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먹지 맙시다
아무거나 먹지 맙시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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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먹지 맙시다. 복숭아는 밤에 그것도 어두운 곳에서 먹으라는 말이 있다. 달콤한 복숭아에는 그만큼 많은 벌레가 있기 십상이다. 맛있게 복숭아를 먹는 도중 벌레라도 보게되면 기분이 나빠질 것을 염려해서 어른들이 만들어낸 말이리라. 복숭아 벌레야 나쁠 것 없다. 모르고 먹으면 그것도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고 누가 그러던가. 그러나 그 '모르고 먹으면 약'이라는 말은 정말로 '옛날 말'이다. 지금은 어떤가. 모르고 잘못 먹으면 큰일난다. 꼼꼼히 따져보고, 면밀히 분석해서 먹을 것만 먹어야 하는 그런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라는 말을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주 듣는다. 인간의 유전자가 해독되었다니, 게놈시대니, 복제인간이니...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아주 먼 미래,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현실이 되어 우리 옆에 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어쩔땐 두렵기까지 하다. 어쨌든 유전자라는 말은 생명체와 연결된다. 모든 생명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를 편의에 따라 조작을 한다? 이는 생명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될 것이다. '토마토는 잘 물러져 금방 상하니까 더 이상 익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인간의 호기심이 실현가능한 방법을 찾아가면서 유전자 조작을 하게된 것이다. 그래서 토마토에 물고기의 유전자를 삽입해서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를 탄생시켰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생명체를 '유전자조작생물체'라고 하고, 그 대상이 농작물이면 '유전자조작농산물'이고, 이 농산물을 가공하면 '유전자조작식품'인 것이다. 이 유전자 조작은 더 나은 품종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오는 교배육종과는 그 방법과 결과에서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김순권 박사의 슈퍼옥수수는 교배육종을 통한 신품종개발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 유전자조작과는 다르다. 이쯤되면 유전자조작은 참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 개체에는 없는 것을 다른 종에서 가져와서 좋은 부분만 키운다.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금부터 그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삽입된 새로운 유전자가 항상 이론대로 그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론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있으며,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새로운 유전자가 세포의 DNA 속으로 삽입되어 세포 자체의 엉뚱한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할 수도 있어서 그 부근 유전자 집단의 조절을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즉, 미처 예상치 못한 위험을 안고있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 도입에 이용하는 운반체는 같은 종 내에서의 유전자 전달뿐 아니라 종래에는 불가능했던 다른 종 사이의 유전자 전달을 가능케 해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양산해내는 방식이다. 즉, 자연적으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종들 사이에 유전자가 바뀌어 새로운 종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인간이 겪지 못하고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갖가지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옆에 그것도 식탁 위에 버젓이 유전자조작식품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에서도 가장 많이 유통되는 유전자조작 품목이, 우리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대두(콩)와 옥수수이다. 통계치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미국 내 재배 콩의 유전자조작 비율은 50%, 옥수수는 27%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두 작물을 거의 100%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따라서 우리는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의 포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콩과 옥수수는 우리가 먹고 있는 각종 가공식품의 주원료들로서, 1차 가공된 식품뿐만 아니라 전분이나 물엿, 기름, 마요네즈, 장 류의 형태로 각종 식품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품목들이다. 또한 콩과 옥수수는 가축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각종 산업용 기초원료(비료, 비타민, 항생제, 의약품, 화장품, 비누, 토코페롤 등)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콩과 옥수수 외의 다른 농산물들(감자, 토마토 등...)도 미국 내 유전자조작 재배비율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을 뿐이지, 이미 여러 가지 가공식품의 형태로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미국의 식탁에서 유전자조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70%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미 거의 모든 생식품과 가공식품들이 자유롭게 전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수치는 우리나라의 식탁이라고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콩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7일, 농림부는 콩과 옥수수 콩나물에 대해 유전자변형농산물(GMO)표시제를 3월 1일부터 시행하되 시행초기 6개월간은 지도와 계도위주로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유전자조작콩과 옥수수, 콩나물을 판매하는 사람은 포장하지 않고 팔때는 판매장소에 푯말 또는 안내표시판 등으로, 포장판매할 때는 포장재에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는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이는 가공업체에서 직접 수입해 가공하는 농산물 외에 일반에게 판매되는 콩과 옥수수가 그 대상이 된다. 한편 감자에 대한 표시제는 내년 3월 1일부터,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가공식품에 대한 표시제는 오는 7월 13일부터 각각 시행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식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유전자조작식품들은 100% 외국에서 수입된 유전자조작 농산물로 가공되었거나 가공되어 수입된 것들이다. 따라서 수입 농산물과 식품, 특히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식품을 피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콩, 옥수수 관련 가공식품과 대두유, 면실유, 옥수수유 등의 식용유들은 거의 대부분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원료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거의 반 정도가 유전자조작된 것들이다. 그래서 다소 비싸지만 안전한 참기름, 들기름, 현미유 등을 사용할 것을 권한다. 둘째, 가공식품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콩이나 옥수수 등 지금 유전자조작식품으로 추정되는 품목들은 가공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가급적 가공식품, 특히 수입 가공식품은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는 것이 좋다. 셋째,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다. 신선하고 깨끗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 유전자조작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이때 지역 내 생활협동조합이나 유기농산물 직거래단체를 이용하면 큰 비용 부담 없이 우리 유기농산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날로 피폐해 가는 우리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점을 주위에 널리 알리고, 제도적 안전장치의 촉구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운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자! 지금 당장 집 앞 슈퍼에 나가 GMO 표시제를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양희연 기자는 두 아이의 엄마로 환경단체 활동을 하였고 생태문화, 대안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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