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부산의 문화경쟁력
광주와 부산의 문화경쟁력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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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째 되는 2004년, 9월 10일부터 11월 13일까지 65일간 다섯 번째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

원래 5·18광주민중항쟁 20주년과 2002월드컵에 맞춰 잠시 봄으로 옮겼던 건데 밖으로 발산되는 기운이 강한 봄보다 좀더 차분하게 자기 안으로 향하게 되는 가을 분위기가 미술작품과 교감하는 비엔날레 특성에 잘 맞는다는 이유다.
물론 계속 봄으로 가다보면 주기적으로 만나게 될 지방선거의 소용돌이와 계절경험 같은 여러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다.

그런데 그 가을이면 뒤따라 시작한 서울미디어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가 열린다. 규모는 다르지만 11월 22일 막을 내린 2002부산비엔날레는 177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한다. 우연히 들렀든, 추억거리의 기념촬영지로 찾았든 간에 대중들이 현대미술을 쉽게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는 [바다미술제]가 열린 해운대에 67만명, 2002부산아시안게임 무대인 아시아드경기장의 [조각프로젝트]에 100만명이 다녀갔다 한다.

그에 비해 정작 중심 행사인 부산시립미술관의 [현대미술전]에는 유료였던 탓인지 10만명이 관람하였다. 해운대와 부산시립미술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천혜의 관광지가 미술관으로 관객을 모으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결과다.

177만명 가운데 본 전시라 할 [현대미술전]에 실질적 관람객이 10만명(5.6%)이었다는 사실은 타산지석 거리다. 부산 인구는 광주의 다섯 배이고, 교통과 관광 여건들이 광주와는 비할 수가 없으며, 부산시립미술관은 훨씬 편안하고 고급스런 문화휴식공간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56만명이 다녀갔고, 이 가운데 32만명(57%)이 유료 관람이었다. 광주처럼 열악한 조건에서 이런 일정비율의 유료관객을 확보하기란 부산보다 훨씬 심각한 현실과제다. 더욱이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벌리는 행사들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관람객을 끌어들이기란 갈수록 간단치 않다.

얼마전 광주시에서 문화관광분야 핵심사업의 하나로 중외공원과 국립광주박물관, 신창동유적지 일원을 연계하는 문화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월드컵 경기장 일대의 체육·레저벨트와, 5·18유적지를 연결하는 민주·인권벨트도 함께 얘기되었다. 문화도시로서 자산을 충분히 재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경제 기반을 다져 나간다는 차원에서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중장기적 사업들이 결코 행정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 기관·단체와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가 스스로의 문화환경 가꾸기이자 미래 경제환경의 변화를 대비하는 자구책으로서 합심과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다. 특히 광주비엔날레는 직접 수익만이 아닌 광주의 문화 브랜드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산시켜나가는 이미지메이커로서 광주의 문화거점이라는데 인식이 모아져야 한다.

이미 국내외에서 선도적 역할을 인정받고 있는 이 광주비엔날레를 중심으로 국립박물관과 민속박물관·시립미술관·문예회관 등 남도 또는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 현재와 미래까지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문화의 보고들이 도보거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재산임에 틀림없다.

천혜의 자연조건이나 거대한 인공 위락시설, 편의성 높은 관광여건은 모자랄지라도 같은 사이트 안에 있는 문화공간들이 서로 연결고리를 찾아 교육적 효과가 높으면서도 내적인 질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거리를 만들어 간다면 그것이 광주의 일차적 문화자산이자 경쟁력의 밑천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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