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은노조, 밀실주총 지켜보며
광은노조, 밀실주총 지켜보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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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 8백명 감축/ 퇴직금 미리받아 산 주식도 휴지조각/ 그래도 참아내며 각오를 다졌는데...// 가정 살림도, 기업 경영도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일어서 보자고 힘을 합해 나섰는데 장애물에 부딪힌다면 그 좌절감이란…. 지난 5일 오전 정기주총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광주은행 노동조합원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들은 전날 밤 늦은 시각 임원진 교체에 대한 윤곽을 대충 전해듣고 허탈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해 12월22일 마산 경남대에서 열린 금융노동자 총파업 현장이 스쳤다. 광은노조 총원은 1천25명. 그 중 임산부와 비서실 직원 등 40명을 제외한 9백85명이 참석, 사상 최고의 열기로 뭉쳤다. 그들은 매서운 겨울 추위도 느끼지 못했다. 지난 4년간 그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참아냈다. 지난해 10월말 130명이 희망퇴직하면서 1996년말 2천명이던 은행 총원은 현재 1천2백명으로 줄었다. 직급별로 상여금을 일정비율 반납했고 올해도 총급여의 15%를 감액하기로 노사가 지난해 단체협약에서 합의한 바 있다. 주택자금을 대출 받아,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식은 이제 휴지조각이 돼버려 빚더미를 떠안은 은행원도 많다. 이를 참아내고 은행을 살려보자고 노조는 전임 경영진과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와중에 임원진 교체에 맞닥뜨려 다시 좌절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이날 오전10시 개최 예정이었던 주총을 노조의 현장 점거로 열지 못하고 오후1시30분 장소를 옮겨 예금보험공사 담당직원 1인이 안건을 상정, 신임 행장으로 엄종대씨를 선임하고 주총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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