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홍 광주상의…'거듭나는 계기되라'
극심한 내홍 광주상의…'거듭나는 계기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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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경선 예고…불공정 시비 일어>
<조직동원·'대량매집' 등 과열 혼탁 조짐>
<'젊은 경제브레인'탈바꿈 할까 '주목'>



60년 전통의 민간경제단체인 광주상공회의소가 최근 의원 및 회장 선거를 계기로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역대 회장선거사상 초유의 경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선거과정에 대한 일부의 강한 불공정의혹 제기와 함께 특히 올해부터 '임의가입'이 허용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매집사태마저 드러나는 등 혼탁과 과열양상 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지역사회에서는 '광주상의가 이번 기회에 지역민의 요구를 외면해왔던 과거의 잘못을 극복하고 지역경제주체로서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제 역할을 해내도록 거듭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올부터 임의가입제 도입


광주상공회의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강신영 변호사)가 지난 1일 제 18대 의원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42석을 선출하는 의원 후보에 77명, 1석인 특별의원 후보에 2명(한국산학협동연구원, 대한건설협 전남도회)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의 의원은 회장 등 임원선출권이 있고 정관 개정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데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정관개정에 따라 정회원(3년이상 회비납부)223명 외에, 50만원의 연회비를 납부할 경우 선거권이 부여되는 임의가입 회원까지 가세해 이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광주상의의 회원기준은 부가세법상 6개월간 매출세액이 1억원이상 모든 상공업자는 상공호의소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회원이 되고 회비를 납부하게 돼있었다. 광주, 담양,화순 등 광주 상의 관할구역에서 대상 업체는 약 2천여개에 이르고 회비를 내는 업체는 약 5백여개 이상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줄인다는 방침에 따라 이같은 강제규정 대신 임의가입제도가 도입돼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음식,도소매업 등 업체들도 50만원의 회비만 납부하면 회원자격이 주어지고 의원 선거권도 등가방식으로 1표씩 부여받게 된 것이다.(연 60억원이상 매출업체는 4년간 의무가입 유지)

지난 5일 권영두 화천기공대표,남상규 부국철강대표 등 상의의원들이 의원선거의 불공정 의혹성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태성 기자

이번 광주상의 임원선거가 보여주는 문제점은 사무국(집행부)측의 석연찮은 선거과정의 불투명성과 함께 광주 상의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임의가입 회원에 대한 대량 동원 등 과거 정치권에서 보여준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행태가 적나라하게 재연되고 있는 것.

지난 달 22일 광주 한 일간지 2면에 '선거일 공고'가 났다. 가로 5cm 세로 6.5cm크기의 이 공고문은 오는 13일 의원 및 특별의원 선거를 치른다는 짤막한 내용의 것이었다. 상의의원들조차 모르게 공고문이 나간 점과 선거인 명부 열람을 안내하는 내용도 없는 점등을 들어 불공정성을 의심하는 강한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고경주(금광기업)·권영두(화천기공)·남상규(부국철강)·박창열(대동건설)·이기승(보성건설)·최재훈회장(남화토건)등 지역 중견 경제인 7명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파행선거를 우려한다'며 "18대 의원선거에 필요한 기본사항을 다뤄야 할 상임의원회나 회장단회의가 한번도 열린적이 없고 대부분의 의원들도 모른 채 선거일정이 진행돼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상의임의가입제가 악용되면 선거에 조직적으로 자기표를 동원, 실제 지역 상공인들의 뜻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며"임의가입마감일까지 임의가입회원들의 숫자나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채 사무국만이 알 수 있게된 것도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주상의측은 회견 다음날 해명자료를 내고 "선거일 공고와 방법은 규정에 따른 적법한 것이며, 모든 선거관리업무는 5인으로 구성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관하므로 회장과 사무국은 선거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독주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선거인명부 열람불가는 과열방지에 의의가 있다"고 해명했다.

상의측의 이날 해명은 오히려 불공정 의혹을 키운 셈이됐다.
선관위가 선거관리를 주관한다는 부분과 관련, "선관위의 업무는 의원과 투표인의 자격 적정성여부만을 판단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임의가입제를 악용한 혼탁사례가 실제 등장하고 있어 우려를자아내고 있다.
6일 한 제조업체 대표는 기자에게 "모 후보측에서 '도와달라'며 10일까지 가입원서를 내달라"고 요구해왔다"며"어느 한쪽을 편들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앞서 7인의 '광주상의 혁신추진모임'은 7일 보도자료에서 "광주 하남소재 S건설, 평동공단 B업체, 광주상무지구 C 식당 등 에서 광주상의 직원을 사칭, 가입원서를 받아가는 등의 매집(買集)사태가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지역의 미래 이끌 상의되라


이처럼 의원 및 회장 선거과정이 유례없이 뜨거워진데는 이번 선거가 일찌감치 출마의사를 밝힌 남상규 부국철강 회장(광주상의 부회장)외에 마형렬 현 회장이 뚜렷한 입장표명을 유보하면서도 사실상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비롯됐다. 지난 해 불출마를 전제로 잔여임기를 수행했던 마회장은 선거가 임박하면서 주변 인사들로부터 강한 출마권유를 받으면서 일체의 공식적인 언급은 자제 한 체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마의사를 표명할 경우 '불출마약속 번복'이라는 원죄를 안게 될 마회장으로서는 선거일 직전까지 표면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측근들에 따르면 "지금 한다 안한다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 "안한다고 큰 소리치는 것도 그렇고 지켜봐야한다. 많은 의원들이 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차기 회장에 나서라'는 사람이 많으나 해야 할지 안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상의회장선거는 공약 유세도 없고 교황선출방식처럼 의원들의 호선에 의해 뽑히기 때문에 선거직전까지 출마의사를 표명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어쨋든 이번 선거는 광주상의의 진로에 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같은 추세가 '개혁'이냐는 분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해도 '변화'의 큰 흐름을 맞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개혁이든 변화이든, 광주상의 회장은 신년하례식이나 임원선거 등 연례행사에나 의례적으로 참석하는 등의 대외적인 명함용이 아닌, 광주의 경제 더나아가 광주의 미래를 놓고 지역민과 함께 고민하고 또 지역을 이끌어가는 '젊은 경제브레인'의 역할을 해내야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광주상의의 선거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권 행태 재연될까

-마회장의 '불출마 약속' 번복

지난 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때 초반 유력한 후보는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인제씨(자민련)였다. 당시 이인제씨가 지닌 최대 약점중 하나는 한나라당 시절 달게된 '경선불복 정치인'이란 꼬리표. 이는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를 집요하게 쟁점화시킨 노후보에게 결정적으로 패배한 주요 요인이 됐다. 한국사회에서 '신의와 성실의 원칙'은 이제 무시못할 주요 덕목이 되고 있다.

물론 민간경제단체인 광주상의에 정치에 요구되는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무리일 수 있으나 믿음을 제1 덕목으로 치는 사업가들의 모임이기에 필요한 부분일 지 모른다.

이번 18대 선거에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마형렬 현 회장도 '불출마 약속 번복'이라는 최대 약점고리를 갖고 있다.

지난 해 9월 보궐선거 당시의 상황을 관계자들과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지난 해 9월 11일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 의원총회는 부회장인 마형렬씨(남양건설 회장)와 남상규씨(부국철강 회장)가 출마의사를 피력, 60년 광주상의 최초의 경선이 예상됐다.

박용훈 의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김성산(금호산업)·정상길(매일유업)의원은 '합의추대'를, 남상규 회장은 신상발언을 통해 '경선'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에대해 경선의 부담을 우려한 일부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돌면서 박 의장과 일부 원로의원, 두 입지자 등 4~5명이 막후 협상에 들어갔고 곧바로 공식 발표가 나왔다.

'합의추대'방식의 발표에 이어 마 회장은 "이번 회장은 전임회장의 잔여임기를 맡고 차기 회장으로는 남 회장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올 3월 18대 회장 선거에 나오지 않을 것을 선언하고 17대 회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마부회장측은 그러나 아직까지 공식 출마여부를 표명하지 않고 있으나 지난 1일 이후 선거권을 가진 임의가입 회원들의 등록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사실상 출마의사를 굳힌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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