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치 '공천흑막' 벗겨지나-박광태시장· 권노갑씨 소환
호남정치 '공천흑막' 벗겨지나-박광태시장· 권노갑씨 소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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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월요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재판정. 월요일은 원래 광주지법에 재판이 드문 날이다. 이례적으로 한 재판이 따로 열렸다. 재판부가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재량으로 단독 법정을 여는 경우다.
이날 재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박광태 광주시장후보에 대한 '후보검증보도'와 관련, 박후보측으로부터 피소된 본지 양근서 기자(34)와 당시 대안매체공동취재단장 김대성씨(34)에 대한 2차 심리공판이 열린 것.

이들은 당시 박후보측 선거대책본부장 명의의 고발에 의해 선거법위반 및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특히 이날 재판에선 피고들의 위법여부를 가리기 위해 출석한 변호인측 증인이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호남정계에서 벌어졌던 민주당 동교동계의 돈정치, 밀실정치의 흑막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증언을 쏟아내 지역정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 관련 심리재판
박광태. 권노갑씨 '증인 선정'-소환장발부키로
공천헌금, 밀실정치의 흑막 벗겨질까


재판에서 다투는 내용의 핵심은 양기자가 지난해 6월 본지에 보도했던 기사의 진위여부. 양기자는 당시 보도에서 "'박광태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가 92년 14대 총선에서 광주 북갑에 공천장을 거머쥔 것은 동교동계 핵심에 공천헌금을 무사히 전달한 공로가 인정된데 따른 것'이라는 게 당시 정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박시장이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갑자기 광주시장 후보 공천장을 쥔 것과 비교했다. 때문에 사실 여부는 이 재판에서 피고측의 유무죄여부를 가리는 열쇠다.

이는 재판부에서도 보도에 등장한 권노갑 전 민주당최고위원과 박광태 광주시장의 증언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 재판장(선재성 부장판사)이 "시대가 바뀐 마당에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나 박광태 시장도 변호인 측이 증인신청하면 당연히 채택할 것"이라며 각별한 의지를 내비친데서도 나타난다.

결국 재판을 통해 박시장의 정계입문과정에서 제기됐던 '정치헌금대가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현재의 정치개혁 분위기와 맞물려 지역 정가뿐 아니라 민주당의 뿌리까지 뒤흔들 태풍으로 확산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는 것.

30년 호남정치는 한국사회 민주주의를 앞당기는데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상징, 호남정치인들은 김대중을 주변에서 지키며 험난한 정치역정을 함께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시대가 낳은 수난사 이면에서 한국현대 정치사에 보스정치, 밀실정치, 돈 정치의 중심이라는 악역도 함께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대통령의 '동교동계 해체'지시와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개혁' 의지에 맞물려 동교동계가 역사속으로 청산절차를 받고 있는 지금. DJ정치의 호남, 광주에서 진행되는 이 재판은 보도자체의 진실을 가림과 동시에 구태정치를 청산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음 재판은 2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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