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어야만 산다
벌거벗어야만 산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3.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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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 지방선거 당시 허경만 전남도지사가 3선출마의 명분으로 내건 슬로건이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다. '장수는 전쟁중에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
'2선동안 지역을 위해 벌여온 일들을 계속하기 위해 한 번 더 해야한다'는 논리였는데 민주당 경선에서 더이상의 '기득권 유지'는 허용되지 않았다.

노무현후보의 당선 한달째를 맞아 새정치에 대한 국민적,지역적 열망이 어느때보다 높아가고 있는 지금, 그러나 광주 전남의 기득권은 도무지 해체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경선으로 뽑힌 자기당의 후보를 팽개치고는 재벌 2세에게 자기당의 민주주의 적통(適通)을 갖다 바치려고 발버둥쳤던 사람들이나 후보 반대를 선언했던 정치인, 국민경선을 사기극으로 폄하하던 사람들...
지금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선견지명으로 후보단일화를 추진해 결국 대선승리를 가져온 '개국공신'이라는 맹랑한 논리를 펴고 있다.
아무런 반성도 없다.

민주당 송영길의원(인천 계양)은 "민주당원이 민주당에서 국민경선으로 뽑은 노무현으로 단일화를 하기위해 뛰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예 정몽준으로 단일화를 위해 뛰면서 노무현을 부정한 행태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라며"이는단순히 노무현 개인에 대한 지지,반대의 의미가 아니라 민주당이 최대개혁으로 자랑한 국민경선의 과정과 결과를 스스로 부정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결과이기에 큰 문제였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차라리 정몽준 지지선언을 하고 탈당한 김민석의원은 소신이라도 돋보인다.
향후 정치적 득실을 따져보며 당에 남아 사실상 정몽준운동을 하고서도, 결국 '정몽준후보로의 단일화'가 가진 치명적인 결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에 와서도 '호남과 DJ를 위해 단일화를 주장했던 것'이라며 낯두꺼운 변명을 소신처럼 고수하는 지역 정치인들의 '기득권 집착'은 차라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민주당,환골탈패없인 생존힘들어
언제까지 '호남맹주'안주할 것인가
'변화와 개혁'호남 민심을 들어라



광주지역 한 지구당에서는 대선후 당원 당직자들에게 포상을 주기고 했다. 지구당과 당원들의 노력이 지역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하는데 주요한 몫을 했다는 '사실'을 은연중 알리는 행사로 해석됐다.

지역 정치권에는 '호남표 때문에 노무현이 당선되었다. 결국 호남표밖에 없다. 영남은 아직 멀었다...'식의 논리가 상당하다. 호남표는 민주당 전통표의 결집이라는 것이다.

'95% 호남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의 표현이라는 반대의 해석도 강하다.

신기남의원은 "정몽준 인기가 일시적으로 호남에서 높았지않느냐. 전통적 의미에서 DJ를 지지한다든지, 동교동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수구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거부 민심의 결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민주당의 승리라고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도 패배한 것이다. 노무현이 아니었으면 호남에서도 어림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부셔야할 지역 기득권의 장벽은 두텁다


'민주당 기득권'지키기엔 지역언론도 한 몫하고 있다.
30여년 들어온 지역맹주, 호남 맹주란 용어가 지역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사실 지난 해 3월 경선이후 단일화 이전까지 시기에 일부 지역언론들에 대한 '노무현 측'의 불만은 상당했다. '도무지 후보흔들기나 단일화를 주장하는 지역 정치인들의 발언과 입장을 너무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이 기간동안의 정치기사들이 국민 경선으로 뽑은 자기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의원들의 기사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었다'는 비판이다.

지난 15일 민주당 개혁 광주 전남 시도민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정치인은 "이날 김원기고문과의 오찬에 참석한 지역 언론사 부장들 대부분이 점진적 개혁, 인적 청산 반대 등의 발언을 하더라"며"국민이 바라는 것과는 다소간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호남맹주, 당권다툼이란 용어가 '아직도' 지면에 일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존 낡은 정치판에서 횡행하던 정당구조, 패거리 정치의 음습함마저 묻어난다.
언제까지 우리 호남이 패거리로 뭉쳐 1인 보스를 따라다니는 행태를 되풀이해야한단 말인가.

새로운 전투가 시작되면 장수는 말을 갈아탈 수 도 있어야한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
국민적 개혁의 바람앞에 주춤거리기도 하고, 반대편에 서기도 하고 눈치보기도 했던 사람들.
수십년 당원 출신이건, 학생.재야운동출신이건 과거의 경력을 더이상 핑계삼지 말아야한다.

시.도민토론회에서 지병문 교수(전남대 정치학)의 지적은 날카로웠다. "왜 민주당 개혁이 잘 진전이 안되고 있는가. 당지도부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버림으로써 얻었다.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면 민주당은 살아날 수 없다. 국민경선후보를 부정하는 민주당의 기회주의세력을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한다."

©김태성 기자

민주당은 적어도 호남지역에서만큼은 지난 88년이후 15년동안 집권당이었다. 견제받지 않는 '유일 원내정당'이었던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원과 일반시민과의 구별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노무현은 취임도 하기전 조선.동아 등 '거대 언론'과 재벌, 야당의 강력한 저항과 반격에 직면해있다.
개혁 성패의 분기점이 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사상 최약체 정권'에 대한 흔들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그러나 소수정권의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여건 또한 많다. 국민적 열망, 시민단체 역량,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 등 달라진 언론환경, 무엇보다 정치적 부채없이 성역없는 권한을 휘두를수 있는 정치 환경 등...

호남의 노무현 지지는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해석돼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시장,구청장 등 공직후보선출은 '완전히' 시민에게 개방되어야 한다. 기존의 민주당을 '완전히'열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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