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태 시장님! ' 5월18일을 광주시민의 날로 만듭시다'
박광태 시장님! ' 5월18일을 광주시민의 날로 만듭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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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민중의 정당한 민주화 요구를 압살하고 권력을 거머쥔 전두환 군부세력은 1986년 11월 1일 광주를 보통시에서 직할시로 승격시켰다. 이는 민주 정통성이 결여된 군부세력의 민심 선무(宣撫) 차원의 시혜적 조처였다. 광주시는 직할시 승격을 기념하여 11월 1일을 시민의 날로 선포하여 거의 15년 이상 기념하여왔다.

이러한 광주의 시민의 날 제정 배경을 알고 나면 정말 수치스럽다. 이미 민선 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기존의 시민의 날에 대해 문제 제기가 두어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독재의 유물인 11월 1일 시민의 날을 오늘까지 존속시켜 왔다는 것은 더욱 창피한 일이다

87년 6월 항쟁과 그 이후 수 차례의 각종 선거를 통해 많은 인사가 국회의원으로, 각급 자치단체장과 의원으로 진출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광주정신’을 계승하겠노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자치행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1998년 개정된 광주 시민헌장에선 ‘5.18 민주항쟁’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왜 당시에 시민헌장을 바꾸면서도 시민의 날을 개정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5월 18일은 광주를 결정적으로 상징하는 날
"국가 기념일과 중복 곤란"주장은 구차스런 변명

우리 모두가 말로는 '민주성지'라 하면서도 참다운 시민의 자치를 만들어 가는데 준비성이 너무 부족하거나, 어떤 불감증에 걸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최근에 광주시민의 날 개정과 관련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이는 5.18기념재단을 비롯한 광주의 52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광주시민의 날 개정을 제안함으로써 시작된 것이다. 광주광역시 일부 시의원과 시 집행부에선 5월 18일이 국가기념일과 중복되며 추모, 애도하는 취지와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계엄군이 도청에서 물러난 5월 21일로 정하자고 한다.

필자는 시민의 날 제정과 관련된 토론회, 공청회, 간담회에 수 차례 참여하여 시 집행부 및 시의원들과 토론하면서, 완고한 고정관념과 상상력의 빈곤에서 비롯된 우리 지역의 한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먼저, 5월 18일은 단순한 기일, 제삿날이 아니다. 오월 민중은 광주에서 분단체제의 최대 수혜자인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했으며 일시적, 부분적인 승리를 쟁취했다. 많은 사상자가 있었고 그 때문에 시민 모두가 슬퍼하고 분노했지만 군부독재의 압도적인 폭력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확인한 시민들은 환호했다.

시민들은 극한의 절망 속에서 자신들의 위대한 힘을 자각했다. 5·18은 바로 이러한 투쟁과 저항 속에서 승리와 좌절의 모든 체험이 한데 어우러지는 가운데 시민모두가 하나됨을 경험한 '절대 공동체'(최정운) 혹은 '화엄 광주'(황지우)의 체험이었다.

'민주도시’ 광주의 역사적 정체성과 시민들의 자긍심은 바로 이처럼 함께 투쟁한 놀라운 공동체의 체험에 기초한다. 광주 시민의 날 행사는 바로 이 체험과 위대한 시민정신의 고귀함을 기억하고 기리며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시민 제전이 되어야 한다.

작년 11월1일에 열린 시민의 날 행사 ©김태성 기자

이 시민 제전은 광주 시민을 포함해 민족 구성원 모두 기념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광주와 한국의 민주주의 투쟁을 경외하는 동아시아 민중을 비롯한 세계인이 참여하는 제전이어야 한다. 광주시민의 날 행사는 아시아 민주화운동사에 깊이 새겨진 5·18의 위대한 공동체성과 시민정신을 되새기고 계승하며 기념하는 시민 제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광주시민의 날은 당연히 5월 18일이 되어야 한다. 5월 18일은 전국적으로나 세계적으로 광주를 결정적으로 상징하는 날, ‘광주’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가 기념일과 중복되므로 곤란하다는 주장은 정말 구차스런 억지 변명으로 들린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매우 궁색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국가 기념식에 참석했다가 시민의 날 행사에 참여한다면 더욱 좋은 일 아닌가?

오히려 더욱 영광스럽지 않은가? 시장은 누구며 무엇 하는 사람인가? 광주광역시장은 국무총리나 국회의원 같은 고관들에 대한 의전 보다는 온 시민이 함께 하는 시민의 날에 대한 지원에 마땅히 주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 기념식은 보훈처 주관으로 치르고 시장은 시민과 함께 금남로에서 시민의 날 기념식을 하고 ‘광주시민의 날’ 행사주간을 선포하여 갖가지 다채로운 축제와 행사를 갖는다. 북녘과 해외의 동포 등 민족 구성원은 물론 동아시아 및 세계의 민중들이 이 행사에 참여한다.

시민 모두가 합심하고 시 집행부가 함께 할 때 광주 시민의 날 제전은 아시아의 가장 특색 있는 지역 축제로 자리잡을 것이다.
경건하게 추모하는 뜻에 어긋난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5월 17일 오후에 이미 5.18 유족들의 제사가 망월 묘역에서 합동으로 치러진다. 그리고 제사는 모름지기 몸으로 드리는 산 제사가 최고라고 했다. 시민들이 한 덩어리로 돌아가신 영령들의 뜻을 기리고 계승하는 잔치를 벌이는데 이 보다 더 좋은 제사가 어디 있을까?

우리 역사에서 축제는 공동체가 하늘에 드리는 제사였으며 이 안에서 제의와 놀이는 통일되었다. 물론 당연히 ‘시민제전’ 행사 안에 20여년 전의 위대한 정신에 대한 ‘반성과 내면화’의 프로그램이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자고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에게 건의하신 시장님!

'빛고을 사랑운동’ 같은 시민의 동의도 없고 무슨 정신을 추구하는 지도 모호한 관제 운동에 너무 힘쓰지 마세요. 제가 보기엔 실패할 것이 너무 뻔합니다.

그 보다 시민의 참여와 시민 역량을 조직화해서 세계적으로 특색 있는 시민 제전을 광주에서 만드는 일에 앞장서심이 어떨까요? 이를 위해 시민의 날을 5월 18일로 시급히 확정하고 '5·18 광주시민제전 준비위원회'(가칭)를 민관 공동으로 구성해서 행사 내용과 시민참여 프로그램, 예산 등을 논의해야 겠지요.

그리고 또 ‘광주민주시민헌장'(가칭)도 새로 만들어야 겠지요. 이를 위해 ‘광주시민헌장 기초위원회’를 꾸려야지요. 이것이 진짜 ‘빛고을 사랑운동’ 아닙니까?
존경하는 박광태 시장님!!

'문화수도’가 꼭 대통령의 지원이 먼저 있어야만 되는 겁니까? 노 당선자도 자치단체의 자립적인 역량과 의지를 먼저 보여달라고 하지 않던가요? 고정관념과 인습에 사로잡힌 답답한 사고를 훌렁 벗어던지지 않고선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없답니다. 좋은 문화란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 내용을 채워 가는 것이며 새롭게 만들어 가는 관행이랍니다. 5.18이 바로 그거 아닙니까?

시민의 날, 거액을 들여 오월의 시민정신을 알리 없는 연예인 축구단이나 유명 가수를 초청해서 지방선거 이후 공무원과 관변 조직 중심의 동원형 잔치를 벌렸던 발상으로는 ‘문화수도’는 언감생심이고 광주에서 결코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 나갈 수 없답니다. 시장님의 현명하신 결단을 기대합니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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