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민심 왜곡 말라”
“호남민심 왜곡 말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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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용 인사보좌관, 지역언론 향해 직격탄
특검수용·인사문제 '호남소외' 사실왜곡
내년 총선출마설 '내 뜻대로 되나' 여운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이 지난 27일 광주에 왔다. 지난달 6일 인사보좌관에 전격 발탁돼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지 한 달여 만이다. “지인들을 만나 인사나 하고 밥이나 먹자”는 단순 고향방문으로 의미를 애써 축소했지만 그 말을 곧이 들을 사람은 없었다. 결국 그의 광주방문‘속내’는 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만찬과 여론주도 그룹을 접촉하는 것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광주방문의 핵심 키워드는 ‘호남민심’이었던 것이다. 정 보좌관을 만나 최근의 심경을 들어봤다.

특검수용 민심이반 사실 왜곡

“기자들이 잘못 관점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르것소. 호남민심은 가만히 있는디 기자들이 무담시 막 시끄럽게 한 것 아니요?”

정 보좌관은 호남민심 논란과 관련, 지역 언론을 향해 정면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지역언론이 기득권 세력의 입맛에 따라 ‘호남소외론’을 부풀려 민심왜곡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송금 특검제 수용과 검찰 인사문제로 호남민심이 이반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왜곡’의 혐의가 짙다고 했다.

정 보좌관은 “국민들의 많은 수가 대북 송금의 내용을 알고 싶어하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남북관계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제한적인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제 수용이 ‘지역문제’로 발화될 인화성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언론이 특검제 수용을 ‘지역주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관점에 문제가 있다는 항변인 셈.

정 보좌관은 대북송금 문제에 대해서도 ‘결자해지’의 원칙을 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주변인사들이 나서서 이해를 구하고 실정법 상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동교동계 뒤에 숨어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보좌관은 이와 관련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지역여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보좌관의 ‘광주행’은 역설적으로 참여정부가 호남민심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지역 고려 인사 않겠다

“항의 전화 많이 받았지요. 지난 30여년 동안 특정지역이 경제와 인사에서 일방적 혜택을 받을 때 얼마나 분노했습니까. 그런데도 그 사실은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고 최근 5년간 국민의 정부가 차별해소를 위해 호남발탁인사를 한 것만 관심사란 말이오.”
주제가 인사문제로 넘어가자 정 보좌관은 “담배 한 대 주소”하며 답답한 심정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하지만 정 보좌관은 “국민의 정부에서 호남출신 검찰인사들이 편파적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며 “이들 검찰이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인사에서 호남지역이 소외돼 섭섭하기는 하겠지만 개혁성과 적재적소라는 큰 원칙에 따른 만큼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번 인사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PK인사’가 아니냐는 항간의 여론에 대해서도 “한국사회가 큰 변화의 과정에 있으며 이번 인사는 그 변화를 따라잡기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봐줄 것”을 주문했다.

정 보좌관은 이와 함께 “호남지역 인재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인재풀에 대한 조직적이고 과학적인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이어 ‘적재적소 실적 투명성 공정성’을 참여정부의 4대 인사원칙으로 제시하고 앞으로 지역을 고려하는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인사과정도 국민참여제안과 5단계의 검증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정실·측근인사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치 내 뜻대로 안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일각에서는 정 보좌관의 의지와 상관없이 총선 출마설이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유명세를 치르는 것도 있지만 그간 정 보좌관이 지역에서 쌓아온 이력과 행보를 감안한다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 보좌관은 이에 대해 “정치를 하지 말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나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현재도 반 정치인”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보여 여운을 남겼다. 상황에 따라서는 출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보좌관은 또 비전21의 역할과 관련 “광범위한 참여를 구상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되지 못했다”며 “향후 적극적인 설득노력과 참여를 통해 내발적, 자발적 궁리가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언론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참여정부가 중앙-지방 ON-OFF 매체를 막론하고 문호를 개방, 언제든지 인터뷰 용의가 있는 만큼 앞으로 지방언론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이날 광주지역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만나 지역여론을 청취하고 협조를 구했으며 28일 오전 광주YMCA 뒷마당에서 열린 ‘무지개 광장’기공식에 참석한 뒤 상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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