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음식 먹여주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음식 먹여주세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1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급식조례제정 광주운동본부(준) 출범

우리 아이들은 무얼 먹고 사는가. 햄버거, 피자, 콜라, 치킨... 김치와 된장국을 밀어내고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들이다. 인스턴트 식품의 소스와 감미료는 자극적이고 달콤하기 때문에 맛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불러온다. 그런 음식들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밥과 국과 야채의 덤덤하고 심심한 맛을 즐길 리 만무하다. 향료와 색소와 방부제가 범벅이 된 음식은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각종 알러지 질환, 성인병을 일으킨다. 바로,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이 주는 대로 먹는다. 부모와 선생님이 바른 음식을 주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랄테다. 그리고 그렇게 길러진 입맛은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고, 그 나라의 농업기반과 각종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길들여진 입맛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이들의 식사는 단지 먹는 것을 넘어선 '살아가는 것'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사회참여 장려와 복지정책의 하나로 제정된 학교급식정책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두루 가지고 있다. 아이들은 무거운 도시락 가방으로부터, 엄마는 도시락 부담에서 해방되었지만, 대량의 음식을 조리하면서 발생하는 위생문제, 재료의 질 문제가 남아있다. 급식비용을 줄이기 위해 값싼 수입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우리 농산물 시장을 위축시 키고 아이들의 입맛을 서구화해서 농업기반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후식으로 자주 등장하는 바나나만 해도 얼마나 많은 무리를 안고 있는가.

이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더욱 심각한 일이다. 2004년 WTO개방이 실시되면 우리는 쌀을 포함한 모든 농산물 시장을 열어야 한다. 재협상을 통해 쌀 개방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모든 것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되어지는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수입농산물이 밀려올 것이다. 넓은 땅에서 기계식으로 재배한 미국농산물과 값싼 인력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농산물이 밀려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농산물을 스스로 지키는 것. 우리의 목숨 줄을 지키겠다는 말과 같다. 밥상을 남에게 내어준다는 것. 나의 생명을 남에게 쥐어준다는 것과 무어 다를게 있겠느냔 말이다.

각 가정은 개인의 의식을 높이는 것으로 접근해야 할테다. 하지만 학교는 조금 다르다. 얼마든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급식시행은 더욱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보다 많은 아이들이 급식으로 식사를 하게 될테다. 학교에서 만들어진 입맛이 집안에까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어질 것이다. 학교의 급식이 보다 안전하고 바른 음식으로 나와야 하는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러한 의식 속에서 아이들의 급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연대를 했다. '학교급식조례제정 광주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교육문제를 걱정하는 부모들의 모임인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사회단체에 학교급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의 개선책으로 광주시 조례로 명시하는 운동을 전개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호응을 보였다.

지난 11월 14일, 전교조 강당에서 준비위원회를 결성해 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광주시 뿐 아니라 전남도, 전주시, 인천시 등 여러 자치단체에서 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고 학교직영 급식을 권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학교 급식은 단순히 한끼 '떼우는' 것도 특별한 사람만 먹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가 같은 음식을 먹는 일이다. 여기에는 빈부의 차이도, 네 아이 내 아이의 차이도 없다. 단순히 먹는 것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는 일이다. 내가 지금 바르게 먹는 것으로 세상을 살릴 수 있다. 먹는다는 것,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