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 안좋다고 무시하면 안되지
옷차림 안좋다고 무시하면 안되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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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백화점' 운영하는 정우진·이진행 형제사장

"중국 이야기 듣고 싶으면 기자라도 중국 다녀와서 다시 찾아와요"
'중국백화점'(광주시 북구 중흥2동)이란 간판을 보고 찾아간 곳에서 정우진 사장(50)은 이렇게 딱잘라 말했다. 중국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현저히 낮고 사실과 다르다는 것.
"다들 중국 상품 하면 싸구려고 볼품 없는 것이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정사장이 가져오는 물건들은 천원 단위에서 1천만원이 넘는 물건까지 다양하다. 땅이 넓이만큼 중국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을 무시하기 일쑤라는 게 정사장의 이야기다. 언론에서조차도 중국의 단면만 보여주다 보니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중국에 대해 물어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정사장은 항상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중국 다녀와서 다시 오라"고.

결국 몇번의 설득 끝에 풀어놓은 정사장의 이야기 보따리. 그것은 정사장이 장사를 위해 중국에서 가져오는 물건 보따리만큼이나 낯설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번달 한국에서 머물면 다음달은 중국에서 머무니 반년씩 사는 셈이지. 그렇게 5년을 살았는데 살수록 무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말하는 무서움이란 악착같이 사는 중국사람들의 생활을 말한다. 반면, 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여유도 만만치 않다.

"중국 사람들은 손님이 와도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물건을 골라 가격을 물어볼 때서야 비로소 일어나 대답을 한단다. 그러면서도 도매상들 경우 구입할 수량이 적으면 절대 안판다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예의가 없긴 하지. 하지만 그것은 '물건이 필요하면 반드시 살테지' 하는 그들의 자존심이기도 하고 상술이기도 해"

흥정에서 또 하나 재밌는 것은 물건이 2000원일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2001원'이라는 이상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건은 2000원에 팔리지만 1원의 강조는 그들의 이익을 나타내는 것이며 가격을 더 이상 깍을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부자이기도 하다. 보통 상점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상인의 경우 그 건물 안에서 장사하는 도매상들이 8천개가 넘는다고. "우리나라에서 10억원 줄테니까 한국에 머물라고 해도 그 사람들 꿈쩍안해요. 그 정도는 돈도 아니지"

"한국 사람들 삐뚤어진 시각으로 중국 이해"
"비자 발급 등 교류를 활발해야 편견 사라질 것"


그런데도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기분이 상하곤 한다. "얼굴 생김새가 비슷해서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알려면 옷을 봐야해요" 그만큼 한국 의류는 발달해 있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한국에서 옷차람이 허술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취급도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정사장은 한국 사람들의 선입견이 중국과 활발한 교류를 막는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월드컵 기간동안 일어났던 중국인들의 비자 발급 문제도 그렇다. "상상할 수 없는 부자들이 돈을 쓰기 위해 한국에 오겠다는데 비자가 안 나오니…" 그는 극히 소수의 불법체류를 막겠다는 이유로 자유 왕래를 막고 있는 한국 정부 자세가 하루 빨리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기 힘들다면 광주라도 나서야 한단다. "차이나 거리 만들고, 중국 도시와 교류한다고 말만 떠들지 말고 편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상해로 연결되는 항공편이 늘었음에도 대부분 한국사람들이 중국으로 가서 외화를 사용하고 올 뿐, 우리나라의 실제 이득은 없다는 것이 정사장이 한·중을 오가면서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정사장과 그의 이종사촌 동생인 이진행 사장(49)은 10년전부터 중국과 교류를 하고 있다. 중국에 제조업 공장을 설치하려 했으나 아직 한·중 교류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중국과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중국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
이곳은 물건을 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도 찾아오곤 한다. 이들에게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는 재미보다 고개를 숙이게 하는 내용들이 더 많다. 정사장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는 민간인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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