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광주병원 위장폐업 의혹
동광주병원 위장폐업 의혹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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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주병원 사태는 겉으로 보기엔 노동조합과 경영진의 갈등으로 비춰진다. 지역언론에서도 노조원들의 고용승계만이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사태의 본질은 간단하지 않다. 동광주병원 사태는 지난해 5월 노동조합 결성이후 9월 파업, 직장폐쇄, 12월 폐업, 2월 광주병원으로 재개원으로 진행됐다. 9개월동안 노사간 고소고발과 수많은 중재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명쾌한 결말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지난 2일 동광주병원이 광주병원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문을 열어, 폐업의 적법성 여부, 노조원들의 고용승계 등 다난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또 경실련, 참여자치21, 민주노총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 동광주병원의 정상화 방안을 찾아보려 했지만 병원측은 결국 '폐업'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병원측은 '폐업'이후 한달만에 병원을 임대해 다시 문을 여는 결정을 했다. 노조를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고육책'이라는 등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광주병원에 대한 경영 및 소유권을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갈려는 '치밀한 계산'일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이같은 의혹의 한 복판에는 박중욱 전 동광주병원 이사장이 자리잡고 있다. 박씨는 지난 95년 개원 당시 33명의 주주 가운데 12%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일 뿐이었지만 5년여가 지나는동안 다른 동업자의 지분을 매입, 51%가 넘는 지분을 가진 절대주주가 됐다. 동광주병원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셈이다. 다른 동업자들의 지분이 박씨에게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숱한 잡음들이 흘러나왔다. 박씨는 동광주병원의 모든 자금관리를 전담하면서 나머지 주주들과 갈등이 발생, 8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주들이 97년초부터 2000년초까지 차례로 빠져 나갔다. 이때 대부분의 지분이 박씨에게 집중됐다. 이제 광주병원이 임대 개원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박씨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우선 광주병원에 병원 시설과 건물, 토지 등을 임대한 것이지 팔아넘긴 것이 아니어서 박씨는 여전히 병원의 주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새로 병원을 운영할 새 주인 가운데 신씨는 박씨와 같은 대학 같은 과 1년 후배이고 나머지 4명의 의사들도 동광주병원에서 월급의사로 근무했던 박씨측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조측은 이에대해 박씨가 자신과 가까운 의사들을 내세워 노사문제 등 골치아픈 문제를 떨어버리고 다시 병원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병원측이 동광주병원의 인력 중 비노조원에 대해서는 고용을 승계하면서도 굳이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박씨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고 있는 부분이다. 광주병원 이사(영안실 사장)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노조원들을 누가 받아들이겠는가"며 "비노조원은 대부분 승계했지만 노조원의 경우 개별적으로 승계를 원하면 그 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고용승계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광주병원의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모씨는 "신씨는 동광주병원 노조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며 "노조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신씨보다는 박씨의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병원의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냐를 되짚어볼 만한 사례는 또 있다. 새로 들어선 광주병원의 모든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할 원무과장이 당초 동광주병원 업무과장 출신이고 그동안 박씨의 입장을 일관되게 따른 인물이었다는 점도 광주병원의 '자주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광주병원 원무과장을 맡게 된 강모씨는 동광주병원내 장례식장 강모사장의 조카로 동광주병원 개원당시 원무과장을 지내다 호남병원 개원때 초대 원무과장을 맡을만큼 박씨의 신임을 받고있는 인물이다. 동광주병원 노조에 따르면 그는 동광주병원 원무과장 당시 노조설립 시도를 와해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다 호남병원으로 옮겨갔으며 동광주병원이 폐업한 지난해 12월 31일 호남병원 원무과장을 사퇴하고 곧바로 광주병원 원무과장으로 되돌아왔다. 동광주병원이 폐업할 당시 병원측은 노조파업으로 인한 '이미지 손'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도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250병상의 동광주병원은 하루 400~500명의 환자가 내원할만큼 성황을 이뤘고 해년마다 새로운 첨단장비를 들여놓을만큼 확장세를 거듭했다. 대개의 중소병원이 입원실의 80%만 채워져 있어도 '잘 되는 편'에 속하는데 동광주병원의 경우 IMF시절에도 환자가 넘쳐 VIP를 위해 따로 병상을 빼놓을 정도였다. 병원의 적자 가능성이 적다는 것은 동업에 참여했던 주주들도 인정하고 있다. 동광주병원 초대원장을 맡았던 박의재씨는 "개원 첫해 23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국세청 신고액수는 그보다 훨씬 적었고 박중욱씨는 이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었다"며 "개원당시부터 모든 자금관리는 박중욱씨가 전담해 나머지 주주들은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96년 박씨는 상당수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남병원(구 하남동광주병원)을 세웠다. 대학 선후배와 인척 등 13명이 공동출자해 각각 13분의 1씩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2001년 2월 현재 5명이 남아있다. 이들 가운데 박씨는 13분의 9를 가지고 있다. 동광주병원의 지분 이동과 닮은 꼴을 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서도 박씨는 거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동광주병원 노조원들이 박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어도 이렇다 할 입장표명조차 없다. 동광주병원 폐업, 광주병원 개원, 고용승계 등 모든 부분을 해결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어느 시점에 나타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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