기념이라고 저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백화점 아무데서라도 살 수 있는 매실 가공식품 한두가지를 구입한 일행들이 그저 안스러울 따름이었고 관광분야에서 밥먹고 산다는 것 때문에 내내 죄인 심정이 되어 몸둘 바를 몰라 했던 하루였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다시는 아는 사람들과 동행하여 축제를 구경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세한 안내판이나 안내원이 없는 것도 도로가 미처 정비되지 않은 것도 이해한다. 주차시설이 산중턱에 있는 것도 길가에 장사치들만 있는 것도 이해하고 축제와 광양 토속음식이 아닌 엉뚱한 전국 지방토속음식을 파는 식당만 있는 것도 이해한다. 미처 그런 것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차차 개선해 나가면 된다.

그러나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것은 몇몇 상인들이 음식이나 팔고 있는 곳이 당당하게 축제란 간판을 걸도록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고 경찰들이 길도 없는 엉뚱한 곳으로 외지의 방문객들을 유도한 사실이다.

누구를 위해 그렇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매화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매화구경은 커녕 한번 들어가면 몇시간이 걸려야 나올지 모르는 곳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광양시는 그런 상태의 축제를 버젓이 지역의 대표축제로 내세우고 있을 게 틀림없다. 무책임한 행정기관과 고의적으로 엉뚱한 곳으로 길안내를 하는 경찰에 의해 관리되는 지역축제인 셈이다.

매화 축제가 제대로 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주차시설과 판매시설이 산 아래에 위하도록 해야하고 입구에서부터 안내원 없이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표지판이 정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식당을 한 구역으로 모으고 무질서한 상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할 것이다. 꽃놀이 축제의 핵심은 아름다운 경관에 있다. 아름답게 경관을 해치는 모든 원인요소들은 과감하게 제거하여야 한다.

우리의 의식수준은 아직 관광을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광에 대한 접근이 상업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관광은 경제적 혜택도 크지만 그보다는 국민복지 실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갖는다.

지금과 같이 뭐든지 돈벌이로만 연결하려는 얄팍한 상업주의가 만연하는 풍토 속에서는 복지실현의 수단으로서의 관광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고 지금처럼 불평만 있는 관광이 될 것이다.

복지 수단으로서 관광을 발전시키는 것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관광이 지역의 경제에 가져다줄 이득에 앞서 주민과 방문객의 복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관광문화가 형성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화가 없으니 의식이 올바르게 서지 못하고 잘못된 시각이 개입되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에 앞서 관광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건전하고 균형잡힌 관광문화속에서 생산적인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 선진국들이 부럽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